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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은 꿩먹고, 南은 알 먹고?

북ㆍ일 정상회담 ‘남북관계 지원군’될까

북ㆍ일 정상회담 합의 발표는 묘하게 남북한 경의선 철도ㆍ도로 연결 공사 합의 발표와 같은 날 나왔다. 8월30일 도쿄(東京)발 정상회담 합의 뉴스는 남북관계를 개선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비무장지대(DMZ)를 헐고 남북간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는 작업은 상징적 의미를 넘어서는 함의를 갖는다. 북한의 계산에서 경의선 연결은 단순한 남북간의 교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유라시아 횡단철도(TRS) 접속을 염두에 둔 보다 큰 계획의 일환일 개연성이 있다.

이렇게 본다면 북ㆍ일 관계개선 노력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남북관계 개선을 가속화하는 원군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으로도 한국을 건너뛰고서는 북한이 원하는 실리를 챙길 수 없기 때문이다.


남북 철도ㆍ도로 연결 등 화해 급물살

북ㆍ일 관계개선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은 한국 정부의 노력에서도 엿보인다. 김대중 대통령이 북ㆍ일 정상회담 교섭 과정에서 임동원 특보를 통해 북한측에 북ㆍ일 관계개선의 해법을 제시했다는 일본언론 보도가 그것이다.

이 점에서 DJ는 북ㆍ일 관계개선이 남북관계의 또 다른 지렛대로 활용될 수 있다는 계산 아래서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경제개혁을 도울 주변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궁극적으로 남북관계에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다.

8월30일 끝난 2차 남북경협추진위원회(경협위) 회담 결과는 풍성했다. 우선 이 회담에서는 남북간 육로연결을 위한 시간표를 최종적으로 매듭지었다.

이번 회담에서는 남북한은 DMZ를 관통하는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ㆍ도로 연결 공사를 9월18일 시작하기로 했다. 이중 경의선 철도 단절구간 13.4km는 올해 안에, 도로구간은 내년 봄까지 연결하기로 시한을 정했다.

동해선 철도와 도로 연결 공사는 1, 2차로 나눠 단계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1차적으로 철도는 남쪽의 저진에서 북한의 온정리 구간 27km, 도로는 남쪽의 송현리와 북한의 고성 구간 14.2km를 1년 이내에 완공하기로 합의했다. 저진에서 강릉에 이르는 나머지 118km 구간은 시한을 못박지 않고 서서히 연결하기로 했다.

남북한은 이와 함께 동해선 임시도로 구간 1.5km를 올해 11월까지 연결함으로써 금강산 육로관광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루트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11월 중에 분단 후 최초로 일부지역에 국한되긴 하지만 휴전선이 개방될 전망이 밝아졌다. 연결공사 착공일은 9월18일이다.

남북한 철도연결은 유라시아 대륙과 단절돼 섬으로 남아있던 한국에게는 물론이고, 북한에도 경제적 효과가 크다. 남북한을 관통하는 2개 철로는 중국과 러시아로 각각 이어져 동북아 물류체제에 일대 혁신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이 점은 북한이 현실적으로 가장 기대하는 것일 수 있다.

북한의 경제개방과 관련해서는 개성공단 건설 추진을 위한 실무협의회를 10월 중 개성에서 열기로 했다. 개성공단은 2년 전 현대와 북한이 건설에 합의했다. 개성공단은 1차로 800만 평 규모의 공단과 1,200만 평 규모의 배후단지로 건설된다. 실무협의회가 열림에 따라 개성공단 조성사업은 본격화 단계로 들어갈 전망이다.

개성공단 건설을 위해 북한은 특별법인 개성공업지구법을 만들기로 약속했다. 일종의 경제특구법인 개성공업지구법은 개성공단 운영을 위한 제도적 틀로 기능하게 된다. 한국은 이에 대해 개성공단의 기반시설 건설을 상업적 베이스에서 추진하기로 했다. 개성공단은 장차 경의선 연결과 맞물려 남북한 경제협력을 획기적으로 확대할 공산이 크다.

경협위 회담에서 합의된 임진강 수해방지와 임남댐(금강산댐) 안전보장을 위한 공동조사 일정도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임진강 북측 유역(상류)에 대한 한국팀의 현지조사 일정은 11월로 결정됐다. 이에 앞서 북한은 임진강 상류의 기상, 수문자료를 한국에 제공하기로 했다. 9월16~18일 금강산에서 있을 임남댐 공동조사 관련 실무접촉은 상호 불신해소에 기여할 전망이다.

이번 9월에는 남북간 체육교류의 새 장이 열리게 된다. 7일 서울에서 남북한 축구대회가 열리고, 29일 개막되는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는 남북한이 동시에 참가한다.

한국에서 뛰게 될 체육선수와 임원들의 존재는 한국 내 대북한 여론을 우호적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러한 여론 조성은 장차 남북한 협력의 저변을 넓힘으로써 경제교류 확대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 안정보장이 변수

남북한간 일련의 화해 분위기에 맞춰 나온 북ㆍ일 정상회담 합의는 결국 북한식 개혁개방의 연장선상에 서있다고 봐야 한다.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은 대외개방과 내부개혁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올해 7월 대외적으로 알려진 가격개혁 위주의 경제개혁 조치는 1990년대 초반 실시된 부분적 대외개방과 표리관계에 있다.

하지만 공급부족 상황에서 진행되는 가격개혁 위주의 경제개혁은 인플레 위험성을 안고 있다. 개성공단을 비롯한 남북한 경제협력은 공급을 확대함으로써 인플레를 억제할 수 있는 유용한 통로가 된다.

북한이 한국에서 기대하고 있는 경제효과를 감안하면 북ㆍ일 관계가 정상화가 된다 하더라도 한국이 뒷전으로 밀리는 현상은 나타나기 어렵다.

북한이 개혁개방 과정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미국 변수다. 북한은 본격적인 개혁개방 단계에 들어갔을 때 미국이 안보를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북ㆍ일 관계개선 신호는 따라서 대미 제스처의 성격을 띤다. 한국과 일본을 개혁개방을 위한 안보보장 지원세력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남북관계 개선과 북ㆍ일 관계 개선은 긍정적인 상호관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배연해 기자 seapower@hk.co.kr

입력시간 2002/09/0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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