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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나가요 걸' 타운 요지경 즉석부킹

입소문 퍼지면서 '화끈한 밤' 노린 불나방들 새벽까지 득시글'

서울 강남구 논현동 120∼206번지 일대 속칭 ‘나가요걸 선수촌’. 최근 이곳에 뭇남성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비교적 쉽게 작업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한건 올리려는 남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

고급 승용차를 타고 주변을 배회하는 늑대들의 모습이 이곳에서는 흔한 풍경이다. 새벽녘이 되면 인근 대형 포장마차들까지 열기에 편승해 한바탕 불야성을 이룬다.


‘아가씨들’ 1만여명 거주

나가요 아가씨들이 모여 살고 있는 곳은 학동역과 논현역 사이 일대. 학동로를 따라 주로 왼쪽에 집중적으로 포진해 있다. 강남구청은 현재 논현1동 일대에 둥지를 트고 있는 ‘밤꽃’들의 숫자가 1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같은 지역의 특성 때문일까. 해가 뉘엿뉘엿 질 때가 되면 이곳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출근을 준비하는 나가요걸들이 뒤늦게 미장원 등으로 몰려나와 몸치장을 시작하는 것이다. 미장원 밖에는 으레 고급차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아가씨를 태우고 어디로 사라진다. 준비를 재촉하듯 자동차 경적 소리도 가끔 들린다.

헤어컷 미용실의 한 관계자는 "주로 퇴근 시간 때 손님이 몰리는데 적게 잡아도 하루 200~300명의 드라이 손님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 시간이 되면 인근 네일케어 전문점이나 피부관리실도 불야성을 이룬다. 한빛피부관리 이인옥(32) 사장에 따르면 1회 피부관리 비용은 4만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 10여명 안팎의 손님들이 꾸준히 찾는다.

이렇듯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이 몰려있는 나가요 선수촌의 미용실이나 옷가게는 24시간 불이 꺼질 틈이 없다. 상가연합회에 따르면 술집이나 식당과 달리 미장원이나 옷가게, 화장품 가게들이 24시간 성업하는 곳은 이곳밖에 없을 것이라고 한다.

최근 이곳에 새로운 문화가 등장했다. 꽃을 찾아 나비가 몰려들 듯 손쉽게 한건 올려보려는 남성들이 불나방처럼 몰려든다. ‘물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인근 안양이나 인천 등에서 원정까지 오는 사람들도 생겼다.


초저녘부터 ‘물색’ 나온 맨들로 북적

이들이 가장 많이 출몰하는 시간은 ‘나가요걸’들의 출근 시간대인 6시∼8시 사이다. 작업 대상을 물색하다 맘에 드는 아가씨가 있으면 차를 가까이 댄다. 이런 식으로 상대 여성이 일하는 곳을 물은 뒤, 맘이 맞으면 룸살롱으로 직행한다.

유명세 탓인지 고급 승용차도 자주 눈에 띤다. 참좋은교회나 힐탑호텔 주변의 경우 외제차 전시장이 아닌가 착각에 빠질 정도다. 월드컵 스타인 김남일이 구입해 논란을 빗은 ‘아우디’에서부터 ‘딱정벌레차’로 알려진 폭스바겐 뉴비틀, 크라이슬러 등도 이곳에서는 쉽게 접할 수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나가요 선수촌’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 88올림픽을 전후해서다. 당시 제일생명 사거리나 테헤란로 등을 중심으로 고급 술집이 생겨나자 아가씨들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곳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집이 고가의 월세로 운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앙공인중개소의 한 관계자는 “논현1동은 물량의 99% 이상이 월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원룸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60만원, 투룸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80만원 선에서 거래된다”고 말했다.

이곳에 ‘즉석 부킹’ 문화가 생겨난 것은 ‘벤처 대란’ 이후부터라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역삼동 G룸살롱의 최모(30) 실장은 “수입이 줄어든 일부 아가씨들이 2차를 뛰면서 새로운 문화가 생겨난 것 같다”고 말했다.


말만 잘하면 공짜로 하룻밤

물론 2차를 나가는 데는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대부분 아가씨들이 가게에 묶여있기 때문이다. 일부는 영업이 끝난 후 재회(?)를 하기도 하지만 이때는 이미 아가씨들이 파김치가 된 상태다.

수질이 좋은 아가씨와 자연스런 만남을 갖기 위해서는 최소한 자정을 넘겨야 한다. 이때가 되면 그날 오프인 아가씨들이 슬슬 거리로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가장 붐비는 곳은 인근 L포장마차 주변. 이곳에서는 술을 기울이다 눈이 맞으면 자연스럽게 의기투합을 하기도 한다. 주로 인근 해장국집에서 한잔 더하거나 나이트클럽으로 향한다. 이 경우 말만 잘하면 공짜로 화끈한 밤을 보낼 수도 있다.

만나자마자 2차 장소로 직행하는 성질 급한 커플들도 있다. 이때도 대부분 인근에 위치한 아가씨들의 오피스텔을 이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호텔비나 여관비가 들지 않는 장점이 있다.

실제 압구정동에서 카페를 운영한다는 김유철(35)씨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2차로 이곳을 자주 찾는다”며 “잘만 하면 화끈한 밤을 보낼 수 있다는 기대심리로 이곳을 선호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다툼도 자주 발생한다. 주로 술먹고 시비가 붙은 한국 손님들이 대부분이지만 인근 외국인 학원강사와 한국인간에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물론 이 경우 대부분 서로간에 합의하는 선에서 마무리한다.

논현1 파출소의 한 관계자는 “새벽에 전화를 받고 출동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며 “대부분 술먹고 시비가 붙은 경우라 원만한 해결을 유도하지만 솔직히 밤근무는 정말 꺼려진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나가요걸, 찜질방서 숙식 해결

찜질방이 ‘나가요걸’들의 새로운 휴식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값싸게 이용할 수 있는 탓에 일부 ‘짠순이’ 나가요 아가씨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관세청4거리 부근 C여성전용 찜질방은 나가요 아가씨가 많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이 찜질방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업소일이 끝나는 새벽 4시쯤 들어와 출근할 때인 오후까지 찜질방 안에서 모든 숙식을 해결한다.

그도 그럴 것이 원룸에서 생활할 경우 한달 월세만 60∼80만원. 전기세 등 공과금을 비롯한 관리비 등을 포함하면 부담은 더욱 늘어난다. 이에 반해 찜질방의 입장료는 5,000원, 식사비 2,500원∼3,000원 정도. 한달 용돈 30만원에서 모든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고정 라커를 마련해놓고 찜질방을 찾는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늘고 있다. 논현동 A찜질방의 한 관계자는 “요즘 강남에 있는 대부분의 찜질방은 휴게실, 식당 등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지 않으면 장사가 안될 정도”라고 토로했다.

일부 나가요걸들은 고시원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강남의 경우 ‘고시원=여관’으로 통하는 게 사실. 최근 들어서는 초고속통신을 비롯한 각종 편의시설까지 갖춰져 있어 나가요 걸들에게 인기가 좋다.

친구와 함께 고시원 생활을 한다는 김은경(23)씨는 “수시로 가게를 옮겨 다녀야 하는 처지상 고시원만큼 적당한 곳이 없다”며 “어느 정도 정착할 때까지 이곳에 머물기로 친구와 합의를 봤다”고 말했다.

이석 르포라이터 zeus@newsbank21.com

입력시간 2002/09/0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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