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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재즈의 대모 박성연, 3년만의 콘서트

"곰삭은 재즈의 맛, 뭐 그런 느낌이겠죠'

“2001년 신관웅 밴드의 반주로 불렀던 ‘Body & Soul’에는 내가 없었어요. 너무 소극적이었고 감정 표현도 약했으니까요.” 재즈 보컬 박성연(56)은 그 점이 늘 마음에 걸렸다. 그는 “내가 생각해 온 내가 아니어서 당시를 돌이킬 때면 나 스스로 충격 받는다”고 말했다.

‘한국 재즈 보컬’의 대모라는 애칭이 갖는 무게는 이 베테랑에게도 부담인 것이 사실이다. 자신의 노래가 ‘불만스럽다’ 정도가 아니고 ‘충격적이었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바로 그 이름값 때문이다.

그가 가을의 초입, 또 하나의 큰 무대를 가졌다. ‘크다’고 하는 것은 3년만에 갖는 바깥 무대라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이번 무대는 9월 3, 4일 오후 8시 호암아트홀에서 열렸다. 1999년 같은 곳에서 연주한 지 3년만이다.


세월의 더께 느끼게 해준 원숙미

한국 재즈의 대모에 대한 열렬한 환호, 공연후 사인을 받기 위한 관객들의 장사진 등 가끔 펼쳐져 온 그의 콘서트에서 보던 풍경이 재현됐다. 능란한 스캣 등 원숙해져 가는 보컬, 깊어져 가는 주름살은 박성연이 재즈라는 평생 동지와 함께 헤쳐 온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하기에 족했다.

진정한 재즈 연주자라면 항상 거듭나야 한다는 평소 신념을 잊지 않고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그는 이번 무대에서도 입증해 보였다.

그는 “바로 그것이 재즈의 당위”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의 콘서트에서는 똑 같은 곡을 연주되더라도 예전에 했던 것과는 다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제목만 같을 뿐 분위기나 빠르기는 완전히 다르기 일쑤다.

그에 대해 박성연은 “추상화여야 할 재즈를 사실적 풍경화로 그릴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립 싱크니 카피(표절)니 하는 것들이 자신의 재즈에서는 아예 설 자리가 없다는 말이다. 똑 같은 노래일지라도 박성연은 다르게 부르려 애쓴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특히 각각의 출연자들이 한 번씩 돌아가며 펼쳐 보이는 즉흥 연주의 기회를 최대한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재즈 최대의 묘미인 즉흥성과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서다.

데이브 브루벡의 ‘테이크 파이브’가 좋은 예다. 여기서 그는 자신의 보컬보다는 정정배(타악), 이정식(테너 색소폰), 신동진(알토 색소폰) 등 연주자들의 기량에 더 무게를 두기로 했다. “특히 이정식과 신동진의 연주 대결이 볼만할 거예요. 색소폰으로 하는 싸움이라는 표현이 옳겠군요.” 공연 전 들려주었던 예상대로였다.

그는 “이번 콘서트는 하모니보다도 연주자 개개인의 기량에 보다 주안점을 실었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신관웅이 ‘Caravan’, 클라리넷 주자 이동기가 ‘Fly To The Moon’에서 펼쳤던 노련한 즉흥 연주도 같은 맥락이다. 모두 그와 수십년을 함께 고생해 온 동지다. 눈빛만 흘낏 봐도 그 다음 연주가 어떻게 진행될 지 아는 사이다.

신관웅 트리오와는 재즈의 스탠더드를 들려 주었다. 보사노바인 ‘Antonio’s Song’, 듀크 엘링튼의 ‘Caravan’ 등 그가 수백 번도 더 불러 온 명곡들이었다. 자신이 지은 곡 ‘물안개’의 반주도 이 트리오의 몫이었다. 그가 얼마나 신뢰하는 밴드인지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깊이 더해 준 재즈의 참 의미

이번 연주회는 신진 피아니스트 양준호 트리오가 펼친 무대가 신관웅 트리오와는 색다른 감흥으로 다가왔다.

박성연은 “양준호의 섬세한 피아노는 노래 부르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 준다”며 양준호 트리오에 신뢰를 표해왔다. 이번 콘서트에서 양준호 등과 함께 펼친 존 레넌의 ‘이매진’은 오프닝 넘버로 이후 펼칠 무대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수준 높은 재즈 팬에게는 신관웅 트리오와 양준호 트리오가 똑 같은 피아노 트리오의 이름으로 펼쳐 보일 세계를 비교 감상하는 재미가 각별했다.

젊은 트럼펫 주자 이주한과의 협연도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는 박성연을 입증해 주었다. 이주한의 트럼펫이 참신한 감각으로 ‘How Insensitive’를 연주했고 이어 등장한 노장 트럼페터 최선배의 ‘Cry Me A River’는 트럼펫만의 유장함으로 객석을 어루만졌다.

이번 콘서트 중 악기만의 연주로 이뤼진 곡은 ‘Recado Bossa’ 한 곡이다. 국내서는 재즈 댄스의 배경 음악으로도 유명한 이 곡은 이동기 최선배 신동진 이정식 등 중견 재즈맨들의 흥미진진한 연주 싸움(battle)으로 무대를 달구었다.

신촌, 대학로를 거쳐 청담동에 위치한 그의 재즈 클럽 ‘야누스’는 업소라기 보다는 연습장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매일 저녁 8시 30분~밤 11시 30분까지 펼쳐지는 라이브 무대에서는 그의 노래가 빠지지 않는다.

재즈 클럽의 주인이자 재즈 가수인 박성연은 말한다. “꿈이 있다면 야누스의 고질병인 영원한 적자에서 벗어나, 내가 편안한 마음으로 야누스에서 노래 부르는 것이죠.”

장병욱 차장 aje@hk.co.kr

입력시간 2002/09/09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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