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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톱 세운 미국, 왜 北을 끍나?

존 볼트 미 국무부 차관 대북 강경발언

남북이 한국전쟁 후 52년만에 비무장지대(DMZ)에 철길을 잇기로 약속하고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해방 후 57년 만에 방북키로 결정한 지난주 서울에서는 한미일 대북공조를 무색케하는 주목할만한 엇박자가 있었다.

불협화음의 진원지는 존 볼트 미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 담당 차관의 증오와 불신으로 가득찬 대북 메시지였다.

볼튼은 북한을 '악의 정권(evil regime)' 으로 재규정했고, 남한과 일본은 그런 북한과 화해를 모색하고 있었던 것이다.

볼튼의 입은 검침이 없었다. 직속 상관인 콜린 파월 국무부장관이 표방해온 대북 정책 방향과도 한참 어긋나 있었다. 볼튼은 8월29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한미협회 주최 공개 연설에서 북한을 이라크, 이란과 함께 '악의 축'으로 거듭지목한 뒤, "이것은 수사학이 아니라 사실적인 것"이라면서 "이들 3국은 지도체제가 같고 상호 강한 연결고리가 있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한반도 해방무드에 찬물 될 수도

볼튼은 북미협상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행 문제에 대해 "북한이 즉각 행동에 돌입하지 않을 경우 이 합의의 미래는 심각한 우려에 빠질 것" 이라고 밝혀 미국이 먼저 합의를 파기할 가능성마저 제기했다.

그는 북측이 제네바 합의의 핵심인 경수로 건설의 지연 보상을 요구하는 점에 대해서도 "사업이 늦어진 것은 전적으로 북한의 책임이기 때문에 보상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북한의 과거와 현재의 핵 활동을 효과적으로 밝힐 국제 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이 이뤄질 때까지 경수로의 핵심부품을 인도하지 않을 것" 이라고 못박았다.

북한이 제네바 합의로 동결한 영변 핵 시설 외에 세롭게 '현재'의 핵 활동까지 문제삼고 나선것이다.

물론 볼튼의 강경 발언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것이었다. 볼튼은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스펠트 국방장관과 더불어 부시 행정부 내 보수강경파를 이글어 왔고, 이전에도 여러 차례 북한의 대한 독설을 한 바 있다.

미국 보수파의 거두인 제시 헬름스 상원의원이 "내가 만약 선과 악의 마지막 전투에 나설 운명이라면 볼튼과 함께 가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볼튼은 강성이었다.

문제는 볼튼의 이 같은 대북 강경 발언이 워싱턴이 아니라 서울에서, 그것도 남북 경협추진위 2차회의가 같은 시간에 다른 힐튼(그랜드 힐튼) 호텔에서 열리고 있던 와중에 터져 나왔다는 점이다.

다분히 의도적이고, 계획된 발언이었던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볼튼의 언급이 사견이 아니라 미국의 대북정책에 반영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볼튼은 북한이 오래 전에 예멘에 스커드 미사일 부품을 판매한 게 드러났다며 경제제재를 취하도록 주도하기도 했다.

우리 외교부는 볼튼의 준비된 발언이 한반도의 대화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을 우려, 자극적인 용어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나 볼튼은 기다렸다는 듯이 특유의 고단위 수사를 동원해 북한을 맹공했다. 여기에 "그의 발언은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반영한다"고 발혀 볼튼에 힘을 실어줬다.


한미공조 조율 미흡 드러나

올초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해 발끈했던 북한도 북한의 연설에 분개하고 미국의 대화의지를 의심할 게 분명하다. 북한은 특히 볼튼이 서울에서 강경발언을 하는 것을 막지 못한 남한 정부에 불만을 표출할 가능성도 있다. 볼튼은 이날 북한을 비난하면서, 동시에 한미일 공조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볼튼의 강경발언이 북미대화 재개를 염두에 둔 기선 잡기용이라거나, 남한으로부터 미사일방어(MD) 체제 참여 등을 얻어내기 위한 외교적 기교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볼튼은 이번 방한에서 한국 정보가 미군을 비롯한 미국시민에게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면책특권을 부여하는 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 공화당 행정부의 실력자인 볼튼이 미국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북한을 비난하고 한국 정부를 난처한 입자에 처하게 만들었다면 심각한 일이다. 해빙무드에 진입할 조짐을 보인 남북·북일관계등 한반도 정세가 미국의 일방주의에 흔들려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정부내에서도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볼튼의 입을 사전에 막아내는 당당한 한미공조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많다.

입력시간 2002/09/1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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