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조' 복부인이 떴다] 지구촌 집값 위험한 고공행진

세계 주요도시 유례없는 부동산 시장 활황세

지구촌 온난화의 주범 엘리뇨가 세계 부동산 시장을 들 끓게 만들고 있다?

세계적으로 주택 건설이 활황을 띠면서 서울의 강남 지역 아파트 외에도 뉴욕과 런던, 시드니 등 세계 집값은 유래없이 동반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은 저금리로 넘쳐 나는 시중 자금들이 주식 대신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부동산에 몰리는 것도 ‘세계화’의 또 다른 양면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거품 붕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일부에선 미 증시 붕괴로 ‘미국 발(發) 세계공황’이 부동산 과열로 옮겨 타면서 실물 경제에 중대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비관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영국의 집값은 올들어 7월까지 20.9%나 뛰어 올라 13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나타냈다. 호주와 스페인의 집값도 각각 17.3%와 15.7%로 두 자릿수로 올랐다. 이탈리아(9.5%)와 프랑스(8.0%)를 비롯해 미국도 7.0%의 상승 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뉴욕, 로스앤젤레스, 워싱턴 등 대도시의 집값은 지난해 말에 비해 18~20% 폭등했다. 1997년 이후 5년 간 미국 집값 상승률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증시 침체로 투자자 부동산으로 몰려

영국 이코노미스트 최신호(9월6일자)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30년 만기 주택저당대출(모기지론) 금리는 30여년 만에 최저치인 6.25%까지 떨어졌다. 영국도 지난해 7차례에 걸쳐 금리를 대폭 내려 주택저당대출 금리가 1950년대 이후 최저인 5.5%로 내려앉았다.

여기에다 최근 2년 간 기진맥진한 증시 침체에 염증을 느낀 투자자들이 주식을 내던지고 부동산 시장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주가와 부동산 수익률이 정반대 양상을 보여주는 차별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영국 투자자가 2000년 초 갖고 있던 주식을 몽땅 팔아 집을 사뒀다면 40%의 수익률을 챙길 수 있었던 반면 주식을 고집한 투자자는 35%의 원금을 까먹을 수밖에 없었다. 부동산으로 돈이 쏠리기 시작하면서 개인이 보유한 부동산 규모는 40조 달러로 팽창했다.

이에 비해 주식 규모는 23조 달러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버블 조짐은 이미 미국 주택시장에서 포착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8월17일 발표한 7월 주택착공 실적은 전달 대비 2.7% 감소한 164만9,000가구를 기록하며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는 등 부동산 시장이 점차 식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부동산 담보대출의 채무불이행(디폴트)규모는 27억 5,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배로 급증하자 부동산 대출의 부실화를 염려한 보험사들이 보험료 인상을 검토하고 나섰다. 비즈니스위크는 최근 주택경기지표를 고안해 낸 부동산 전문가 존 번스를 인용, 미국 대도시의 부동산지수가 5~7.5로 거품붕괴 위험 수위인 7.5에 근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이 신경제의 몰락과 9ㆍ11 테러의 영향 등으로 수렁에 빠질 위기에 몰렸던 세계 경제를 떠받치는 버팀목 역할을 했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집값 오름세가 너무 지나친 데다 집값 대부분이 빚으로 쌓아올린 모래성이라는 데 그 우려감은 높을 수 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가처분소득 대비 주택가격 수준은 1980년대 후반에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다. 최근 5년 간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네덜란드와 아일랜드도 소득 수준에 비해 주택가격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의 부동산거품이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라고 불렀던 90년대 후반의 미국 주식 시장을 연상시킬 정도라고 지적했다. 많은 부채를 안고 있는 데다 전체 규모도 큰 부동산 시장의 거품 붕괴는 증시에 비해 더욱 파괴적이다.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꺼지면 세계 경제에 큰 재앙이 닥쳐 올 것이라는 ‘미국발 세계공황’에 대한 우려감은 우리나라 역시 그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어 경계심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장학만 기자

입력시간 2002/09/14 15:57


장학만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