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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평론] 의문사 진상규명은 계속되어야

[정치평론] 의문사 진상규명은 계속되어야

의문사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이하 의문사법) 개정안이 법사위 심사를 거치지 못해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함으로써 2년여에 걸쳐 이루어졌던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은 결국 마감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소식은 우리로 하여금 다시금 분노와 절망을 느끼게 한다.

원래 의문사법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의문의 죽임을 당한 사건에 대해 진상 규명을 한다는 거창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그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는 권한은 제대로 부여되지 않은 불구의 법이었다. 조사권과 동행명령권 만이 있을 뿐 수사권이나 수색권 소환권 기소권 등 진상규명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권한 하나 갖추지 못했던 것이 의문사법의 현실이었다.

조사대상자가 조사와 동행명령을 거부하더라도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대책을 가지지 못했던 것이 의문사법의 실체였다.

이러한 어려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그런 대로 의문사의 진상을 하나하나 밝혀나갈 수 있었던 것은 분명히 말하건대 관련 정부기관의 도움 때문이 아니라 의문사위원회와 관련 유족들의 헌신적인 노력 때문이었다.

그들의 성과는 그야말로 법과 당국의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그들 스스로 ‘발로 뛴 결과’라 할 수 있었다. 서울법대 최종길 교수 의문사에 대한 진상 규명, 허원근 일병 의문사에 대한 새로운 규명, 그리고 최근 인혁당 사건을 중앙정보부가 조작했을 것이라는 문제 제기 등등은 그런 노력의 결과라 할 수 있다.

민주화의 결과를 향유하면서도 이러한 민주화가 이루어질 수 있게끔 헌신했던 사람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희생당한 사람들에 대해 망각하고 심지어는 그 의문사에 대한 진상규명을 또 다시 거부하려 한다면 과연 민주화된 이 시대의 양심과 심성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가 민주화의 결과를 향유하고 있다면 우리는 그런 결과를 가져오게 만드는데 기여했던 사람들 특히 그 과정에서 의문의 죽임을 당한 사람들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주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 아닌가?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의문사위원회와 관련 유족들이 수행한 노력과 그 결과는 칭찬 받아 마땅한 것이다. 또한 의문사 진상규명 노력이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충분히 지원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 국회의 다수 의원은 그러한 문제에 관심이 없는 듯하다. 더구나 우리를 더욱 황당케 하는 것은 법사위 의원들의 태도이다. 그들은 의문사 조사에 반대한다는 명백한 의사 표시도 하지 않았다.

대신 의문사 개정안에 대해 심사 자체를 하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의문사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바빠서? 아마 바쁘긴 할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정쟁을 벌이는데 얼마나 바쁘겠는가.

그러나 보다 진정한 이유는 다른 데에 있을 것이다. 그들은 개정안 자체를 심사하지 않음으로써 한편으로는 여론의 직접 공격을 피하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의문사법 개정안을 사실상 폐기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려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나라의 안위를 위해 민주화운동을 하고 군대에 갔던 자식이 의문사를 당했을 때 그 부모들은 그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 그들은 10년, 20년에 걸쳐 자신의 자식이 왜 죽었는지, 어떠한 상황에서 죽었는지 사회에 대해, 정부에 대해 묻고 또 묻는다.

그 진상 규명의 책임이 있는 사회와 정부의 진실한 대답을 듣기 전에는 결코 그 자식을 땅에 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가, 정부가 그들의 그러한 물음에 대해 대답해주어야 한다면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은 그 구체적 조치를 취해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아무런 대답이 없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한번 사태를 망각시키거나 은폐시키고자 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진정한 민주화를 위해 다시 한번 말하건대, 의문사 진상규명은 계속되어야 한다.

정해구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입력시간 2002/09/19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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