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인터넷은 불륜의 바다

불륜 문화 부추기는 인터넷 '외도 사이트' 실태

‘일도 이비 삼첩 사과 오랑 육기(一盜 二婢 三妾 四寡 五娘 六妓).’

정사의 상대의 따른 쾌락의 차이를 언급한 선조들의 우스개 소리다. 여기서 ‘일도’란 남녀간의 불륜을 일컫는다. 우리 조상들은 남의 여자와 몰래 정사를 갖는 것은 최고의 즐거움으로 꼽았다. 그러나 단순히 웃고 넘길 문제만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근 들어 사이버 공간을 통해 ‘일도’를 꿈꾸는 남녀가 급속히 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외도 사이트나 외도 전화까지 등장, 불륜을 조장하고 있다.


인터넷 채팅은 불륜으로 가는 지름길

종전까지만 해도 중년 남녀간의 만남은 채팅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 남성의 전화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주부 외도 관련 상담건수는 1,167건. 이중 20% 정도가 채팅을 통해 첫만남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세간에 인터넷 채팅이 ‘불륜 제조기’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남성의 전화 김옥 소장은 그러나 “올해 들어 성장 곡선이 많이 누그러졌다”며 “채팅을 통한 각종 사건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부들이 접속을 꺼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채팅 대신 유부남, 유부녀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은 외도 전문 사이트들이다. 사이트에 접속해 보면 외도에 걸리지 않는 비법, 화려하게 외도하는 법 등 외도 관련 정보들이 가득하다.

‘외도, 절대 걸리지 않는 법’이란 코너에는 미행 당했을 때, 아내가 의심할 때, 귀가할 때 등 구체적 상황에 따른 해결책까지 언급하고 있다.

자신이 직접 체험한 외도 경험담을 올려놓으며 불륜을 부추기는 네티즌도 있다. 결혼 9년차라는 한 네티즌은 “어쩌다 같은 회사에서 이상형을 만나 남편 몰래 여관에서 만난다”며 “가정을 깨트릴 생각은 없지만 여관에서 같이 있을 때면 그가 남편처럼 느껴진다”고 털어놓았다.

‘pedding’이란 ID를 가진 네티즌은 아내에게 들킨 경험담을 올려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네티즌은 “2차를 갔다가 집에 돌아왔는데 뒤처리를 못해 아내에게 발각됐다”며 “2차를 나갈 때는 항상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물론 사이트 개설자는 외도로 인한 가정 파산을 미연에 방지하는데 사이트 오픈 목적이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한 외도 전문 사이트의 대표 김모씨는 “외도 사실이 탄로나 가정이 풍비박산 나느니 배우자가 알지 못하게 해서 가정을 지키는 게 낫지 않겠느냐”며 “외도 사이트는 이같은 취지에서 개설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자살 사이트의 경우처럼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잉태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사이버문화연구소의 민경배 소장은 “자살 사이트의 목적은 자살을 막고 비슷한 사람들끼리 해결책을 찾기 위함이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다”고 지적했다.


사회가 타락 조장

최근 등장한 가상 전화번호도 유부남과 유부녀의 불륜을 은근히 부추기고 있다. ‘050’으로 시작되는 이 번호는 회사의 서버와 회원간의 번호를 직접 연결시킨다. 때문에 자신의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고도 상대방과 마음껏 통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익명성의 이점을 노린 중년 남녀가 불륜의 창구로 가상 전화를 이용하면서 문제가 커지고 있다. M인터넷 화상채팅 사이트의 김모 팀장은 “가상 전화번호는 임시로 할당된 번호이기 때문에 신분이 노출될 염려가 없다”며 “때문에 결혼한 기혼자들도 가입 비율이 높다”고 귀띔했다.

일부 사이트의 경우 아예 이같은 점을 적극 홍보해 ‘네티즌 몰이’에 나서기도 한다. “배우자도 모르는 나만의 번호를 갖고싶지 않으세요” “이제 애인의 달콤한 음성을 들을 수 있다” 등 선전 문구도 다양하다. “우리 사이트를 이용하면 바람을 피워도 절대 걸지 않는다”는 노골적인 말을 내건 곳도 있다.

외도 전화의 난립은 게시판 문화까지도 바꿔놓았다. 동거 사이트 등 남녀가 몰리는 곳에 가상 전화번호를 올려놓고 만남을 즐기는 ‘몰래족’이 늘고 있는 것. 이곳에 가보면 가상 전화번호와 함께 자신을 소개한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실제 한 인터넷 동거사이트 게시판의 경우 게시판을 열자 늦여름의 쾌락을 만끽하려는 듯 파트너를 구하는 글들이 즐비하다. ‘동거녀 구함’이란 평이한 글들에서부터 ‘누님 같이 지낼 30대 미시 찾음’이란 글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상황이 이렇자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정보문화센터의 전종수 정보생활지원단장은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던 여성들도 불륜에 가세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TV 드라마를 통한 불륜의 양성화가 이같은 붐을 조성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 방송모니터팀의 이송지혜 간사는 “방송에서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노골적으로 방송하는 게 문제”라며 “의욕은 알겠지만 지나친 표현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접대부처럼 해줄테니 외도 말라"

얼마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한국을 아시아 최악의 불륜국가로 지목했다. 타임은 한국, 태국, 필리핀, 홍콩, 싱가포르 등 5개국 18세 이상 39세 이하 남녀 100명씩을 대상으로 불륜 실태를 조사한 결과 한국이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과연 대한민국은 ‘불륜 공화국’인가. 외도 사이트의 게시판을 들여다보면 대한민국은 정말 ‘불륜의 천국’이라 부를만 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곳에 접속해 보면 외도를 겪은 성인 남녀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그대로 올라와 있다.

배우자의 외도를 의심하는 글에서부터 자신에게 닥친 불행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글까지 다양하다. 글 밑에는 경험자들이 제시하는 대처 방법들이 리플로 달려 있다.

이런 내용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결혼 3년차의 한 주부는 “시골에 있는 친정집에 갔다 왔더니 평소 청소도 않던 남편이 집안을 깨끗이 청소해 놓았다. 이상한 마음에 쓰레기통을 뒤졌더니 사용하고 버린 콘돔이 나왔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여성들은 “일단 의심의 눈초리로 남편의 행동에 수상한 점이 있는지 잘 살피라”고 충고했다. 반면 남성들은 “남자들의 경우 자위행위를 위해 종종 콘돔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니 너무 과민반응을 보이지 않는 게 좋겠다”는 글을 올려놓았다.

한 30대 주부는 “룸살롱 여종업원들이 남자들에게 어떻게 서비스를 해주는지 자세히 말해달라. 나도 집에서 그렇게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석 르포라이트

입력시간 2002/09/19 16:58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