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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아시안게임] 태릉선수촌 24時

9월29일 오후 6시 땅거미 내려앉는 부산 백양산 기슭엔 붉은 해가 다시 치솟는다.

진홍색 동백꽃의 열정을 품고 백의 민족 특유의 끈기와 저력을 상징하는 갈매기의 고장 항도 부산의 기운은 가파른 태종대를 넘어 충만한 해운대와 동래를 거쳐 사직동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을 힘껏 휘감는다.

16일간 꺼지지 않는 성화의 불빛. 그 장엄한 불꽃은 세계의 소리로 성장한 ‘난타’ 의 사물놀이 장단에 맞춰 ‘36억 아시아인의 축제’를 밝힌다. ‘해 오름’의 장관은 화려한 횃불 춤과 넘실거리는 파도 춤을 타고 제14회 부산아시안게임, 그 ‘아름다운 만남(개회식 주제)’으로 이뤄진다.

마산 무학 여고생 등 4,500명의 학생들이 펼치는 춤사위 판에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의 천상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남북 선수단이 손에 손잡고 동시에 입장한다.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가슴 찡했던 6월 월드컵의 감동은 아시안게임의 불씨가 되어 37개 종목 1,008명 태극전사 들에겐 새로운 역사를 쓰는 동인(動因)이 된다. 신화는 이뤄져야 한다. 아시아의 긍지(The Pride of Asia) ‘대~한민국’의 꿈은 계속된다.


아침을 여는 태극전사들의 거친 숨소리

‘아침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대한체육회 태릉 선수촌은 태극 전사들이 뿜어내는 거친 숨소리와 구슬 땀으로 아침이 온다. 새벽 6시. 영락없이 아침을 깨우는 씩씩한 행진곡이 선수촌 전체에 울려 퍼진다.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추석을 앞두고 여름 열기가 채 가시지도 전에 울창한 숲으로 뒤덮인 선수촌의 새벽은 벌써 하얀 입김이 서릴 정도다.

하나 둘 숙소를 빠져 나와 대 운동장으로 발길을 향하는 태극 전사들의 표정엔 결전을 앞둔 긴장감과 전날의 훈련피로가 묻어난다. 누구보다 먼저 나와 선수들을 일일이 격려하는 장창선(61) 선수촌장의 부지런함은 고된 하루의 훈련을 예고한다. 장 촌장이 태백 분천에서 직접 데려온 진돗개 태돌이와 태순이도 포도대장 노릇을 단단히 한다.

아침 6시15분. 태권도와 레슬링 등 종목별로 그룹을 이룬 태극 전사들이 핑클과 브라운아이즈 등의 경쾌한 신세대풍 노래 리듬에 맞춰 자유스럽게 몸을 풀며 결전을 앞두고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한다.

아시안게임 5연패의 신화를 쓴 여자 하키 팀을 비롯해 ‘복싱 한국’의 재건을 노리며 심기일전하는 각 체급 권투 선수들, 세대교체의 과도기를 맞은 남자 체조 선수팀 등 태극 전사들 하나 하나가 손을 꼽으며 기다려온 지난 4년. 그 노력이 헛된 거품이 되지 않게 하기위해 마지막 불꽃 담금질 작업에 몸을 내던진다.


무쇠팔찌 차고 뛰는 여자유도선수들

아침 7시10분. 대운동장 옆길로 통하는 ‘지옥의 44계단’을 단숨에 치고 달리는 여자 유도 선수들의 이마와 운동복은 이미 흠뻑 젖어 있다. 땀이 비같이 쏟아지면 쏟아질수록 “끝까지 차올려”라는 김도준(46)감독의 불호령이 무섭게 반복된다.

양팔에 각각 500g 무게의 무쇠 팔찌를 찬 선수들의 혈색이 돌아오기 전 이번엔 토끼 뜀으로 계단 오르기가 시작된다. 절정기에 접어든 북한 계순희와 맞서야 하는 56㎏급 이은희의 얼굴에도 굳은 결의가 넘쳐 흐른다.

오전 7시25분 언제 출발했는지 인근 불암산까지 왕복 4Km의 거리를 완주한 남자 레슬링 선수들이 속속 도착한다. 숨돌릴 틈 없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장순(35) 코치의 스톱워치는 또 다시 선수들의 순발력을 하나하나 측정한다.

400m, 1.2Km 달리기, 크로스 등 계속 이어지는 순발ㆍ지구력 훈련은 지난 2년간 레슬링 선수들이 매일 같은 통과해야 하는 일과다. 최근 강훈 속에서 오른쪽 눈 부위가 멍 든 66㎏급 자유형 금메달 유망주 백진국(26ㆍ삼성생명)은 결전의 날이 다가오면서 마인드 컨트롤에 집중하며 자신의 특기인 아웃사이드 태클 강화를 위해 밤마다 개인연습에 여념이 없다.

‘오~필승 코리아’의 윤도현 밴드를 가장 좋아한다는 백 선수는 “금메달을 따 여자친구에게 멋지게 청혼하는 것이 개인적 바람”이라고 주먹을 쥐며 각오를 다졌다.

오전 8시40분. 선수촌 아침 식사에는 빵과 밥이 기본으로 함께 나온다. 얼갈이된장국, 조기구이, 완자ㆍ표고전, 달걀 찜, 오이겉절이, 멸치볶음, 김 구이, 김치, 우유, 요구르트, 각종 과일주스 등 화려하지는 않지만 웬만한 회사 식당보다 푸짐하다. 17년간 선수촌 식단을 꾸려온 영양사 조성숙(42)씨는 시합을 앞두고 신경이 곤두 선 선수들의 식욕을 잃지않게 하는 어머니의 심정으로 매끼를 챙긴다.


“금메달 80개” 자신감 불타

오후 2시. 오전 체력운동에 이어 한 차례 휴식을 가진 태극 전사들은 본격적인 기술 훈련에 들어간다. 땀냄새가 배어있는 감래관. ‘메달박스’ 태권도 선수들의 이날 오후 운동은 조임형(41) 코치의 호된 질책으로 시작된다.

지난밤 여자선수들이 늦게까지 잠을 않자고 숙소에서 떠들었다는 이유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움찔했던 분위기는 “태권도~ 파이팅”을 외치는 기합소리와 함께 이단옆차기로 날아간다.

꽃 미남 문대성(27ㆍ국군체육부대)과 박력남 김경훈(28ㆍ삼성에스원)의 매서운 눈빛엔 벌써 금메달이 보인다. ‘테크노 왕자’란 별명의 금메달 유망주 김향수(26ㆍ삼성에스원)와 오선택(23ㆍ경희대4)의 표정엔 평소 장난 끼를 한 점도 찾아볼 수 없다.

‘대~한민국’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80개 이상 획득으로 종합 2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레슬링 선수 출신인 장창선 선수촌장은 “메달 박스인 태권도와 양궁에서 14개 이상의 금메달을 비롯 레슬링 6개, 유도 5개, 사격 4개, 펜싱 4개, 체조 2개, 수영 2개, 축구ㆍ야구ㆍ하키 우승 등 을 목표로 방심만 하지 않는다면 일본(금메달 70개 목표)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불태웠다. 금 밭 캐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2002/09/2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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