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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실패한 탐험이 꽃피운 위대한 인간승리


■인듀어런스
(캐롤라인 알렉산더 글/ 프랭크 헐리 사진/ 김세중 옮김/뜨인돌 펴냄)

역사상 위대한 탐험과 정복은 알고 보면 상당수가 권력과 욕망의 표현이었다. 지리상의 발견을 비롯한 역사적 탐험들은 강자의 외연을 넓히는 과정이면서 동시에 숨겨진 문화를 짓밟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탐험가들이 보여준 불굴의 의지와 동료애를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이런 점에서 영국 탐험가 어니스트 섀글턴의 이야기는 인간영역의 새로운 면을 보여준다. 인듀어런스는 섀글턴이 이끌었던 남극대륙 횡단 탐험의 실패기다. 하지만 실패는 목적했던 탐험의 실패에만 그친다. 탐험의 실패는 오히려 위대한 인간승리를 낳았다.

1914년 영국 극지탐험가 섀글턴은 대원 27명과 함께 남극대륙 횡단에 도전했다. 그의 탐험은 로버트 F 스코트의 지휘 아래 남극점 도달에 나섰던 영국 팀의 도전이 실패한 직후 계획됐다. 북극과 남극 정복 경쟁에서 패배한 영국에게 최초의 남극대륙 횡단은 마지막 남은 자존심 회복 기회였다.

거창한 기대 속에서 출발했지만 섀글턴 팀은 횡단은 고사하고 남극대륙에 발도 디뎌보지 못했다. 남극대륙으로 접근하는 과정에서 바다가 얼어붙는 바람에 배가 난파됐기 때문이다. 조난지역은 부빙이 떠다니는 남극해. 부빙에 몸을 옮겨 실은 섀글턴 팀은 이때부터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혹한과 역경 속에서 생환을 위한 사투를 벌이게 된다.

섀글턴 팀은 펭귄을 잡아 허기를 달래고, 동상으로 발이 썩어 들어가는 고통 속에서도 대원들은 똘똘 뭉쳐 탈출을 위한 전진을 계속했다.

이 과정에서 보여준 섀글턴의 러더십은 초인적이었다. 선발대원 5명과 함께 6m길이 구명보트로 세상에서 가장 거칠고 험하다는 1,280km의 드레이크 해협을 통과하고, 해발 3,000m의 얼음산을 넘었다. 조난된 지 634일째 되던 날, 마침내 섀글턴은 한 명의 희생자 없이 전 대원을 죽음에서 끌고 나왔다.

섀글턴 팀은 자연에 도전하는 데는 분명히 실패했다. 하지만 인간의 의지를 극한적으로 발휘함으로써 내적인 도전에는 성공했다. 섀글턴은 탐험 성과가 뛰어난 사람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1999년 영국 BBC방송이 여론조사를 통해 선정한 ‘지난 1,000년간 최고 탐험가 10인’에 포함됐다.

탐험은 리더십과 팀워크라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인듀어런스를 ‘이 시대 최고의 모험 이야기’로 평가했다.

배연해 기자 seapower@hk.co.kr

입력시간 2002/09/2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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