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이상호의 경제 서평] 개인의 실패가 아이디어 혁명을 불렀다

[이상호의 경제 서평] 개인의 실패가 아이디어 혁명을 불렀다


■경영 혁명
(요네쿠라 세이이치로 지음/양기호 옮김/소화 펴냄)

“현재의 기업 사회는 누가 만들어 왔고, 어떻게 진화하여 왔는가. 이를 왜 묻는가. 역사가 새로운 시대의 창을 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 이 책은 이 같은 의식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렇다고 딱딱한 역사나 철학 서적은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쉽게 읽을 수 있는 경영사(또는 경제사)다.

저자는 기술과 시장, 조직 간의 관계에 주목한다. 기술과 시장이 변화할 때마다 인간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고안해 냈다. 여기서 기술이 인간의 능력을 훨씬 초과하게 된 다음에는 인간은 개인적인 능력을 넘어서는 실체, 즉 조직을 만들지 않으면 안됐다. 이것이 저자의 기본 시각이다. 기술의 사회성과 기업가의 모습, 그들이 제시한 시대의 모델 등이 그것이다.

이 같은 시각을 가지고 산업혁명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기 기술과 시장의 변화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사업기회를 발견하고 더 나아가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어떠한 조직이나 경영 혁신을 행해 왔는가를 역사적으로 살펴본 것이다.

이 기술 조직 경영혁신의 역사는 과학 혁명에 대항하는 경영 혁명의 역사라는 주장에서 이 책의 제목이 나왔다.

또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각 시대마다 패러다임을 창조해온 인간들의 꾸준한 변화의 역사다. 그래서 저자는 구조적인 분석보다는 개인의 삶에 초점을 맞췄다. 구조 자체보다는 구조를 만들어 낸 개인의 정신상의 자유에 감동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제인 ‘제임스 와트에서 빌 게이츠까지’가 이를 말하고 있다.

저자의 말을 좀더 들어보자. 역사를 보는 관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이 책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하나의 나라 또는 한 기업, 한 개인이 다른 조직을 압도하는 경쟁력을 지녔다는 것은 반드시 어떤 종류의 경영혁명구조를 제시했을 때라는 점이다.

그러나 더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이러한 혁명적 아이디어는 반드시 튀거나 또는 돌출한 개인의 노력이나 실패에 근거했다는 것이다. 그것들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결코 아니다. 어떤 방면에서의 돌출은 반드시 구조간의 불평등을 낳고, 혁신이 혁신을 낳는다는 선순환을 만들어 낸다. 그것은 인간이라는 생물만이 가능한 가장 상상적이고 창조적인 행위다.”

결국 ‘혁명’을 가져온 주역은 시대를 치열하게 산 특출한 개인이다. 산업혁명기 전후에 혁신적인 기계를 발명한 사람들 중 아무 것도 얻지 못한 채 세상을 떠야만 했던 경우가 적지 않았다. 역사를 진짜 움직여 간 것은 성공의 그늘에 가려진 수 많은 실패이며, 그래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았던 사람들이었다. 평균적인 가치관이 지배적일 때 기술의 진보는 없다.

세계 경제의 중심이 영국에서 미국으로 옮겨간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산업혁명에 불을 붙인 영국 기업가들은 결국 신사층이라는 계급사회로 수렴됐다. 사업을 새로 시작하거나 확대하는 것보다는 훌륭한 대저택에 살면서 교양을 쌓는 것이 고귀하다는 인식이 심어진 것이다.

미국은 거대 기업이라는 새로운 기업조직을 만들어냈다. 이전의 조직에 비해 단순히 규모가 커졌을 뿐 아니라 그때까지 믿었던 조직이나 경영 방식에서도 질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경영사에서 말하는 ‘현대 기업’의 등장이다. 이 시대의 대표는 철강왕 카네기와 석유 왕 록펠러다.

미국은 이후 새로운 경영계층의 등장과 조직 혁신으로 새로운 혁명을 경험한다. 듀퐁 포드 GM 등의 케이스가 소개된다. 하지만 미국 기업은 매너리즘에 빠져 점차 일본에게 쫓기게 된다. 이제 일본이 전면에 등장하게 된다.

일본 경제 고도 성장의 계기를 만든 사람은 가와사키제철의 니시야마 야타로 사장이다. 그가 50년대 엄청난 반대를 무릅쓰고 건설한 새 공장은 이후 일본 경제를 규정하는 하나의 모델이 되었다. 저자가 일본인이니 만큼 일본에 대한 기술이 풍부하다.

최근 일본이 미국에 뒤지고 있는 것은 일본 기업들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미국 기업들이 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그것은 실리콘 밸리의 등장이다.

저자 스스로 밝혔듯이 300년의 역사를 그것도 3개국을 통해 짧은 분량으로 요약한다는 것은 무리다. 대충 훑고 지나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은 사람에 중점이 두어졌기 때문에 적지 않은 인물이 등장하고, 그들이 경영사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입력시간 2002/09/23 11:08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카카오
배너
2020년 06월 제2830호
  • 이전 보기 배경
    • 2020년 06월 제2830호
    • 2020년 05월 제2829호
    • 2020년 05월 제2828호
    • 2020년 05월 제2827호
    • 2020년 05월 제2826호
    • 2020년 04월 제2825호
    • 2020년 04월 제2824호
    • 2020년 04월 제2823호
    • 2020년 04월 제2822호
    • 2020년 03월 제2821호
  • 이전 보기 배경
저번주 발행호 다음주 발행호
  • 지면보기
  • 구독안내
  • 광고문의
  • * 지면문의
    전화 : 02-6388-8088
    팩스 : 02-2261-3303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 온라인 광고
    전화 : 02-6388-8019
    팩스 : 02-2261-3303
    메일 : adinfo@hankooki.com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많이 본 기사

주간한국 유튜브 채널

서진의 여행 에세이

삼척 초곡항…파도 넘나드는 기암괴석 해변 삼척 초곡항…파도 넘나드는 기암괴석 해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