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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가을 사과는 ‘금’

[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가을 사과는 ‘금’

아무리 여름이 무더워도 가을은 오기 마련이다. 높은 하늘이 우주 끝까지 이어져 있을 것 같은 기분은 가을이 아니면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더위가 끝나면 습한 기운을 날리려고 바람이 불게 마련이다. 이 바람을 타고 가을의 건조한 기운이 허공을 가득 채운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것을 금화교역(金火交易)이라고 한다. 여름은 뜨거운 불에 비유되고, 가을은 딱딱하고 찬 금속에 비유되는데, 여름의 뜨거운 기운이 가을의 서늘한 기운으로 바뀌는 현상을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다.

금화교역에는 대단한 이치가 담겨있다. 이 금화교역이 이루어지면서 팽창하고 뻗어나가던 모든 것이 수렴하면서 열매를 맺게 된다. 따라서 제대로 금화교역이 일어나지 못하면 풀만 무성할 뿐 열매 없는 싱거운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로 생겨나는 것들 중 가을에 열리는 과일이 있다. 그 중에서 우리 나라에서는 배와 사과, 감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 중 사과는 ‘매일 사과를 먹으면 의사를 거지로 만든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몸에 좋은 과일이다.

변비나 소화불량 같은 병을 치유시키며, 식욕억제에도 효능이 있기 때문에 사과 다이어트는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다. 심장병 예방, 혈압강하 효과, 감기 치료 효과 등, 예로부터 북유럽 신화에는 신들이 영원한 청춘을 가져다주는 사과를 먹고 불로 장생을 누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사과의 성분 중 중요한 것은 당분과 유기산과 펙틴이다. 당분은 10~15%가량 들어 있는데 대부분 과당과 포도당으로 흡수가 잘 된다. 유기산은 0.5%가량 들어 있는데 사과산이 주체이고 구연산 주석산 등도 포함된다.

이 산은 우리 몸 안에 쌓인 피로 물질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펙틴은 1~1.5%가량 들어 있는데 채소의 섬유질과 같이 장의 운동을 자극한다. 또 장의 벽에 젤리 모양의 벽을 만들어 유독성 물질의 흡수를 막고 장안에서의 이상 발효도 방지한다. 변비에 사과가 좋은 것은 이 때문이다. 그밖에 칼륨이 많아 소금을 너무 많이 섭취하여 생긴 고혈압에서, 칼륨과 나트륨의 평형을 이루어 혈압을 낮게 해 준다.

사과의 특유한 산뜻한 맛과 에스테르류가 내는 향긋한 향기는 다른 과일이 따를 수 없다. 사과의 미네랄이나 식물성 섬유는 식욕을 북돋아 주고 영양도 보충해 준다. 사과즙이나 사과 쥬스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많은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효과가 높고, 변비나 설사에 모두 좋다. 게다가 사과는 신맛이 나서 사람들은 흔히 산성인 과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알칼리성 식품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사과를 거의 익히지 않고 먹지만 서양에서는 사과 가공식품을 많이 이용한다. 사과주, 사과식초, 쥬스, 애플소스, 애플파이, 구운 사과 등이 그것이다. 사과를 껍질 째 갈아 혹 설탕과 벌꿀을 넣어 매일 아침 공복에 마시면 변비나 설사 등 위장장애로 생기는 어깨 결림이나 불쾌감을 해소 할 수 있다.

절구에 찧은 사과 씨에 물을 넣고 끓인 뒤 그 물로 아침·저녁 양치질을 하면 목의 통증이나 혀가 갈라지는 데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너무 흔하게 볼 수 있고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사과의 효용을 무시하기 쉽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가공방법과 특출한 효능이 있는 만큼 잘 이용하면 우리의 건강을 지키고,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데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이 주는 이 혜택 속에서 작은 가능성을 키워서 커다란 존재로 만드는 것이 어쩌면 우리의 임무인지도 모른다. 시장에 가면 잔뜩 쌓여 있는 사과 속에서 또 하나의 행복 가능성을 맛보도록 하자. 우리의 삶에서도 제대로 된 금화교역이 일어날 수 있도록 말이다.

이경섭 강남경희한방병원 원장

입력시간 2002/09/2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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