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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보름달처럼 넉넉한 스크린 산책

[추석특집] 보름달처럼 넉넉한 스크린 산책

올 추석 연휴는 단 3일. ‘대목’이라 부르기엔 좀 짧다. 그러나 어느 해 보다 올 한국 영화의 제작단가는 높아졌다. 100억짜리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비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제작원가가 높다고 재미있는 영화? 그렇지 않아 재미있는 게 영화다.

‘취향’의 문제가 더 크기 때문에. 올 추석 개봉작 중 주목할만한 영화는 한국 영화 3편, 외화 3편. 입맛대로 골라보자. 물론 베니스 영화제에서 감독상, 신인 연기상 등 본상 2개를 포함, 5개의 상을 휩쓴 ‘오아시스’는 당연히 볼만한 롱런 영화.


유행에 민감한 10대를 위한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장선우 ‘아저씨’ 감독이 만든 영화지만 추석 개봉하는 영화 중 가장 젊은 감각을 표방했다. 성냥팔이 소녀를 동화에서처럼 조용히 죽게 하거나 소녀와 사랑에 빠지는 것이 게임의 승리 요령.

TTL 광고로 스타가 됐고, 영화 촬영에 들어간 지 3년간 철저한 신비주의 마케팅으로 인터뷰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임은경은 성냥팔이 소녀이자 게임방 아르바이트생 희미로 나와 주(김현성)와 오비련(정두홍)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 임은경의 대사는 “라이터 사세요”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려한 비주얼, ‘다찌마와 리’의 패러디 등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적잖은 영화. 하지만 ‘게임’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는 말자. 영화 속 게임의 논리는 단순하다. /15세 관람가


로맨틱한 20대를 위한
<연애 소설>

신경 쓸 것도 많고, 요구하는 것도 많고. 이런 남자 친구보다는 동성의 여자친구가 더 편한다. 그래서 하루라도 안보면 궁금한 것은 물론이고 그녀의 사소한 감정의 움직임까지도 다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이.

그냥 좋은 여자 친구지만, 요즘처럼 ‘동성애’란 말이 유행하는 시점에서는 그런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연애 소설’은 독특하다. 나무에 몸을 숨기고 걸어오는 첫사랑의 여자를 보고 기뻐하는 모습. 이건 80년대에도 안 하던 일이다.

그러나 감독은 이런 촌스런 감정을 90학번쯤의 감성으로 그려내고 있다. 약간의 동성애적 코드도 없는 것이 아니고, 순진하기 짝이 없는 연인들의 모습이 지긋한 웃음을 던진다. ‘엽기적인 그녀’의 차태현이 전에 비해 훨씬 얌전해졌고, 이은주는 ‘오 수정’에 비해 한결 젊어졌다. ‘번지점프를 하다’ 처럼 조용하면서도 컬트적인 매력이 많은 영화. /12세 관람가.


웃음이 필요한 30대를 위한
<가문의 영광>

조폭 영화와 로맨틱 코미디의 결합. 남녀가 하룻밤을 같이 잤다(그냥 잤다). 그럼 책임져라? “비씨로 사세요” “애들 입만 입이냐”라고 외치는 CF 여왕 김정은이 성공한 호남 조폭의 딸로,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의 정준호가 서울법대 출신의 순진한 엘리트로 나왔다.

둘은 술에 너무 취해 하룻밤을 같이 잔 사이. 여자의 오빠(유동근 성지루 등) 3명이 들이닥쳐 결혼을 종용하며, 순진남은 위기에 빠진다. 조폭과 연애라는 상업적인 코드에 탄탄한 연기자들의 코믹 연기도 나름대로 수준급.

그러나 손으로 삑삑 소리를 내며 성행위를 암시하거나 “X을 치다”등 수준낮은 묘사와 비속어는 ‘웃으면 복이 온다’라는 덕담에도 불구, 참기 어려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자녀와 함께 보기엔 꺼림칙한 부분이 많으니 주의. /15세 관람가.


아버지와 아들을 위한 영화
<로드 투 퍼디션>

사람에게는 누구나 아버지가 있다. 마피아 두목(폴 뉴먼)에게서 정신적인 아버지를 느꼈던 조직원(톰 행크스). 그러나 갱 두목의 아들이 저지르는 살인 장면을 목격하고, 자신 아들들을 지키려는 두 남자의 운명을 건 대결을 그렸다. 누구나 자식에게 만은 처진 어깨의 뒷모습을 보이지 않고 싶은 법.

‘아메리칸 뷰티’로 할리우드의 총아로 떠오른 샘 멘데스 감독의 영화로 베니스 영화제 경쟁 부문에 출품,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과 경합을 벌였던 영화. /15세 관람가.


SF 액션 영화팬을 위한
<레인 오브 파이어> <버추얼 웨폰>

황폐한 미래 세계. 익룡이 세상을 지배하고 이에 맞선 인간은 반란군처럼 살아간다. ‘X 파일’의 롭 바우만 감독의 SF 영화로 다소 거친 화면과 유치한 느낌에도 불구하고, 불 뿜는 용의 화력이 SF 액션 영화로서의 적잖은 매력을 발산하지만 아무래도 아이들이 더 흥분할 만한 영화. /12세 관람가.

‘버추얼 웨폰’은 와이어 액션과 컴퓨터 그래픽을 결합한 홍콩식 대형 액션 영화. 암살자 자매로 나오는 서기, 조미와 그들을 쫓는 막문위 등 여배우들의 연기 대결이 볼만하고, 과장된 액션이 세련된 테크노 화면에 펼쳐진다. 테크노 음악과 막강한 정보 위성 등 세련된 장치가 많지만 ‘매트릭스’ 만큼의 완성도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만한 영화. /15세 관람가.

박은주 차장 jupe@hk.co.kr

입력시간 2002/09/2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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