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DVD로 보는 화려한 추억의 뮤지컬

올 추석은 일부러 흥과 감동을 돋궈야 할 것 같다. 홍수와 태풍으로 나앉은 이들이 너무 많아, 풍성한 음식 장만도 값비싼 선물도 죄스러울 따름이다. 큰 피해를 입지 않은 것에 감사드리며, 춤과 노래가 함께 하는 영화로 명절 기분을 대신해본다.

  • 대경주
  • 블레이크 에드워즈 감독은 코믹 뮤지컬에 능한 감독이다. 데뷔 무렵인 50년대에는 <술과 장미의 나날>과 같은 정통 드라마도 만들었지만, <티파니에서 아침을> <핑크 팬더> 시리즈의 히트로 주로 코미디와 뮤지컬에 주력했다.

    최근 DVD로 <대경주 The Great Race>(전체, 워너)와 <빅터, 빅토리아 Victor, Victoria>(15세, 워너)가 출시되어 그의 코믹 뮤지컬 솜씨에 푹 빠질 수 있게 되었다.

    1965년 작인 <대경주>는 20세기 초, 뉴욕에서 파리까지의 자동차 경주 모험을 그리고 있다. 1908년에 실제 이런 장거리 경주가 있었다고 하는데, 이 야단법석 영화와는 관련이 없다고 감독 자신이 부록으로 수록된 다큐멘터리에서 밝히고 있다. 이 다큐멘타리에는 당시 엄청난 제작비와 엑스트라 동원으로 파리, 비인, 짤쯔부르크에서 촬영한 <대경주>의 제작 뒷 이야기가 담겨있다.

    <대경주>는 볼거리가 풍부한 영화다. 공중 부상과 폭격이 가능하고 철로에서도 달릴 수 있는 클래식한 디자인의 자동차, 하늘을 나는 열기구, 미니 잠수함 등의 다양한 탈 거리가 등장한다. 뉴욕에서 파리까지의 이국적인 여정과 화려한 의상도 빼놓을 수 없다.

    서부 바에서의 쇼와 난투극, 알래스카 설원에서의 소동, 유럽 가상 국가의 대관식과 왈츠 무도회, 펜싱 결투와 케이크 던지기 소동 등이 선명한 파나비전 필름에 담겨있다.

    모험가 레슬리(토니 커티스)가 미국 자동차의 성능 과시를 위해 뉴욕에서 파리까지의 경주를 제안한다. 레슬리를 라이벌로 생각한 사악한 교수 페이트(잭 레먼)가 조수 맥스(피터 포크)와 방해 공작에 나서고, 여권 운동가인 매기(나탈리 우드)가 취재를 위해 경기에 참가한다.

  • <빅터 빅토리아>
  • <빅터 빅토리아>는 1982년 작으로, 슬럼프에 빠졌던 에드워드 감독과 그의 아내인 줄리 앤드류스의 성공적인 재기작이다. 이 작품 역시 1934년의 파리 밤 무대가 주요 배경이어서 볼거리가 풍부하다. 영국의 파인우드 스튜디오에 재현한 당대 파리 풍경 속에서 할리웃 고전 뮤지컬 스타일에서부터 스페인 춤까지 일급 공연을 볼 수 있다. 헨리 맨시니의 감미로운 음악, 우아하면서도 화려한 의상이 공연을 뒷받침한다.

    뮤지컬 배우 그랜트(줄리 앤드류스)가 게이 연예인 토미(로버트 프레스톤)의 제안으로, 남장을 하고 밤 무대에 서 인기를 얻는다. 그녀의 공연을 본 시카고 출신 갱 킹(제임스 가너)이 한 눈에 반하지만, 그녀가 남자란 사실에 크게 낙담하게 된다.

  • <버스정류장>
  • 노래하는 스타로 마릴린 몬로를 빼놓을 수 없다. 최근 그녀의 대표작이 ‘마릴린 몬로 다이아몬드 콜렉션 박스 세트’라는 이름 하에 DVD로 출시되어 몬로 출연작 대부분을 비디오와 DVD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몬로가 직접 노래하는 장면이 나오는 영화는 <뜨거운 것이 좋아> <버스 정류장> <7년만의 외출>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 <쇼처럼 즐거운 인생은 없다> <돌아오지 않는 강> <왕자와 무희>의 7편이다.

    <버스 정류장 Bus Stop>(15세, 폭스)은 뮤지컬에 능했던 조슈아 로건의 1954년 작으로 몬로는 이 영화를 통해 비로소 ‘섹시함을 넘어서 연기가 가능한 배우’라는 뒤늦은 평가를 받았다.

    누구에게도 해를 입히지 않는 천진함을 간직한 채, 진정으로 사랑받고 대접받고 싶다는 욕구를 표현한 몬로의 연기는 아무리 칭찬해도 과하지 않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몬로가 ‘That Old Black Magic’을 노래하는 장면이다. 외모와 음색이 일치하는 배우였던 몬로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로데오 경기 출전을 위해 난생 처음 몬태나의 목장을 벗어나 피닉스 행 버스에 오른 21살의 순진한 목동 보(돈 머레이). 술집에 들른 보는 쇼 걸 셰리(마릴린 몬로)를 보는 순간 천사를 찾았다며 결혼을 결심한다. 무지막지하게 구애하는 보와 이에 반항하던 셰리는 티격태격 끝에 사랑을 확인하고 보의 고향으로 향한다.

  • <켈러미티 제인>
  • 추억의 뮤지컬 스타로 도리스 데이와 주디 갈란드도 잊을 수 없다. 이들이 출연한 서부 배경 뮤지컬도 DVD로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밝고 건강한 미국 여성상을 구축했던 도리스 데이는 <켈러미티 제인 Calamity Jane>(12세, 워너)에서 ‘Secret Love’를 불러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았다. 데이비드 버틀러의 1953년 작인 <캘러미티 제인>은 미국 서부 역사의 전설적인 여장부 켈러미티 제인 (1848년-1903년)의 젊은 시절을 10곡의 노래와 군무로 장식한 뮤지컬이다.

    제인은 말을 잘 타고 총을 잘 쏜 덕분에 쿡 장군과 카스터 장군 휘하에서 기병대, 우편 배달부, 말몰이꾼, 인디언 스카우터 등으로 남북 전쟁에 참여했다고 한다. 영화는 남자 옷차림에 담배를 씹어대며 거친 언어를 썼던 제인(도리스 데이)이 쇼걸 케티(엘렌 멕레리)와 우정을 나누는 한편 자신을 여성으로 대접해주는 진정한 남자를 만난다는 내용으로 꾸며져 있다.

  • <하비 걸>
  • 작은 체구에 폭발적인 가창력을 자랑했던 주디 갈란드는 <오즈의 마법사> <스타 탄생> 등 뮤컬 명작을 많이 남겼다.

    <하비 걸 The Harvy Girls>(12세, 워너)은 서부의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로, 조지 시드니의 1946년 작이다. 펜팔로 알게 된 남자와 결혼을 하기위해 샌드락이라는 마을을 찾아온 수잔이 웨이트리스가 되어 진정한 사랑을 찾게 된다는 이야기다.

    새 인생을 개척하기 위해 홀홀 단신 서부로 온 용감한 아가씨 수잔으로 분한 갈란드가 기차 역 도착 씬에서 부른 ‘On the Atchison, Topeka and the Santa Fe’로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았다.

    영화의 배경이 된 레스토랑 하비 하우스는 프레드 하비라는 사람이 철도가 놓이기 시작한 서부의 역을 중심으로 개업한 식당 체인점. 산타페에 처음 문을 연 이 체인점은 전국에서 아가씨를 모집하여 단정한 복장과 세련된 메너로 스테이크와 커피를 제공했다.

    기차가 정거하는 동안 간편하고 빠른 식사를 할 수 있게한 이 식당은 꼭 끼는, 거추장스러운 드레스 차림의 아가씨들을 고용하여 술과 도박 손님을 받았던 기존의 바와는 다른 문화를 전파하는 진원지로서 오늘 날 패스트 푸드점의 효시라 할 수 있다. 기존 바와 새로운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아가씨들의 집단 경쟁이 화려한 볼거리다.

    입력시간 2002/09/23 11:48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