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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창업 …샐러리맨은 매일 꿈꾼다

'우리시대의 샐러리맨' … 그 우울한 9월의 낮

'원스 인 어 블루문(once in a blue moon).'

10년에 꼭 한 번 보름달이 한달에 두 번 뜨는 경우가 있다. 음력과 양력이 겹치는 시간대에서 일어나는 흔치 않은 자연 현상이다. 천문학자들은 오묘한 자연 법칙이 실린 그 광경을 앞다퉈 꼭 지켜보려고 한다.

일상이 통념을 깨고 대자연의 섭리가 만들어내는 '푸른 보름달'을 바라보며 자신이 품어온 꿈의 실현을 간절히 바란다면 그 기대감과 희망은 꼭 둥글게 채워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고달픈 김팀장…

추석이 가까워 오면서 창문 사이로 걸린 휘영청 밝은 달을 바라보는 H상사의 김모(45)팀장은 올들어 고향 가는 길이 무척 멀게만 느껴진다.

태풍 '루사'가 할퀴고 지나간 고향 강릉의 수해 피해지역엔 수마의 흔적이 가시지 않았다. 복구작업의 땀방울은 아직도 마르지 않은 상태다.

또 추석연휴기간 영동고속도로와 강원도내 국도 등 곳속에는 확·포장 공사가 한창인데다 귀성차량이 지난해보다 무려 15.5% 정도 늘어난 67만 여대가 한데 몰려 교통체증 역시 최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물리적인 장애가 고향으로 향하는 김 차장의 발걸음을 무겁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9·11 뉴욕테러 참사 이후 미국 등에 대한 수출물량이 격감하면서 실적부진으로 사내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져 김 팀장으로서는 심적 부담이 턱까지 차오른 상황이다.

게다가 올 초부터 연봉제마저 실시되고 있다. 상하좌우 360도에서 자신의 리더십과 직무능력 등을 평가하는 전방위 고과 평가제는 내성적인 성격에 사회성이 다소 떨어지는 김 팀장으로서는 사내 생활 자체가 남에게 감사를 받는다는 숨막히는 강박관념으로 다가온다.

김 팀장은 리더십을 키우기 위해 동네 책방에서 도움일 될 만한 각종 책자를 사서 탐독해보는 등 자기개발에 대한 투자를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론과 현실의 괴리감만을 절감했을 뿐이다.

최근 채용정보사이트 파워잡(powerjob.co.kr)이 직장인 624명을 대상으로 사내생활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에 대해 조사한 결과, 예상을 뒤엎고 '적은 보수와 불만족스러운 보상제도(17%)' 보다 '직장 내 인간관계(44%)'가 가장 큰 사안으로 꼽혔다.

김팀장의 고개가 자연히 끄덕여졌다. 상사와 실적개선 문제를 놓고 부닥칠 때마다 김팀장은 "차라리 마음 편하게 편읠점이라도 차려 새출발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으레 그래왔듯 출근시간만 되면 마음을 다잡아 다시 회사를 향해 발길을 옮긴다. 위에서 눌리고 아래에 치이며 살아가는 김팀장. 동료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 이사 등 임원으로 승진한다 해도 너무나 뻔한 앞날의 비전은 고달픔의 연속일 뿐이다. "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은 과연 없을까" 김 팀장은 창 밖에 둥실 뜬 보름달을 바라보며 이렇게 되뇐다.


"은행 빛으로 쌓은 모래성일 뿐이야"

서울 강북 성수동의 한 아파트에서 살아온 김팀장은 지난 해 큰 딸이 여고에 진학하면서 또 하나의 고민에 빠졌다. 소위 '일류대 황금 거위'로 통하는 강남 지역 8학군 고교에 딸을 진학시켜야만 된다는 '8학군 증후군'이 김팀장의 아내에게도 어김없이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8학군 학교가 아니면 8학군 지역의 학원에라도 보내야 한다"는 아내의 반복되는 주문에 김팀장은 12년간 모아 마련한 성수동 아파트를 팔고 올 초 강남 대치동 아파트 촌으로 이사를 했고 큰 딸 역시 8학누에 적을 걸었다.

몰론 저금리 혜택을 받아 가계대출을 받아 내집 마련의 꿈을 조기 달성하는 이들처럼 김팀장도 부동산 담보대출에서 예외일 수는 없었다. 강남 한복판에서 살다 보니 우유 한 봉, 계란 한 판 가격까지도 강북보다 10~20% 비싼 물가, 겁 없이 불어나는 교육비, 각종 생활잡비등 경제적으로 조여 드는 생활비 부담은 차라리 기본이었다.

꼬박고박 채워 넣어야 하는 대출이자는 15년간 전업주부로 발을 묶어놓았던 아내를 다시 이리터로 내보내야 했다. 물론 자녀들도 어느 정도 성장했고 아내 역시 더 늦기 전에 자신의 시간을 보다 알체게 채우겠다는 명분은 있다.

하지만 김 팀장으로서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라는 망설임과 '그래도 애들을 위해서라면'이라는 각오가 서로 맞물리며 마음은 갈피를 못잡는다.

3년건 고교 동창인 친구 호주로 이민을 떠났다. 두 아들을 서울에서 대학을 보내자니 교육·경제 환경이 오히려 호주가 나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김 팀장은 동창의 용기가 무척 부러웠다. 여름 휴가를 맞아 서울을 찾은 그 동창생은 "강남 한복판에 아파트도 사고 너는 성공한 거야"하는 말을 했지만 김팀장은 대답 대신 아파프 건물 사이로 둥실 뜬 달을 바라볼 뿐이다.

그는 속으로 되뇌었다. '은행 빚으로 쌓은 모래성, 그 거품이 꺼지지 않게 하기 위해 얼마나 뼈 빠지게 고생해야 하는지 자네는 모를 걸세.'


우울함으로 가득찬 세상…그래도 꿈은 있다

올 추석 특별한 보너스를 기대하기 힘든 김 팀장은 침울한 뉴스로 가득 찬 신문을 읽으며 한숨을 내쉰다. 8월말 가계대출 연체율이 6월말에 비해 최대 100%까지 상승, 금융업계에 신용위기를 알리는 빨간 불이 켜졌다는 뉴스는 김 팀장으로서는 남의 애기가 아니다.

6월부터 신용카드 한도 및 담보비율 축소 등의 조치가 이어지면서 채무자들의 상환능력이 떨어진 데다 개인 워크아웃제 실시 등으로 상환의지 마저 약해져 가계대출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다는 사실에 김 팀장은 고개를 절로 흔든다.

또 수해와 태품의 여파로 한차례 오른 장바구니 물가가 추석을 앞두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올해 추석 차례상을 차리는데 4인 가족 기준으로 지난해 보다 8.7% 늘어난 13만8,000원 정도가 든다는 뉴스도 직접 쇼핑을 해야 하는 그로선 물가의 높은 벽을 실감하게 하는 소식이다.

김 팀장은 오늘도 꿈꾼다. '원스 인 어 블루 문'

입력시간 2002/09/2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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