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식' 아닌 '인사동식' 골프장 필요

"요즘 국내 골프업계는 '졸부문화'를 좇고 있습니다."

신설 골프장 실크리버CC(충남 청원권 남이면)의 박정순(56)대표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초고가 골프장 회원권 분양은 특권 의식을 이용한 일종의 귀족 마케팅으로, 국내 골프대중화의 시계를 뒤로 돌리는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박 대표는 일본 교포 사회에서 대부로 통했던 고 박종 신한은행 부회장(1999년 작고)의 둘째 아들인 재일동포 2세 사업가다. 선친인 박종 부회장은 일본에서 빠찡코 사업으로 엄청난 재산을 축적한 재일 동포 1세대로, 1970~80년대 재일 동포들의 자금을 모아 국내에 투자 시킨 역할을 해온 재력가다.

박 대표가 국내 골프장 건설에 뛰어든 것은 1969년. '고국 땅에 골프장다운 골프장을 세워 보겠다'는 선친의 듯에 따라 박 대표가 위치 선정에서 설계, 건설에 이르기까지 골프장 건설 실무를 총괄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건설업체가 부도가 난데다 1999년 선친이 타계하고, 엎친데 겹쳐 박 대표가 대장암으로 2차례 대수술을 받으면서 골프장 개장이 늦어지게 됐다.


컨트리 클럽 개념의 대중 골프장이 바람직

벅 대표가 골프업계에서 주목 받는 것은 독특한 골프장 경영 방침 때문. IMF 외환위기 이후 국내 골프장 업계는 소수 정예 회원을 대상으로 한 초고가 회원권 본양이 유행하고 있다. 그로 인해 최근 수도권 인근 골프장의 회원권 분양가는 3~5억원을 호가한다.

그러나 박 대표는 국내 골프계에서 이런 초고가 회원 마케팅은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는다.

"국내에는 골프장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정확한 마케팅이 정착돼 있지 않아 골프장 분양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요즘 국내에선 무조건 초호화, 초고가 VIP 회원권 분양 일색인데 그것은 일본에서 보듯 실해할 확률이 큽니다. 지금 일본의 리조트형 호화 골프장들이 일년에 수십개씩 파산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컨트리 클럽 개념의 대중 골프장으로 가야 합니다."

박 대표는 골프장은 크게 컨트리 클럽형과 리조트형 골프장으로 구분해 건설, 분양, 관리까지 별도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컨트리 클럽형 골프장은 주민들이 20~30년간 이용할 대중 휴식 공간이라는 점에서 화려함 보다는 실용적이고 싫증이 나지 않게 꾸며져야 한다는 것이다. 회원가도 국내 현실로는 1억원 내외 수준이 적절하다고 박 대표는 말한다.

반면 리조트형 골프장은 그야말로 일년에 한두번 가는 수준의 고급 휴양지 개념이 적용된 골프장을 말한다. 따라서 내부 장식이나 운영이 고급화된 골프장을 뜻한다.

박 대표는 최근 들어 국내 골프장 업계는 이런 특성을 무시하고 무조건 리조트형 초호화 골프장 일변도로 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다 보니 회원가만 4억이니 5억이니 하는 터무니 없는 수준으로 올라간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우리 골프장은 호사스럽지만 수명이 짧은 '압구정식'이 아니라, 소박하면서도 싫증이 안나는 '인사동식'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에는 현재 400만명의 골프 인구에 2,500개의 골프장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는 300만명의 골프 인구에 골프장은 단 150여개의 불과합니다. 그러나보니 부킹 전쟁이 심화되고, 소수 회원에게 특혜를 주는 고가의 VIP회원권 시장이 난무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일본에서는 이런 리조트형 고가 회원권 골프장들이 수없이 문을 닫고 있습니다. 골프 대중화를 위해서는 이런 특수 계츨을 겨냥한 마케팅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일본에서도 도쿄클럽이나 고가네이 CC 같은 진짜 명문은 6분 티업 간격에 소박한 클럽 하우스를 가진 대중 골프장들입니다. 골프장 명문의 기준은 시설이 아니라 바로 그 골프장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매너 수준에 달려 있습니다."

10월말 그랜드 오픈 실크리버CC는 1억4,700만원에 600명의 정회원(국외 100명 포함)을 모집할 계획이다.

입력시간 2002/09/2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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