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즐겁다] 전남 영암 월출산

뛰어난 산세 자랑하는 호남의 금강산, 유서깊은 사출 품은 영산(靈山)

월출산을 일컬어 '돌불꽃'이라 부른다. 부드러운 능선과 펑퍼짐한 산봉우리가 대부분인 우리나라 여타의 산에 비해 유난히 바위봉우리가 많아서다. 아니 많은 정도가 아니라 보이는 것이라곤 바위뿐이다.

그래서 어느 산악인은 월출산의 바위를 보고 "월출산에 꽃보다 바위가 많고, 찾아오는 사람들의 감탄사 보다도 바위가 많다"고 격찬해 마지않았다.

그 바위들은 하나같이 하늘을 향해 훨훨 타오르는 형상이다. 남도에 스민 정기를 하나로 모아 하늘을 불태우고 남을 듯한 기세로 훨훨 타오르는 불꽃처럼 생겼다. 그래서 '돌불꽃'이다.

월출산(808.7m)은 전라남도 영암군과 강진군의 경계에 우뚝하게 솟은 산이다, 주봉인 천황봉을 비롯해 향로봉과 도갑동 등 세봉우리가 우둑 솟았다. 그밖의 봉우리들은 중심이 되는 볼불꽃을 숭배하며, 더러는 성채를 둘러 외풍을 막아주며 불끈불끈 치솟았다.

그 바위들 모두 제각각의 모양과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데 구정봉, 양자암, 사자봉, 용암, 운차, 록차, 쌀바우, 호암, 흰덕바우, 국사암, 용바위, 희서리바위, 거북바위, 공알 바우 등이 익히 알려진 돌불꽃의 이름이다.

이 외에도 숱한 둘불꽃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길 바라고 있다.

그 바위들 가운데는 영암(靈岩)이란 지명을 낳게 한 신령스런 바위 세 개가 있었다.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월출산에는 저절오 움직이는 세 개의 바위가 있었다. 그 하나는 운무봉에 나머지 둘은 도갑봉과 용암 아래에 있었다.

이 동석은 한 사람이 흔들거나 열 사람이 흔들거나 똑같이 움직였다. 이 바위로 인해 영암에서 큰 사람이 난다 하여 이를 시기한 중국 장수가 바위 세 개를 모두 산 아래로 떨어뜨렸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스스로 월출산에 다시 올라갔다고 한다.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월출산에 제2봉인 구정봉 아래에는 동석(動石)이라 새겨진 바위가 있다.


산마루에 달덩이 걸리면 '환상' 자체

'달이 뜨는 산' 월출산. 달은 이 땅 어디에서나 뜬다. 그러나 월출산이어야 진짜 달이 뜬다고 사람들은 믿고 있다. 왜 하필 월출산이어야만 하는가.

대보름날 영암 뜰을 거닐거나 해한 가는 13번 국도를 따라가 볼일이다. 산마루에 휘영청 달덩이가 떠오르면 달빛 받아 하얗게 부서지는 바위들이 산 속에서 앞다투어 튀어나온다. 분명히 하늘에 뜬달은 하나인데 월출산엔 수백 수천의 달이 막 떠오를 참이니 참으로 경탄스러운 광경이 아닐 수 없다.

그래 영암하고도 월출산에서만 진짜 달이 뜨는 것이다.

월출산은 동에서 서로 길게 늘어섰다. 주봉인 천황봉에서 구정봉, 향로봉, 도갑봉, 주지봉이 늘어서 있는데 정상이 되는 봉우리는 어느 곳을 막론하고 바위 봉우리다.

평야에 홀로 우뚝 하니 사방 어디에서고 월출산의 훤한 이마가 바라보인다. 그 산으로 오르는 길은 천황사와 도갑사, 금릉경포대계곡 세 갈래 길이 있다. 이 가운데 천황사 코스가 가장 인기가 높다. 오름 길에 바람폭포를 즐길 수 있고, 깎아지른 벼랑 위에 걸린 출렁다리를 건너는 묘미도 있다. 천황사에서 정상까지는 2시간30분쯤 걸린다.

'호남의 금강산'이라 불릴 만큼 산세가 뛰어난 월출산에 절 집들이 둥지를 튼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하는 바로는 69개의 크고 작은 절이 월출산에 기대어 자리잡았다고 한다. 그 가운데 도갑사와 무위사는 오늘날에는 찬불소리가 높고, 터만 남은 월남사지엔 오층석탑 하나 도통한 선승처럼 우뚝하다.

그 뿐만이 아니라 월출산은 후세에 길이 빛낼 성인 두 분을 탄생시켰으니 왕인박사와 도선이 그들이다. 백제시대의 사람인 왕인박사는 일본에 신문물을 전해준 장본인이고, 통일 신라가 맺음을 할 무렵 태어난 도선은 풍수지리설의 주창차로 후세애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ㅁ 가는 길 월출산으로 가려면 영암이 들머리다. 호남고속도로 광산IC로 나와 13번 국도를 계속 따르면 나주 지나 영암이다. 도갑사와 왕인박사 유적지는 목포로 가는 819번 지방도를 따라 가면 된다. 영암에서 해남으로 가는 13번 국도를 타고 4km 쯤 가면 천황사 입구이고, 13번 국도를 따라 내처 달려가면 강진군 성전면에 무위사와 월남사지. 태평양 차밭 강진다원을 볼 수 있다.


ㅁ 먹을거리와 숙박 영암군청에 있는 동락회관(061-473-2892)은 낙지연포탕을 잘한다. 낙지연포탕은 세발낙지와 바지락을 함께 끓여 만든다. 특별한 양념을 하지 않지만 시원한 국물맛이 그만이다. 영암읍에는 월출산온천관광호텔(061-473-6311)을 비롯해 숙박시설이 많다.

입력시간 2002/09/26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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