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이대로 추락하는가…JP의 선택은?

탈당괴담 난무, 소속의원들 '문턱'위에 서서 JP 승부수 주시

“글쎄요. JP(김종필)의 마지막 승부수에 기대를 거는 수 밖에 없겠지요”

대선구도가 3파전 양상으로 굳어가면서 자민련의 한 당직자가 당의 향배를 묻는 기자 질문에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내놓은 대답이다. 그야말로 완전 사면초가에 몰린 자민련. 국정감사(10월5일 종료)가 끝나면 소속 의원들의 탈당이 도미노처럼 이어질 것이란 입소문이 돌면서 공중분해 위기감마저 흐르고 있다.

‘탈당괴담’은 한나라당과의 교감이 통하는 지역구 출신 의원들 사이에서부터 모락모락 피어 오른다. 이 상태로는 도저히 17대 총선까지 갈 수 없는 데다 지역정서가 민주당보다 한나라당 쪽으로 기울고 있어 저마다 ‘튈’ 준비만 하고 있다. 의원들 대부분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고 손사레를 치지만 ‘시기임박설’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리는 요즘 분위기다.


“누구는 어디로 튄다더라” 소문 무성

함석재(충남 천안 을)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이후 거론되는 다음 순서로는 충북의 S의원이 유력하게 지목되고 있다. 이 곳의 한나라당 지구당은 위원장이 공석상태. 전임 위원장이 6ㆍ13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후보로 나와 당선된 뒤 후임자가 결정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S의원은 교통정리가 필요 없는 무혈입성이 가능해졌다.

충북의 C의원도 탈당 예상자 명단 중 윗부분에 올라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경기고교 동문인데다 이념적 성향이 한나라당과 가장 근거리에 있다는 평가다. C의원의 형과 정몽준 의원이 서울대 동창으로 가까워 이 인연으로 14대 총선 때 정주영씨의 통일국민당 공천으로 출마한 경력도 있지만, 이번에는 “그 쪽이 아니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전ㆍ충남 지역에서는 L, L, O의원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L의원은 일찌감치 한나라당 쪽에 구애를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과거 당적을 옮겼던 전력이 부담으로 남아 있고, 또다른 L의원은 한나라당 지구당위원장이 자민련에서 한솥밥을 먹던 K 전의원인 관계로 내부 조율이 입당여부의 관건이다.

O의원의 경우는 이회창 후보와의 구원이 걸림돌. 15대 때 이 후보의 강력한 지원에 힘입어 배지를 달았지만 이후 자민련으로 둥지를 옮겨 한나라당의 비난이 빗발쳤다. 당시 이 후보의 부친이 “몹쓸 사람”이라며 단단히 화를 냈다는 후문이다. 한나라당에서는 자민련 출신 강창희 의원 등이 이들의 합류를 재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외에 다른 지역구 의원들도 내심 당적변경을 고려하고 있지만 김종필 총재와의 인연 및 인간적 의리 등을 이유로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한때 민주당과의 통합을 주장한 인사들도 있었지만 현재로선 쑥 들어간 상태다.

의원들의 ‘동상동몽(同床同夢)’식 해법은 결국 JP의 중대 결단을 재촉하는 쪽으로 초점이 모아진다. 어떤 식으로든 당의 진로를 결정하면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은 한배를 타겠지만 탈당파들은 그걸 명분삼아 이동을 강행할 태세다.

JP의 카드는 크게 세가지. 먼저 민주당이 분열되면서 통합신당이 만들어지면 자연스레 당대당으로 통합하는 방법이 있고, 두번째로 정몽준 의원 신당과의 연합, 마지막으로는 한나라당으로 합류하는 안이 있다.


좁은 선택폭, 마지막 카드에 관심

제1카드는 통합신당 출범 자체가 반노ㆍ친노간 세력대결로 불투명한 상태인데다 충청권 바닥 정서와 다소 배치된다는 점에서 전체 의원의 동의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자칫 비례대표 몇 명만을 가지고 초라하게 입성할 수도 있다.

정 의원 신당과의 연합 카드는 지금으로서는 가능성이 높다. 국민통합을 부르짖는 정 의원 신당에 민주당 이탈세력과 함께 합류할 경우 자연적으로 ‘어른’의 위치도 유지할 수 있어 모양새는 좋은 편이다. 하지만 정 의원의 지지도가 끝까지 유지되느냐가 관건이다.

1,2카드가 불발될 경우 한나라당 합류안이 대두되지만 이는 ‘3김’ 청산을 강조하는 이회창 후보측에서 오히려 꺼리고 있어 문제다. 한나라당에서 JP에 대한 예우 문제와 함께 득표전에서도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 이 카드는 이 후보의 지지도가 하한가를 거듭할 경우 재론될 수 있을 뿐 현재 상황으로는 쉽지 않다.

결국 JP는 또다시 장고에 들어가 있다. 1997년 대선에서도 박태준씨가 DJ측에 합류한 다음에 DJP 연합에 서명했듯이 후보간 지지도를 끝까지 이리 저리 재보고 또 재본 뒤, 막판에 이르러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항상 이기는 길만을 선택해 왔다는 JP의 ‘기다림의 미학’은 자민련 소속 의원들에겐 10월의 최대 화두가 될 전망이다.

염영남 기자

입력시간 2002/10/04 14:49


염영남 liber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