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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왜 그러세요…나 남자예요"

'남성의 여성화'…'꽃미남' 신드롬

최근 ‘여성의 남성화’ 현상과 맞물려 꽃미남으로 대표되는 ‘남성들의 여성화’ 경향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각종 광고와 드라마에서부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꽃미남들의 열풍은 10대와 20대를 비롯한 한국사회의 많은 남성들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터프한 몸짓과 단단한 근육, 강한 카리스마로 정의되던 남성미는 이제 여성처럼 늘씬한 몸매와 뽀얀 얼굴, 친근한 미소를 가득 담은 아름다운 남자들에 의해 그 의미가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피부 미용 신경 "외모도 경쟁력"

인터넷 관련 벤처회사에 다니는 김형석(31)씨. 자타가 공인하는 꽃미남으로 피부를 비롯한 패션, 액세서리까지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원래 남성답지 않은 깨끗한 피부를 가진 김씨지만 일주일에 두어 번은 수분팩을 거르지 않고 알코올 성분이 약한 기능성 여성 화장품을 사용한다.

또한 부드러운 인상을 풍기는 캐주얼 의상으로 매일 코디에 신경을 쓴다. 꽃미남이라는 자신의 별명을 좋아하는 김씨는 “능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자기관리이며 외모도 경쟁력인 시대”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오직 일에만 파묻혀 정신 없이 시간을 보내던 남성 직장인들이 변하고 있다. 김씨와 같이 피부미용을 위해 적잖은 신경을 쓰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담배냄새가 몸에 배는 게 싫어 아예 금연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근육을 만들기 위해 찾던 헬스장 대신 전신마사지 숍이나 네일케어 숍을 스스럼없이 방문하기도 한다.

남성들이 꽃미남이 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강한 이미지로 권위주의적 인상을 풍기는 남성보다 자상해 보이는 눈매와 미소년같이 부드러운 인상의 남성이 사회와 여성에게 환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꽃미남다운 준수한 외모와 말투, 분위기는 대인관계나 면접 등에 있어서도 훨씬 친근감 있게 어필한다.

어린왕자처럼 순수해 보이는 외모를 위해서는 매너 있는 행동도 빼놓을 수 없다. 회사원 신주영(24)씨는 “직장 동료들중 여성들하고 성격이 비슷해 거리낌없이 친해질 수 있는 몇몇 꽃미남들이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오히려 어설프게 남성다움을 과시하려는 사람들이 왕따를 당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남성의 여성화 현상은 여성의 남성적 경향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대사회에서 남성들이 느끼는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정자수와 남성호르몬의 수가 감소하면서 나타나는 생물학적 현상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또한 일부에서는 여성의 섬세함이나 지구력 등이 요구되는 정보산업사회의 발전에 따라 남성의 여성화가 진행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목소리도 있다.


꽃미남만의 독특한 패션 스타일도 등장

꽃미남들은 패션에 있어서도 그들만의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딱딱한 정장보다는 날씬하고 훤칠한 키를 돋보이게 하는 세미정장 스타일을 즐겨 입는다. 둘째 의상과 코디할 수 있는 특이한 액세서리는 두어 개쯤 꼭 갖추고 있다.

셋째 꽃미남임을 단번에 알려주는 향수를 빼놓지 않는다. 패션 코디네이터 홍진영씨는 요즘 꽃미남 부류에 속하는 직장 남성들의 상당수가 이러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러한 꽃미남 바람은 패션계와 화장품 업계에도 불고 있다. 기존의 남성 정장 브랜드들은 어두운 컬러나 우아한 스타일을 고수하면서도 한결 부드러운 선을 강조하거나 광택 있는 소재를 사용해 액센트를 주고 있다. 또한 전체적인 브라운 계통의 컬러에 노란 색과 오렌지 등의 밝은 색을 더해 까다로운 꽃미남들의 구미를 맞추고 있다.

내츄럴한 분위기의 캐주얼 의상들도 꽃미남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에 속한다. 처음부터 셔츠나 니트, 스웨터 등 남, 여 공용으로 만들어진 제품이 많기 때문에 정장과 함께 입으면 부드러운 이미지를 쉽게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학원에서 대학생들에게 토익을 강의하고 있는 강사 오재철(37)씨는 출근전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바로 의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강사들도 옆집 아저씨 같은 풋풋함으로 어필하기보다는 요즘 대학생들의 취향에 맞는 젊고 세련된 이미지로 다가서기 위해 외모에 많은 노력을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꽃미남을 위한 액세서리도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은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펜던트의 목걸이나 새끼손가락에 끼는 작은 반지 등은 신세대 꽃미남들 사이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한 가방이나 지갑 등도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이 선보여 꽃미남 다운 귀여움을 표현하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요즘 남성들이 관심 있어 하는 부분으로는 피부미용을 위한 남성 전용 화장품을 빼놓을 수 없다.

얼마전 모 화장품사에서는 칙칙한 얼굴을 환하게 보이게 하는 파운데이션 종류의 컬러로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음주와 흡연이 과한 남성들의 피부개선을 위해 고기능 에센스나 피지나 모공관리를 위한 프로그램도 판매되고 있다.


"예뻐야 산다" 쌍꺼풀 성형수술도

모 피부과 전문의는 예전 같았으면 여성들이 주를 이루었을 병원 온라인 상담소가 직장 남성들의 질문들로 메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보통 얼굴의 잡티나 여드름을 상담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박피나 제모수술 등을 상담하는 적극적인 남성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남성들의 외모에 대한 관심은 성형수술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선 꽃미남들의 트레이드마크인 쌍꺼풀 진 커다란 눈은 얼굴성형에서도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수술 중 하나다.

하지만 너무 짙은 쌍꺼풀은 남성의 경우 오히려 부담감을 안겨줄 수 있으므로 일반적으로 속쌍꺼풀 시술이 이루어지고 있다. 주름살 수술의 경우 4∼50대 남성들이 선호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 밖의 미백이나 고른 치아를 위해 정기적인 스케일링과 교정기를 착용하는 남성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남성들의 경우 수술 등을 통해 자신감을 얻거나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기쁨을 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형수술의 경우 일반 피부관리와 달리 신체적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판단해 실천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모든 것이 그렇듯이 무조건 추종하기 보다는 자신의 개성에 맞는 적절한 개선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현명할 것이다.

이러한 꽃미남 열풍은 방송과 업계의 전략에 힘입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웬만한 여성의 피부를 능가하는 새하얀 피부와 귀공자 스타일의 외모. 이 모두를 갖춘 꽃미남들은 누가 뭐래도 요즘 한국 문화의 분위기를 이끌어 가고 있는 대표주자이다.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많은 한국의 남성들이 이 대열에 합류한 것을 보면 앞으로도 계속 꽃미남이 진짜 미남으로 자리잡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남성의 여성화 현상은 그간 강요되어온 남성다움에 의한 반란의 꿈틀거림 일수도 있는 것이다.

강윤화 자유기고가 soulour@mail.co.kr

입력시간 2002/10/0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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