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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가는 모바일 게임

벗기기·죽이기 등 자극적 아이템 일색, 플래시 이용한 유포 심각

모바일 게임이 정부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는 최근 모바일 게임 3편에 대해 사실상 ‘사형선고’인 등급보류 판정을 내렸다. 모바일 게임에 제재가 가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선전성과 폭력 일색의 모바일 게임에 대한 ‘선전포고’로 풀이한다. 조만간 업계에 대대적인 메스가 가해질 것이라는 얘기도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강간 등 반 인륜적내용, 등급보류

이번에 등급보류 판정을 받은 게임은 ‘미행’ ‘살인광잭’ ‘무아지경’ 등 3편이다. 영등위측은 “문제의 게임들이 18세 이상의 성인들이 즐기기에도 부적당할 정도로 폭력성과 선정성이 짙었다”며 등급 보류 판정을 내린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미행은 국내 와레즈 사이트를 통해 음성적으로 유포되고 있는 일본판 패륜게임 ‘미행2’를 그대로 모방했을 정도로 자극적이다.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게 미행에 성공하면 강간을 할 수 있는 게 이 게임의 줄거리다. 살인광잭이나 무아지경도 흔히 접할 수 없는 고문이나 옷벗기기 등을 소재로 채택해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영등위의 갑작스런 변화에 당황하면서도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S모바일 게임 개발업체의 김모 팀장은 “개발업체들이 게임의 질이나 콘텐츠보다는 자극적인 소재에 승부수를 두고 있다”며 “영등위가 일부 게임에 등급보류 판정을 내린 것은 어떻게 보면 오래전부터 예고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모바일 게임에 접속해 보면 수위가 상상을 초월한다. 종전까지만 해도 똥침이나 고문 등 ‘스트레스용’ 소재가 이색 게임의 주류를 이뤘다. 모바일 게임 개발업체인 이지네고가 개발한 ‘사장님 죽이기’가 대표적인 스트레스 게임이다. 이 게임은 막 입사한 신입사원이 사장을 때리고, 억지로 술먹이고, 야근시키는 등 흔히 볼 수 없는 소재를 담고 있다.

그러나 요즘 상황은 다르다. 강간 등 반인륜적인 내용도 서슴없이 게임 소재로 채택되는 추세다. 컬러 휴대폰의 등장하면서 여성의 체모가 거침없이 모니터 밖으로 비쳐지는 등 시각적인 요소도 크게 강화됐다.


청소년 접속 무방비 상태

실제 한 이동통신업체가 제공하는 게임에 접속해 보았다. ‘원나이트러브’ ‘에로삼국지’ ‘오빠따먹기’ ‘무삭제 성인게임’ ‘색골지존’ 등 제목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게임을 클릭하자마자 화면 가득 나체의 여성 사진이 펼쳐진다.

이중 한 게임에 들어가 보았다. 이 게임은 여성에게 인기를 얻기 위해 섹스 수업을 받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게임을 하다 보면 강사가 여러 가지 체위들을 지도할 뿐만 아니라 콜걸과 실습까지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다른 업체에서 제공하는 게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물론 이동통신업체들은 청소년들의 접속을 철저히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모든 게임은 성인 인증 절차를 거쳐 접속하기 때문에 청소년들은 절대 게임에 들어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주민등록번호 생생기를 이용할 경우 위조된 주민번호로 쉽게 게임에 접속할 수 있다. 특히 부모 명의로 자녀들에게 휴대폰을 사준 경우 청소년들의 성인게임 이용을 막을 방법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모바일 게임은 아니지만 플래시를 이용한 잔혹게임의 유포는 더 심각하다. 이같은 게임들은 현실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잔혹한 장면들을 담고 있는 게 특징. 피가 튀거나 사람의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것은 기본이다. 사람의 얼굴을 전기톱을 썰거나 동물을 잔인하게 죽이는 모습을 아무런 제재 없이 보여주고 있다.

‘스마일 친구 고문하기’란 게임이 대표적인 예. 이 게임은 사람의 얼굴을 전기톱, 총, 바이러스 등 10가지 도구를 사용해 고문한다. 괴롭힘을 당한 캐릭터는 고문을 받을 때마다 고통스런 표정과 함께 끔찍한 신음을 내지른다. 고문의 종류를 바꾸고 싶을 경우 ‘응급치료(First Aid)’ 버튼을 눌러 회복시킨 후, 다시 고문할 수 있다.


업계 무한경쟁이 빚은 부작용

동물학대 게임은 더 엽기적이다. 현재 사이버 공간을 통해 유포되고 있는 게임은 ‘금붕어 괴롭히기 7가지 방법’ ‘고양이 괴롭히기’ ‘개구리 믹서로 갈기’ ‘뚱땡이쥐 식인물고기에 던지기’ 등 다양하다.

이같은 게임들은 보기에도 끔찍한 장면들을 여과 없이 반영하고 있어 관계당국의 조사가 시급하다는 게 전반적인 의견이다. 고양이 괴롭히기의 경우 거대한 새총으로 고양이를 던진 뒤, 불독이 뛰어올라 고양이를 물면 사방으로 피가 튄다. 뚱땡이쥐 던지기도 식인 물고기가 쥐를 뜯어먹는 모습을 아무런 제재 없이 보여주고 있다.

경희대 권준모 교수는 이같은 게임이 청소년들의 정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권 교수는 “잔혹게임의 경우 청소년 스스로 감정을 이입하고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데다 오프라인에서 할 수 없는 온갖 행위들을 직접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일부 정신과 의사들은 청소년들이 이같은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정신병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게임 업체들이 ‘벗기기’ 등 선정적인 소재의 채택을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모바일 게임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극적인 아이템의 채택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발표한 게임산업개발원의 보고에 따르면 올해 모바일 게임이 사장 규모는 858억원. 지난해 규모가 358억원임을 감안할 때 140% 증가한 수치다. 개발원은 내년에는 성장에 가속도가 붙어 2,100억원대의 거대 시장으로 급팽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무한경쟁' 체제에서 평범한 소재로는 튈 수 없다. 영등위의 한 관계자는 “지난 8월까지 모바일게임 심의를 신청한 업체가 255개에 달한다”며 “개발업체들이 벗기기 위주로 게임을 개발하는 것도 이같은 점을 염두에 둔 조치다”고 설명했다.

실패를 하더라도 큰 타격을 입지 않는다는 점도 매력을 끄는 요인이다. 모바일 게임은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RPG)과 달리 제작기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오랜 게임개발 기간보다는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게임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실제 노리개소프트가 SK텔레콤을 통해 올해 7월부터 서비스하고 있는 ‘조이수상스키’는 서비스 첫달만에 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게임빌이 서비스 중인 ‘날려날려 대포알’도 꾸준히 10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 월 2억원 내외의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다.


대박 노리며 너도나도 게임서비스

모바일 게임 개발업체인 이지네고의 최선규 팀장은 “단일 게임이 한달에 수억원씩 벌어들이는 등 대박을 터트리자 너도나도 모바일 게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며 “업계의 성장 속도만큼 상도덕이 뿌리내리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나 형평성 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등급 분류에 대한 명문화된 규정이 없다 보니 모든 심의가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된다. 일부 게임은 아예 심의도 받지 않고 서비스되기도 한다.

모바일 게임 개발업체의 박모 이사는 “상당수 게임들이 심의를 받지 않고도 버젓이 서비스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심의가 진행된다면 누가 자발적으로 심의를 받겠느냐”며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했다.

이석 르포라이터 zeus@newsbank21.com

입력시간 2002/10/0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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