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하늘매발톱

식물이름 중에는 동물이름을 붙인 것이 많다. 강아지풀, 토끼풀, 노루귀… 강원도의 한 식물원에서는 어린이 고객을 위하여 이런 식물들만을 모은 정원을 구상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런 이름을 가진 식물들을 잘 관찰하면 정말 잘 지었다 싶을 만큼 적절한 이름들이 있는데 하늘매발톱도 그 중에 하나이다.

우선 이 식물의 탐스러운 꽃 모양을 만나면 그 아름답고 특별한 꽃 모양에 먼저 반하겠지만 이름이 붙은 연유를 알고 나면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하늘매발톱은 백두산이나 낭림산과 같은 북부지방의 고산지방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자생지 중 우리가 유일하게 가 볼 수 있는 북쪽의 백두산에 가보면 2,000m를 훨씬 넘는 초원지대에 무리를 지어 피어나는 하늘매발톱을 만날 수 있다.

민족의 영산 백두산, 그 가운데서 가장 높은 곳에 터를 잡고 아이들 주먹만한 큼직한 꽃송이, 남보라빛 꽃색이 너무도 고운 꽃송이를 다소곳이 고개 숙인 채 내어놓은 하늘매발톱을 보노라면 어느새 가슴에 작은 감동이 일곤 한다.

하지만 이 꽃을 백두산에 가야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워낙 꽃이 좋고 잘 자라므로 일지감치 재배에 성공하여 보급이 된 덕택에 우리 꽃을 파는 시장이나 우리 꽃으로 만든 꽃밭에 가면 어김없이 볼 수 있는 가까워진 식물이다.

하늘매발톱은 요즈음처럼 푸르고 높은 하늘을 이고 산 높은 곳에서 자라던 탓인지 키는 그리 크지 않아 30cm 남짓이고, 이른 봄에 아기 피부처럼 부드러운 새 잎이 나오는데 뿌리 근처의 잎은 세 갈래씩 두 번 갈라져 마치 불규칙한 9장의 작은 잎이 달린 것처럼 보인다.

꽃은 한 여름에 핀다. 줄기 끝에 고개 숙여 달리는 꽃은, 크기도 크려니와 꽃색도 남보라색이며 꽃잎의 안쪽은 미색을 띄고 있어 매우 아름답고 그 모양 또한 매의 발톱을 닮은, 툭 튀어나오는 부분을 가지고 있어 이 집안 식물말고는 닮은 식물 찾기가 어려울 만큼 특별하다. 가을에 익는 열매는 열매 속에는 까만 종자가 많이 들어 있다.

하늘매발톱꽃은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한다. 그래서 그 과 식물들이 의레 그러하듯이 고운 꽃모양을 하고 있으면서도 식물체에는 독성이 있어 자신의 방패무기로 삼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꽃에 왜 매발톱이라는 무서운 이름이 붙었을까?

앞에서도 잠시 말했지만 이 꽃의 뒷부분, 톡 튀어나와 꿀이 고이는 부분이 있으며 이를 ‘거(距)’라고 부르는데 이 부분이 마치 병아리라도 낚아 챌 듯 발톱을 오므리고 있는 독수리의 발을 닮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매발톱종류의 식물에 붙이는 속명 아킬레지라(Aquilegia)는 독수리란 뜻의 라틴어 아퀼리아(aquilia)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하늘'이라는 글자는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 우리 나라의 가장 높은 산에서 자라므로 붙은 이름일 터이다. 하늘매발톱은 사람에 따라 산매발톱, 골짝발톱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장백누두채(長白樓斗菜)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정원에 심어 두면 아주 좋은 꽃을 볼 수 있으며 한방에서는 여자들의 월경에 관한 병에 주로 처방한다.

요즈음 남북은 활발한 교류로 관계가 한층 부드러워 졌다. 따지고 보면 북쪽에 살던 하늘매발톱은 훨씬 그 이전에 이 땅에 들어와 일찌감치 교류를 시작한 셈이다.

이유미의 국립수목원 연구사

입력시간 2002/10/0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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