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연민의 표정은 무얼 말하는가

■제목: 앉아있는 누드(Female Nude)
■작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
■종류: 캔버스 유화
■크기: 92cm x 60cm
■소장: 런던대학 커톨드 인스티튜트 갤러리

디지털 카메라와 컴퓨터를 이용해서 손쉽게 자신의 모습을 변형하거나 무제한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해진 현재에도 사진관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지나간 것들에 대한 그리움과 사진이 담고 있는 인간적인 매력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가 찍은 사진보다 나와 가까운 사람이 찍은 보통의 스냅사진에 더 강한 애착을 느낄 때가 있다. 가장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나의 모습을 포착해내는 애정어린 마음이 더해지는 탓일까?

이탈리아의 정열을 가졌던 아메데오 모딜리아니는 일생을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으로 작품을 완성해 나갔다. 길게 늘어뜨린 얼굴과 목, 연민어린 눈빛으로 화면을 응시하는 작품 속 주인공들은 관찰적 시각으로 만들어진 일반적 인물에서는 느낄 수 없는 끈끈함이 어려있다.

이탈리아의 전통과 철학자 스피노자의 모계 혈통을 이어 받은 모딜리아니는 고전적 전통과 함께 폭발하는 열정에 질서를 부여하는 단아하면서도 균형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는 회화보다 조각에 더욱 매력을 느꼈으나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원하는 만큼의 조각작품을 이루지 못했다.

그로 인한 갈등과 좌절된 열정은 모딜리아니를 마약과 술로 빠져들게도 하지만 그 시대 회화에서 볼 수 없었던 그만의 독특한 조형의지를 캔버스로 옮겨 인간과 예술사이의 친밀한 대화를 만드는 근원이 되었다.

귀족 문화적인 초상화의 실체는 어느덧 인간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을 불러 일으키는 소박한 정서로 자리 잡아 작품 속 인물들은 마치 금방이라도 말을 걸 듯 혹은 잠시 명상을 하는 듯, 보는 이와의 관계의 끈을 놓치지 않는다.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2/10/07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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