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균 개그펀치] "국회에 뱀 풀거야"

10년쯤 전에 교통사고를 당한 적이 있었다. 오른쪽 팔을 심하게 다쳐서 수술을 하기 위해 각종 검사를 했다. 피검사 결과 알콜성 지방간이 아주 심각한 상태였다. 수치가 너무 높아서 결국 팔을 수술하지 못한 채 오랜 시간에 걸쳐 재활치료를 받아야 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만약 교통사고가 나지않았다면 검사를 받지도 않았을 것이고 위험한 상황에 다다를 때까지 결코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그후 몇 년간 팔 치료와 더불어 지방간을 치료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주변에서 몸에 좋다는 온갖 약을 일러주었었다.

나역시 죽을병이라도 걸린 것처럼 겁에 질려서 그런 온갖 약이며 민간요법을 마다하지 않았었다. 굼벵이나 올갱이가 간에 좋다고 해서 먹어도 봤고 홍콩에 갔을 때는 편자황이라는 약이 좋다고 해서 일부러 사오기도 했다.

그뿐인가 인진쑥도 효과가 좋다고 해서 환약으로 빚어먹고 물로 끓여 마시기도 했는데 쓰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다. 아내가 살짝 맛을 보고는 “사람이 얼마나 독하면 이걸 벌컥벌컥 마시냐”고 할 정도로 독한 쑥물을 거침없이 마셔댔다. 그만큼 내몸의 건강에 대한 염려가 컸었다.

내가 아는 후배 하나가 늑막염에 걸렸었다. 병원에 입원을 하고 나서 퇴원을 했는데 그 녀석의 집념 또한 만만찮은 것이었다.

하루는 녀석이 아주 심각한 얼굴로 나를 붙들고는 통사정을 했다.

“형, 나랑 지네 한번 먹어볼래?”

알고보니 누군가가 늑막염 치료에 말린 지네를 먹으면 좋다고 했다는 것이다. 말린 지네를 닭과 함께 푹 삶아서 국물을 먹으라고 했다는데 문제는 녀석이 애인도 없었고 혼자 살고 있었는데 시골의 부모님이 걱정할까봐 늑막염으로 입원했다는 것도 알리지 못한 처지였다.

녀석의 처지가 하도 딱해서 같이 경동시장을 돌아다니며 말린 지네를 사고 닭을 사서 녀석의 자취방에 가서 끓여주었다.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온다. 다 큰 사내들이 지네가 둥둥 떠있는 뽀얀 국물을 앞에 두고 마치 사약이라도 받은 사람처럼 결연한 표정으로 두 눈을 질끈 감고 ‘원샷’으로 마셔버렸었다.

연예인들 역시 자신의 몸을 끔찍하게 위한다. 불규칙한 생활습관과 식습관 때문에 섬세하게 관리를 하지 못하면 쉽게 건강을 해치기 쉽다. 그러기 때문에 몸에 좋다고 하면 약이든 보양식품이든 무조건 먹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너무 가냘프고 청순한 이미지를 가진 A양은 빼놓지않고 팩에 든 개소주를 쪽쪽 빨아먹는다. 그뿐인가. 인터뷰에서 “저는 건강은 타고 났어요. 일이 많을수록 힘이 넘쳐요” 하고 환한 미소를 짓는 B양의 가방을 열어보면 종류도 알 수 없는 온갖 약들이 넘쳐 난다. 비타민은 기본이고 몇가지의 영양제며 생식가루, 홍삼과 한약들까지 하나 가득이다. 그리고 툭하면 그것들을 이것저것 섞어서 먹는 모습은 필사적이다.

얼마전 A군이 체력이 딸린다며 생사탕을 먹어볼까 하길래 내가 마침 아는 땅꾼이 있어서 전화를 걸었다. 나도 아직까지는 뱀은 먹어보질 않아서 잘 모르기 때문에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요즘 뱀이 제일 잘 잡힌다며? 겨울잠 자러 가려구 뱀들이 잔뜩 배가 불러있을 때라고 하던데. 참, 칠점사라는 뱀이 좋다던데…”

그러자 이 땅꾼 형이 펄쩍 뛰었다.

“아, 그거는 잡으면 안되는거야. 구렁이하고 칠점사는 잡으면 안되는거야. 뭐 허긴 싸가지 없는 땅꾼놈들은 잡기도 하겠지만 난 그런짓은 안해.”

“그래도 요즘 벌이가 괜찮겠네.”

“이것도 직업인데 조만간 퇴직하게 생겼다. 지금까지는 칠점사하고 구렁이만 빼고는 다 잡게 했는데 앞으로는 안된단다. 일절 뱀을 못잡게 하는 법을 만들려고 준비중이라는데 그럼 나 같은 사람은 뭘 먹고 살라구.”

한참 넋두리를 하던 그 땅꾼형은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 뱀을 못잡게 하는 법이 생겨봐. 가만 안있을거야. 내가 국회에다가 뱀 푼다…”

입력시간 2002/10/0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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