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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색과 기운

[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색과 기운

계절의 변화는 대기 온도의 변화로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소리로도 느끼고, 맛으로도 느끼고, 냄새로 느끼고, 색으로 느낀다.

계절의 변화를 단지 추워서 두꺼운 옷으로 갈아입는 것으로만 느끼는 사람은 불행한 사람이다. 풀벌레의 울음소리, 바람이 실어오는 내음, 사과의 맛에서 가을을 느끼고, 세상의 색이 변해 가는 것으로 가을을 맛보는 사람이 진정 삶을 아는 사람이다.

계절이 바뀌면 나무들의 색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의 옷도 갈색으로 바뀐다. 우리는 왜 가을이 오면 분홍 옷은 놔두고 갈색 옷을 입을까?

색은 빛의 스펙트럼의 차이에 의해 달라지는 시각 감각의 특성이다. 사람의 눈은 외계를 색과 형태에 의해 지각하므로 색은 시각의 기본적 요소 중 하나로 되어 있다. 눈의 망막에는 원추세포와 간상세포라는 두 종류의 시세포가 있는데, 태양이나 전등과 같은 밝은 조명 밑에서는 원추세포가 작용하여 색 지각을 만들고, 달빛과 같은 어두운 조명 밑에서는 간상세포가 작용하여 흑백사진과 같은 무채색의 시각을 만든다.

빛은 전자기적 진동, 즉 전자기파이며, 그 파장이 400 nm에서 약 700 nm 사이가 가시광선이다. 이 빛을 프리즘을 사용하여 각 파장으로 나누면, 파장이 짧은 쪽부터 남보라, 파랑, 청록, 초록, 연두, 노랑, 귤색, 주황, 빨강의 차례로 배열되어 무지개 색이 된다.

빨간 사과, 갈색 낙엽 등과 같이 우리는 물체에 색이 있다고 느끼는데, 이것은 빛이 물체를 반사하거나 투과할 때 그 물체 특유의 성질 때문에 변화되기 때문이다. 사과의 경우는 붉은 파장은 잘 반사하지만, 노랑 이하의 짧은 파장의 빛은 거의 흡수하기 때문에 빨갛게 보인다. 이렇듯 색은 그 물체가 가진 속성을 반영한다.

음양오행학설에서는 푸른색을 솟구치는 목(木)의 기운에, 붉은 색은 확 번져나가는 화(火)의 기운에, 노란 색은 흙의 기운에, 흰 색은 금(金)의 기운에, 검은 색은 수(水)의 기운에 배속시킨다. 즉 푸른색을 띈 것은 새싹이 흙을 뚫고 나오는 그러한 성질을 가진 것이라는 뜻이다.

우리 얼굴에도 이러한 다섯 가지 색이 나타난다. 화가 나면 얼굴이 붉어지고, 공포감이 생기면 흑빛으로 변한다. 화가 나다 못해 분노가 치솟으면 오히려 파래지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얼굴의 색은 각 장기의 활동상태를 나타낸다.

봄에는 간이 활동하기 때문에 약간 푸르스름한 것이 정상이고, 여름에는 불그스름한 것이 정상이고, 겨울에는 거무스름한 것이 정상이다.

겨울에 얼굴이 붉다면 심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 봄에 얼굴이 창백하다면 봄답지 못한 봄을 살고 있는 사람이 된다. 계절의 변화만 얼굴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체해서 위장에 탈이 난 사람은 얼굴이 노래지고, 심장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이마가 붉어진다. 턱이 붉어지는 여성은 월경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 중풍환자 중 분홍색 얼굴을 띈 사람이 많은 것도 우연이 아니다. 애들이 경기를 일으킬 때 얼굴이 파래지는 것은 간(肝)이 관련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인간은 솔직하게 색을 통해서 자기 안을 드러낸다. 얼굴 뿐 아니라 옷에서도 이것은 나타난다. 색은 말없이 주장하는 그 사물의 존재성이며, 투명한 자기과시이다.

우리가 어떤 예술작품이나 예술가에게 어떤 색을 띈다고 하거나, 자기 색깔이 있다는 등의 표현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이다. 사람은 자연과 동화하고 싶은 본능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그것이 삶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가을에는 수렴하고 거두는 가을의 빛, 낙엽과 같은 색의 옷을 입는다.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병원장

입력시간 2002/10/0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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