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대선구도 대예측] MJ, 충청권 잡으면 夢 이룬다

“왜 나는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가?” 이 질문은 아주 중요한 질문이다. “왜 다른 사람이 아니고 내가 반드시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필연성이 있어야 한다.

1980년 미국에서 TV 뉴스방송시간에 한 앵커가 테드 케네디 민주당 상원의원에게 “왜 당신은 대통령이 되고자 하십니까?”라는 질문을 하였다. 케네디 상원의원은 엉뚱한 질문에 당황하여 횡설수설했고 결국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을 접은 일이 있다.

14대 대선에서 패배한 DJ(김대중 대통령)의 꿈은 확실하였고 반드시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14대 대선 직후부터 대통령 선거 전략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대통령이 반드시 되어야 하는 이유와 필연성을 주변의 모든 사람이 공감하고 동의할 때 성공하는 선거가 되는 것이다.


예산정책이 유권자 움직일 것

12월 19일까지 여러 형태의 후보 검증이 있을 것이다. “왜 대선에 출마하는가?” “왜 내가 당선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지속적으로 나와야 할 것이다. 언론에서는 후보와 인터뷰를 하고 후보들의 공약을 평가하여 종합적으로 후보의 정치 색깔을 나누고 있다. 아무 의미 없는 평가다.

대통령 후보는 대통령이 되기 위하여 무슨 일, 무슨 말이라도 하기 때문이다. 후보의 정책과 공약의 평가보다는 평소 언행과 정치적 행보에 더 많은 비중을 두어야 한다. 정치권은 구호성 공약에 익숙하다. 13대 노태우의 “보통사람 시대” 14대 김영삼의 “신한국” 15대 김대중의 “준비된 후보” 등이 그 예가 되겠다.

16대 대선에 와서도 변함이 없다. 정치불신과 냉소주의가 만연한 오늘 막연한 공약과 구호보다는 구체적인 포켓북(pocket book) 이슈만이 유권자를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정책대결의 바탕은 예산의 우선순위를 어디에다 두는가에 있다. 후보들의 장밋빛 공약보다는 년 110조원 정도로 한정된 예산이라는 테두리 속에서 후보들로 하여금 예산 정책과 세금 정책을 발표하게 하여 정책이 비교될 때 진정한 정책 대결이 될 것이다.


사표견제심리가 당락 가른다

1997년 나는 대구를 여러 번 찾았다.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은 전국적으로 10%에 머무르고 있던 9월과 10월 경 TK 유권자들은 만약 DJ의 당선가능성이 커지면 영남 유권자들은 이회창을 다시 지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사표(死票)견제심리’라고 했다. 그대로 됐다.

금년 대선에서는 호남에서 사표견제심리가 작용할 전망이다. 이회창이 당선 될 것 같으면 이회창을 이길 후보에게 호남권 표가 몰려 갈 것이다. 그런 전망은 작년부터 감지되었고 이미 그런 현상은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 선거란 일차적으로 표밭의 확보다.

이회창의 경우 반DJ 정서가 굳은 영남 유권자와 우파 보수적인 유권자들이 표밭이다. 노무현 후보의 경우 DJ를 지지하는 호남권 유권자들과 좌파 진보적인 유권자들이 표밭이다. 이회창의 표밭이 노무현의 표밭보다 크기 때문에 양자 구도에서 이 후보가 유리하다. 13대와 14대에서 DJ가 패배한 이유는 표밭이 작았기 때문이다. 정몽준 후보는 이런 의미의 표밭은 없다고 보아도 무리는 아니다.


昌 당선 위해선 DJ때리기 멈춰야

다음이 플러스 알파 전략이다. 플러스 알파 전략으로 5% 내지 10%를 얻을 수 있는데 플러스 알파 전략이 성공하려면 비전이 분명해야 하고 중간으로 움직여야 한다. 이회창의 경우 우측에서 좌측으로, 노무현은 좌측에서 우측으로 움직여 중도파의 표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거꾸로 가고 있다. 이회창은 더욱 우측으로 움직이고 있고 노무현은 좌측으로 움직이고 있다. 정몽준이 중간에 끼어 든 것이다. 정몽준이 노무현보다 여론조사에서 앞서 있고 이회창과 오차 범위 내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은 중도에 표가 많다는 것을 증명한다.

중도표는 두 가지 성향이라고 보아야 하는데 하나는 이회창과 노무현에게 갈 가능성이 있는 부동표고 또 하나는 14대 정주영ㆍ박찬종을, 15대에서는 이인제를 지지한 20%의 반DJ 비HC(이회창) 성향의 유권자라고 볼 수 있다. 이 20%는 확실하게 정몽준을 지지할 것이다. 나는 일찍부터 노무현의 당선 가능성은 없다고 보았고 그 관찰은 지금 보아도 옳다.


盧 가능성 없어

이회창이 당선되려면 DJ 때리기를 중단해야 할 것이다. DJ는 1996년 말 97년 초부터는 YS를 때리지 않았고 DJ가 정치보복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은 YS는 비자금 조사를 97년 10월 중단시켰다.

이회창의 지금까지의 행보를 본다면 확실한 정치보복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예를 들자면 공적자금국정조사를 차기 정권으로 넘겨야 한다는 주장을 여권인사들은 이회창이 합법적으로 정치보복을 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여권이 병풍 세풍문제를 끝까지 물고늘어지면서 이회창을 낙마시키려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정몽준의 확실한 대선 승리전략은 충청권을 포용하는 것이다. 방법은 정몽준의 정치력에 달려 있지만 JP와 이인제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호남권은 사표견제심리에 의하여 정몽준을 지지하게 될 것 같다. 충청권전략만 세워진다면 충청-호남 지역연합의 지원을 받아 정몽준이 낙승할 수 있을 것이다.

권력의 핵심은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가 대통령, 둘째가 국회의원 공천권, 셋째가 차기 대선 주자다. 이회창이 당선되면 권력이 집중될 전망이고 국회까지 장악하고 있어 절대적 정치권력을 갖게 될 것이다. 절대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또 법치라는 명분으로 정치보복이 시작될 것이다.

정몽준이 당선된다면 권력은 3분 될 것이다. 대통령 밑에 당 대표가 공천권을 갖게 될 것이고 실권형 총리가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가 될 전망이다. 권력은 나누어져 서로 견제할 때 정치는 투명하여지고 부패도 없어진다.


대통령선거는 축제가 아니다

어느 학자가 대통령 선거를 축제분위기에서 치르자고 하였는데 유신 정권에서나 하는 말이다. 대통령 선거는 국운을 결정하는 심각하고 엄숙한 국가 대행사다. 투표권 행사는 주권 행사라기보다는 민주주의 국가의 시민의 가장 신성한 의무다. 잘 못 던진 한 표가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갈 수도 있고 나라를 전쟁으로 몰고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양대학교 석좌교수 이영작

입력시간 2002/10/10 16:25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