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대선구도 대예측] 관상으로 풀어 본 3龍 대권 판타지


##. 용틀임

훤하던 대낮이 불현듯 컴컴해진다. 하늘엔 먹구름이 잔뜩 덮였고 지상엔 암흑이다. 돌개바람까지 휘몰아쳐 만물이 몸을 잔뜩 움츠려 숨을 죽이고 있다. 마른 번개가 전장(戰場)의 화약고처럼 사방에서 번쩍번쩍 화기(火氣)를 튀긴다.

우르릉 꽈앙 꽝!

천지를 뒤흔드는 한(寒)우뢰가 내리친다. 동해바다가 미친 듯이 뛰놀며 거친 풍랑을 뿜어낸다. 표효하는 물결 위에 세 마리의 용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저마다 토출(吐出)하는 우렁찬 포효는 지구를 삼킬 듯 드세다.


##. 세 용

세 용의 외양은 비등하다. 허나, 속을 들여다보면 딴 판이다. 두 용은 웅룡(雄龍)이요, 한 용은 자룡(雌龍)이다. 양물을 달았대서 수컷이 아니요, 음물을 지녔다고 암컷이 아니라고 했다. 성품이 남성과 여성에 가깝다는 뜻이다. 두 웅룡의 기질도 상반된다. 한 용은 청수한 가운데 위맹을 지녔고, 다른 한 용은 후중(厚重)한 가운데 위맹을 지녔다. 공교롭게도, 세 용들은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첫째는 원죄(?)다. 모든 인간은 죽을 때까지 자신들의 숙명적인 원죄에서 벗어날 수 없는 법. 세 용들도 마찬가지라 각자 원죄를 사(赦)해야 대권의 꿈이 이루어진다.

둘째는 천운이다. 진짜 용은 얕은 물에 놀지 않는 법. 대권에 도전하는 자들은 무릇 천운을 받았다. 세 용들도 그렇다. 한데 안스럽다. 하늘은 이들에게 천하 유일의 호상을 내렸으되 정작 당사자들은 이를 소중히 보듬지 못하고 있다.

셋째는 처복(妻福).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 아니라 대권은 부인의 내조에 달렸다는 뜻이다. 연한 민심은 후보자들에게 바로 가지 않고 그 부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결론은 보약취강(補弱取强), 최후의 승자가 되려면 단점을 보완하고 강점은 키워 나가야 한다.


# 용 1

원죄는 자신을 대권가도에 서게 한 은인에 대한 보은이다. 흔히들, 당시 칼자루를 쥐었던 어른으로 지칭되고 있지만 그는 아니다. 바로 C씨이다. C씨가 불의의 사고로 쓰러지지 않았다면 이 용에게 당권이 넘어오지 않았고, 당권을 잡지 못했다면 대권의 길목으로 들어서지 못했을 것이다. 어떡하든 C씨에게 보은을 해야 한다.

하늘이 이 용에게 내린 천하 유일의 명품은 눈(眼)이다. 제왕안(帝王眼)이다. 그런데 ‘병풍’ 때문일까, 최근 들어 눈의 정기가 바래지고 있다. 병풍은 곧 미풍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또 다른 바람이 밀려오고 있다. 어떤 폭풍이 몰려오더라도 부여받은 제왕안의 정기를 잃지 않으면 어천(御天)할 것이다. 눈의 기운을 되살려 유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신의 한결같은 의지와 마음가짐이다.

병풍의 여파가 길었던 때문이었을까. 그 부인의 자태 또한 전만 못하다. 예전에 보였던 온화한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고 있다. 부부의 눈빛이 다 이렇게 되면 결과는 뻔한 일. 부인 역시 예전의 안상(眼相)을 되찾아야 한다.


# 용 2

오호애재라. 이 용을 TV로 볼 때마다 안타깝다. 하늘이 부여하신 유일무이한 부귀의 상징을 왜 ‘보톡스’라는 화학물질로 약하게 했는가. 이마에 한 일(一)자로 깊이 파여 있었던 그 주름은 바로 대권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미국 대통령 조지 부시의 석 삼(三) 자 이마 주름과 견줄 만하다. 그런데 그 주름을 얕게 했으니 이를 어쩔꼬. 허나, 아직 희망은 있다. 만인지상에 앉을 대인의 관상은 성형수술을 한다고 해서 잘 없어지지 않는다. 다시 그 주름이 예전의 모양으로 원상 회복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등천(登天)할 것이다.

이 용의 원죄는 자신의 아랫사람(?)이다. 자신보다 나이가 젊은 사람일 수도 있고, 부를 적게 소유한 서민층일 수도 있고, 직업으로 따지면 노동자 계층일 수도 있다. 이들 때문에 오늘날 이 자리에 앉았을 것으로 본다.

그런데 본인은 이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해 주지 못하고 있다. 마음을 열고 이들과 함께 해야 하며, 어떤 방법으로든 이들의 기를 살려줘야 한다. 살아난 이들의 기가 자신에게 되돌아와야 대권을 잡을 밑거름이 된다. 그렇다고 편애하면 역효과.

처복 또한 수수한 서민상과 천생연을 맺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이 부인은 자신이 부여받은 친숙한 서민상을 부귀상으로 격상시키려 하는 게 관상으로 나타난다. 학력, 출신은 치장물에 불과하다. 부여받은 대로 서민상을 되찾아야 한다. 비닐하우스에서 키운 보기 좋은 화훼 꽃보다 자연 향을 간직한 수수한 들꽃을 백성들은 더 기린다.


# 용 3

골상(骨相)으론 으뜸이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받쳐 주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목소리인 음상(音相)이다. 제왕이 될 인품은 관상과 행동은 물론 음상과 식상(食相), 색상(色相)까지 균형과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이 용의 음상은 얕고 약하다. 음성이 깊고 중후하며 울림이 있도록 변한다면 이 용이 승천(昇天)할 것이다.

이 용의 원죄는 어머니이다. 대권을 잡을 자의 어머니는 타고난 위인이다. 그 위대한 어머니를 떳떳하게 자랑해야 모기(母氣)를 받는다. 이 용이 오늘날 위치에 올라온 선덕의 주춧돌은 부모의 공이기에 더욱 그렇다. 어머니가 살아 계신다면, 국민에게 미소를 보여야 한다.

그러면 모성이 민심을 움직이고 그 민심의 흐름은 본인에게 되돌아온다. 이 용은 뛰어난 골상을 주신 부모님께 늘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이에 대한 보은을 해야 한다. 그래야 대권을 잡도록 부여받은 선천운이 유지돼 뜻을 이룬다.

부부는 서로 닮는다고 했던가. 이 용의 부인 또한 복록(福綠)과 부귀를 선천적으로 겸비 받았다. 그러나 세상의 이치는 음과 양이 조화돼야 하는 법. 부부가 모두 부귀와 복록을 함께 소유하고 있다면, 서민층과의 벽을 쌓게 마련이다. 부인은 귀족층의 이미지를 털어내고 서민층으로 돌아가야 한다.


#. 승 천

승천은 인력으론 되지 않는다. 피를 튀기는 삼용상박(三龍相搏)의 아귀다툼을 해보았자 결과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세 용 중에서 누가 승천하든 그 주인공은 구 만리 운우(雲雨)를 헤치고 하늘로 올라가 오색찬란한 여의주를 희롱하여 만든 영휘(玲輝)한 빛으로 세상의 어둠을 거둬내는 청룡롱주지상(靑龍弄珠之相)의 대통령이 될 것이다.

황보 탁(소설가. 대권소설 ‘문’저자)

입력시간 2002/10/1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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