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권 신당 깃발 올린다

민주당 '후단협' 자민련과 연대, 정몽준 합류땐 파괴력 엄청

반창(反昌) 대 연대를 기치로 내건 범 중부권 신당의 신호탄이 올랐다. 새로운 신당은 자민련과 민주당의 반노ㆍ비노 그룹의 연합 토대 위에 이한동ㆍ이인제 의원 등이 뭉치고, 여기에다 정몽준 의원 신당과의 통합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비 호남ㆍ반 영남에다 중도ㆍ보수 성격의 모양새를 띠게 된다. 이러한 중부권 신당이 출범하고 정 의원이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면 연말의 대선전은 지금의 3강 구도에서 사실상 2파전으로 좁혀져 예측불허의 양상으로 치닫게 될 전망이 우세하다.

신당 출범은 민주당내 비주류들의 집단 행동에서부터 초안이 그려졌다. 김영배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내 반노ㆍ비노그룹이 10월4일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를 결성한 데 이어 비노 성향의 원외지구당 위원장들이 ‘원외 후단협’을 만들면서 사실상 민주당 분당의 서막을 알렸다.


맞아 떨어진 이해관계

후단협이 결성된 지 이틀만인 6일 김영배 후단협 회장은 JP(김종필 자민련 총재)를 만나 신당 창당 제의를 건넸다. 김 회장은 JP와의 회동 후 “공동신당 창당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으며 금명간 신당창당주비위를 구성키로 했다”고 밝혔다.

김 총재도 “조만간 새로운 것이 이뤄질 것이다. 정치가 이래서는 안돼”라고 말해 사실상 신당 창당 의사를 우회적으로 밝혔다.

신당 창당의 배경은 참여 인사들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는 측면이 많아 구상 단계에서 실제 출범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먼저 창당에 가장 적극적인 후단협 측은 대부분 민주당내 비호남 지역 의원들로 구성돼 있다. 잇따른 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민주당 의원들에게는 대선도 중요하지만 각자의 ‘명줄’이 달린 17대 국회의원 선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이들은 ‘민주당=호남당’이란 등식을 깨뜨리기 위해 가장 몸이 달아 있다.

선택의 폭이 좁은 JP에게도 김 회장의 신당 창당이 가장 솔깃한 제안이다. 이미 한나라당과의 연대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정몽준 의원 신당에 의원 몇 명만 데리고 무기력하게 합류하느니 번듯한 원내교섭단체를 갖추고 정 의원 신당을 끌어들이는 편이 훨씬 모양새가 좋기 때문이다.

또 단기필마인 이한동 의원도 신당에 들어가야 영향력 행사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고, 아직은 공식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지만 이인제 의원도 결국 포스트 JP의 충청권 맹주자리를 위해서라도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모두 정 의원 신당에 개별적으로 참여하기 보다는 신당이란 세력 형성을 통해 당대당 통합 논의를 하는 것이 여러 면에서 유리할 것으로 판단해 신당 추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 의원도 어차피 '국민통합신당'의 주 영입대상이 민주당 반노파와 자민련일 수 밖에 없는 만큼 이들이 신당을 만들 경우 어떤 형태로라도 손을 잡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반드시 합당이 아니더라도 지난 대선의 DJP 연합 같은 후보 단일화라도 이루기 위해서는 중부권 신당과의 제휴가 필요충분 조건이다.


대선전 2강 구도 될 가능성

이런 시나리오를 통해 제3당의 후보로 정 의원이 나서게 되면 그 파괴력은 예상외로 강력해 질 수 있다. 자칫 민주당의 노 후보는 이름만 남은 여권 후보로 전락할 수도 있고 3자 대결의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이는 것으로 나오는 이회창 후보도 양강 구도에서는 정 의원에게 큰 표차로 뒤지는 것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신당 출범 후 정 의원과의 후보 단일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자민련은 소속 의원의 절반 가량이 '친 한나라당계' 인사들이어서 제3의 신당쪽으로 방향을 틀 경우 곧바로 이탈세력이 상당수 발생할 수 있다.

또 ‘새 시대 새 정치’를 지향하는 정 의원이 구 시대적 이미지를 가진 자민련과 흡수통합이 아닌 당대당 형태로 손을 잡을 경우 과연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 지도 걸림돌이다. 게다가 노회한 정치 9단 JP가 이 같은 신당 애드벌룬을 밑천으로 사실상 길이 막힌 것으로 보이는 이회창 후보와의 연대를 다시 흥정할 수도 있다.

결국 신당창당으로 결심을 굳힌 후단협 측과, 어차피 손을 잡을 수 밖에 없는 정몽준 의원, 이에 대한 경계를 끝까지 늦출 수 없는 이회창 후보 사이에서 정치인생을 내건 JP의 마지막 줄타기가 관전 포인트이다.

입력시간 2002/10/1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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