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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호에 실려온 新북풍 어디까지?] 4억달러 진실게임, 끝은 어디인가

대북지원설 의혹, 평양 커넥션 여부 놓고 정치권 난타전

과연 바람은 불어오는가?

연말 대선 정국을 앞두고 남쪽과 북쪽에서 재확인된 ‘북한의 존재 가치’로 정치권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남북이 손에 손잡고 참여한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일어난 ‘북녀(北女) 신드롬’에 신의주 특구 발표, 잇따른 북일ㆍ북미 대화 등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해빙무드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남한 답방’이 성사될 경우 막판 대선정국의 ‘태풍’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이회창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는 ‘병풍(兵風)’마저 탄력을 받을 경우 ‘북풍’ 파일은 폭발적인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그러나 현대상선을 통한 정부의 4억 달러 대북 비밀 지원설을 둘러싼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과연 바람의 방향이 어디로 향할 것인지 예측이 어렵다. 한나라당은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자금 제공이라는 소위‘ 평양 커넥션’을 대선 정국에서 결정적인 카드로 활용할 것으로 보여 여야간의 막바지 힘겨루기는 ‘폭로 게임’으로 점철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10월 10일부터 시작되는 대정부 질문을 앞두고 4억 달러 대북 비밀 지원설을 둘러싼 ‘진실게임’ 2라운드에 들어갔다.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는 7일 “대북 4억 달러 뒷거래설에 대해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진상을 국민 앞에 해명하고 사실을 밝힐 책임이 있으며, 대통령에게 이를 직접 요구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반면 민주당은 국정조사 요구 공세에 맞서 ‘병풍’과 이 후보 부친의 친일(親日)의혹 등 ‘9대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며 맞대응에 나서는 등 상호 난타전이 가열되고 있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다

국감에서 쏟아진 폭탄 증언과 각종 정황 증거 등을 미뤄볼 때 현대상선에 대한 한국산업은행의 4,900억원 대출은 외압에 의한 특혜 대출이라는 단서가 곳곳에서 포착돼 배후설이 한층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산은의 현대상선에 대한 은밀한 지원 배경 역시 ‘대북사업’과 깊이 연계됐다는 점이 어느 정도 드러난 상황이다. 그러나 4억 달러의 사용처에 대한 의혹은 계좌 추적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사실상 뚜렷하게 밝혀진 것은 하나도 없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포착되지 않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청와대와 정부, 민주당 모두 계좌 추적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광옥 전 청와대 비서실장(현 민주당 최고위원)과 박지원 청와대 실장 개입 의혹 등 ‘상부 배후설’은 그 진위여부에 따라선 DJ(김대중 대통령) 정권의 정통성은 물론 후보 단일화를 통해 반전을 노리는 민주당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가능성마저 대두되고 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6일 출입 기자들과 사석에서 만나 “계좌추적을 할 경우 분식회계로 얼룩진 현대의 썩은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고 결국 대우가 무너지듯 기업 신용도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며 현대 내부문제에 초점을 맞춰 계좌추적에 대한 반대입장을 재차 밝혔다.

결국 현대상선 스스로가 진실을 밝히지 않는 이상 자금의 용처(用處)는 밝힐 수 없다는 것이 청와대의 일관된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스스로 밝히지 않는 이유에 대해 “기업들은 매를 맞더라도 그 순간 위기만 넘기면 된다는 속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대상선 측의 입장은 오히려 정 반대다. 현대 경영전략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밝혀질 일을 가지고 우리가 왈가왈부할 필요가 있겠는가”라며 “이번 정권에서 밝혀지지 않는다면 차기 정권에서 밝혀질 일을 우리가 먼저 나서서 밝힐 이유는 없다”며 오히려 느긋한 표정이다.

현대 울타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정몽준 의원 역시 최근 관훈토론에서 ‘대북 비밀지원설’에 대한 진상규명을 외쳤지만 결코 홀가분한 입장은 아니다.

‘대북 비밀지원설’의 포문을 연 엄호성 한나라당 의원은 4일 주간한국과의 인터뷰에서 “현대상선의 거액대출 사실을 MJ(정몽준 의원)가 당시 모르고 있었다 해도 당시 현대 계열사간의 상호지급 보증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는 구조에서 대주주인 그가 정치인으로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칼날을 고추 세웠다.


현대 관계자 입이 열쇠?

지난 주 국감 증인으로 출두해 현대상선 대출과 관련, ‘청와대 지시’ 확인 등 폭탄 증언을 쏟아낸 엄낙용 산은 총재의 발언 배경과 미국 외유를 마치고 10일께 귀국 예정인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의 향후 입장 정리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정부와 금융계에서는 엄 전총재의 충격 발언 배경과 관련해 해석이 분분하다. 일부에서는 현 정권의 홀대에 대해 ‘작심하고 비수를 뽑았다’는 관측이 있는 반면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올곧은 성격에서 비롯된 소신행동이라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엄 전총재는 재경부 차관을 거쳐 2000년 8월~2001년 4월 산은 총재로 재직하던 중 부실 대기업 지원문제와 관련해 정부 고위층과 마찰을 빚어 경질된 것이 ‘비수론’의 주된 배경이다. 또 대북지원설 포문을 연 엄호성 의원과 종친으로 친분이 있고 이회창 후보의 동생인 이회성씨와는 경기고 동문으로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1년 후배),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3년 후배)과도 안면이 있다는 점등이 한나라당과의 사전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그와 함께 일을 해본 경제계 인사들은 원칙에 입각한 그의 곧은 성격과 정확한 일 처리 등을 놓고 볼 때 정치적인 의도보다는 소신 있는 증언이라는 주장이 일반적이다.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의 귀국 역시 향후 파문을 고려할 때 커다란 관심의 대상이다. 정 의장은 국회 국감 문광위 증인으로 채택되기 직전인 9월21일(추석) 개성공단 사업 해외 투자자와의 간담회 등을 명분으로 도미, 이미 이번 국회에 ‘대북 지원설’에 대한 파문을 예견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같은 시기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 역시 치료를 위해 도미했고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도 평양과 중국을 방문한 후 10월 초 귀국 예정이었으나 이를 변경, 사태추이를 관망하며 귀국일정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정부 질문이 시작되는 이번 주는 정치권의 대북 비밀지원설 공방으로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2002/10/1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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