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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동지 의식을 노래한 제 4회 ‘문학 카페 명동’

외국인 노동자들의 아픔 함께 한 의미있는 공연

“사회를 맡아 달라는 청탁을 받았을 때만 해도 과연 얼마나 서로 어우러질까 하는 의구심이 솔직히 들었어요.” 재치 있는 입담으로 무대를 이끌어 오던 신세대 문학 평론가 최성실씨가 열기가 채 식지 않은 무대 한 켠에서 말했다.

10월 4일 오후 7시 명동 밀리오레 이벤트홀 옥상의 야외 특설 무대에서 민족문학작가회의 ‘문학 카페 명동’이 문을 열었다. 700여 관객들이 임시 좌석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운동권 문화와 대중 문화의 간극을 허문 참신한 무대에 대한 호응이 갈수록 높아 가고 있다는 증거다.

시인 신경림-가수 한영애로 발걸음을 뗀 민족문학작가회의 ‘문학 까페 명동’이 이날로 4번째 신고식을 치렀다.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연대(聯帶)의 밤’, ‘김소월 정지용 시인 탄생 100주년 기념 문학제’ 등 앞서 치렀던 행사들을 이은 이날, 좌석은 만원 사례였다. 소비와 향락의 도시 한가운데에서 보란 듯이 새로운 문화의 가능성을 1시간 40여분 동안 즐겁게 시험하고 있었다.

이날 출연진은 민문작 이사장이자 소설가인 현기영씨와 노래패 노찾사였다. 노찾사의 명곡 ‘사계’가 무대를 열었다.

최근 댄스 그룹 거북이가 신나는 댄스 버전으로 불러 정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곡이다. 그러나 남자 둘, 여자 둘로 이뤄진 네 명의 노찾사 멤버들이 정성스레 들려 준 ‘사계’는 요즘 청소년들이 댄스곡으로만 알고 있기 십상인 이 노래가 ‘아픔의 노래’였다는 사실을 일러주기 족했다.

진행자는 “피로와 졸음에 내몰린 미싱공이 바느질하다 자기 손까지 박고 만 장면이 생각난다”며 곡에 깃든 의미를 새삼 새겼다.

통기타 반주의 ‘잠들지 않는 남도’에 이어 재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기약 없는 삶을 그린 ‘천국인가’를 춤패 불림의 2인무가 따랐다. 현기영씨는 “80, 90년대의 화두였던 민중, 동지, 공동체란 말이 폐기되다시피 한 경박한 세상에 노찾사가 외치는 동지란 말을 들으니 울컥한 심정마저 든다”며 격세지감을 이야기했다.

그는 또 “유명한 노찾사를 이렇게 처음 만나게 돼 영광”이라고 유머러스하게 소감을 말했다. 그는 “포스트 모더니즘과 상품소비주의의 천국이 돼 버린 한국의 현재를 1,500매 정도의 장편으로 그리겠다”며 “도시 이야기는 한 번도 써 본 적 없는 제가 모던한 수법으로 글을 쓸 계획이니 실패가 기대된다”고 말해 객석의 웃음보를 터뜨렸다.

진행자 최씨는 “오늘 이 자리는 ‘창조적 기억’의 현장으로 길이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대에 섰던 노찾사의 최고참 멤버 최병선은 “노찾사는 이제 시대적이고 집단적인 요구보다는 멤버 개개인의 자유롭고 창조적인 활동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돈 벌어보겠다고 한국에 와 고생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밤기도 했다. 현기영씨는 “그들에 대한 극심한 차별은 일제시대 조선인이 겪었던 착취를 방불케 한다”며 “우리의 글로벌 시대란 월드컵과 아시안 게임에만 적용될 뿐”이라고 말했다.

노찾사 멤버들은 ‘영원한 노동자’, ‘오늘만 넘기면’ 등 노동자들의 질곡을 노래해 갔다. 무 대의 말미, ‘그날이 오면’과 ‘광야에서’가 울려 퍼지자, 관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입을 모아 명동이 떠나가라 합창했다. ‘문학까페 명동’ 연락처 (02)313-1486.

장병욱 차장 aje@hk.co.kr

입력시간 2002/10/1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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