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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대선구도 대예측] 氣 쇠한 청와대 옮겨야 한다?

좌청룡·우백호 맥 뚫린 북악…풍수지리학자들 '이전' 주장

“‘왕지(王地: 청와대)’를 옮겨야 한다. 조선조 최고 명당인 북악산 기슭 청와대의 지기(地氣) 흐름은 주변 지형지물 변화로 600여년 전과 크게 달라졌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청룡ㆍ백호 양맥의 입수(入首)자리에 터널이 뚫려 더 이상 외부 악기(惡氣)를 막을 수 없다. 청룡과 백호는 좌우에서 주산(主山) 북악산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청룡ㆍ백호 맥에 지금은 터널이 뚫려 청와대는 고립된 형상이다.

청룡 맥에 해당하는 낙산의 중턱을 파내고 아파트를 세웠던 것이 큰 화(禍)를 불러 왔다. 청와대 본관의 방위도 자연의 이치를 벗어나 인간의 논리에 맞춰 어긋난 방향(남향)으로 잡아 ‘천하 명지(名地)’가 망지(亡地)로 변했다. (환경연구가 겸 소설가 황보 탁의 소설 ‘문(門)’에서)”


노무현 후보 ‘충청 천도’ 공약

대선을 70여일 앞두고 ‘청와대 이전’ 여부가 화두로 떠올랐다.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9월 말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충청권에 행정 수도를 건설, 청와대와 중앙부처부터 옮겨 가겠다”며 “고속철도 건설과 정보화 기술 발전, 청주국제공항 등은 행정수도 건설의 여건을 성숙시키고 있다”고 ‘충청 천도론’을 던졌다.

그 동안 수 차례 “국가 개조 수준의 지방화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해 온 노 후보는 “박정희 대통령 사후 공무원들의 반대로 수도 이전이 진행되지 못했지만 대통령이 의지만 있다면 실행할 수 있다”고 지방화 프로그램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또 “청와대 일원과 북악산 일대를 서울 시민에게 되돌려줘 서울 강북의 발전에 새 전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 정몽준 의원도 대통령 집무실 이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청와대가 현재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폐쇄적 구조여서 주인(대통령)이 생생한 민심을 얻기 어렵고, 그래서 ‘측근 정치’의 우려가 크다는 점이 이전의 이유로 꼽혔다.

물론 노 후보의 ‘청와대 이전론’은 다목적 포석이다. 정치적으론 ‘충청 천도론’으로 선수를 쳐 약화되고 있는 충청권 표심(票心)을 끌어안겠다는 전략적인 측면이 있고, 현실적으론 수도권 집중 및 비대화에 대한 해결의지가 깔려 있다.

그러나 행정 수도와 중앙 부처의 지방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이ㆍ정 후보가 엇갈린 입揚?피력해 ‘청와대 이전’은 선거전 중반으로 갈수록 쟁점화될 전망이다.


“북악의 기운은 이미 다됐다”

청와대 이전은 그 동안 풍수지리학자 들간의 단골 메뉴였다. 노 후보의 청와대 이전 주장에 때맞춰 출간된 소설 ‘문’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풍수지리학자들의 청와대를 둘러싼 기가 이미 쇠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청와대 뒷편을 둘러싸고 있는 북악산 제왕석(帝王石)의 암석 색깔은 흰 기운이 강해 햇빛이 쨍 한 날에는 눈이 부셨지만 최근엔 우중충하고 거무스름해지는 등 지기가 약해졌다는 것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정도전과 무학대사가 북악산 자락에 정기가 모여 있는 기간을 500년까지라고 내다봤기 때문에 이미 그 유효기간이 지났다는 것이다.

또 북악산의 왼쪽을 보호하는 청룡 맥에 해당하는 낙산의 중턱에 아파트를 세운 것이 큰 화를 불러왔다는 풍수지리학자들은 주장한다. 친 손(孫)을 상징하는 청룡의 맥이 떨어져 나가 대통령의 아들들에게 화가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몇 년 전에 낙산 중턱의 아파트를 허물고 나무를 심었지만 이미 땅심을 잃어 버린 뒤라 별 효과가 없다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북악산의 제왕석은 여덟 개(이승만ㆍ윤보선ㆍ박정희ㆍ전두환ㆍ노태우ㆍ김영삼ㆍ김대중 대통령) 뿐으로 차기 대통령은 반드시 청와대를 옮기게 돼 있다는 주장이다. 꼭 청와대를 옮기지 않는다면 적어도 청와대 본관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풍수지리학자들의 관측이다.

‘비보(裨補: 땅의 나쁜 기운을 막는 예방 풍수책)’ 책도 없는 것은 아니다. 북악산을 보호해 주는 청룡ㆍ백호 맥에 터널이 뚫려 고립된 양상을 보이는 청와대를 국민에게 개방, ‘열린 청와대’로 만들면 백성의 기와 대통령의 기가 교류해 차기 대통령은 집무실만 옮기고 관저는 그대로 사용해도 괜찮다는 것이다.


이회창ㆍ정몽준, 집무실 이전 고려

공교롭게도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생각이 그런 쪽이다. 시간과 비용 등을 고려할 때 행정수도 건설보다는 대통령 집무실을 정부중앙청사 등 서울 시내로 이전하는 방안을 현실적이라고 이 후보는 보고 있다.

이 후보는 5월 전당대회 후보수락연설과 관훈토론에서 “청와대를 영빈관으로 사용하고, 대통령 집무실은 국민과 호흡을 함께 할 수 있는 시내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서는 비용과 파장을 고려해 볼 때 다소 부정적인 시각이다. 노 후보의 ‘충청 천도론’은 충청권 표를 의식한 공약(空約)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후보는 최근 대전과 천안에서 열린 대전ㆍ충남 선대위 발대식에서 “(충청 천도론은) 지키지도 못할 허튼 약속이자 거짓말”이라며 “지난 대선 때 내각제 약속에 이어 충청인을 또 다시 좌절과 분노에 빠뜨릴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몽준 후보의 청와대 이전에 대한 반응은 다소 탄력적이다. 정 후보는 “출ㆍ퇴근하는 대통령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그러면 통일부는 휴전선 부근으로 이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유머 섞인 반응을 보였다.

정광철 공보특보는 “청와대를 대통령 숙소와 내ㆍ외빈 환영행사 등에 주로 사용하고 집무실은 다른 곳에 두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부연 설명했다. 정 후보는 최근 각종 토론회에서 “수도권에 돈과 권력이 집중돼 있는 것이 문제인 만큼 대기업 본사의 지역 이전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피력했다.


수도권 집중 완화 효과, 부작용 위험도

청와대와 행정수도 이전 공약은 우리나라의 고질병인 수도권 집중 현상을 치유하기 위한 강도 높은 처방이다. 그러나 각종 부작용이 예상되는 등 위험 부담이 커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진보적 풍수학자로 알려진 최창조씨는 “천하만물의 기중에서 가장 귀한 것은 사람의 기”라며 “불완전한 땅은 사람의 노력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를 어디로 옮겨야 하느냐’는 질문의 답변도 분명하다. 진실한 의지와 낮은 자세로 국민에 다가간다면 청와대 터는 다시 명당이 될 수도 있다. 사람의 일을 탓하지 않고 땅을 탓할 때 풍수는 결국 미신이 된다.

<사진설명> 청와대 주산인 북악 오른쪽에 박혀있는 8개의 제왕석. 때문에 8번째 청와대 주인이 되는 차기 대통령은 반드시 옮겨갈 것이라고 풍수학자들은 주장한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2002/10/1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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