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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전설을 찾아 떠나는 여행지 4선

붉은 비단을 덮어놓은 것처럼 화사한 단풍의 계절이다. 단풍물결은 산에서 하루에 25m씩 하강하고, 북에서 남으로 매일 50km씩 달려 내려간다. 올해 6월 세계를 감동시킨 월드컵의 감동처럼 단풍은 북에서 남으로, 산에서 계곡으로 파도타기 응원처럼 휩쓸고 간다. 파란 창공 아래 물드는 단풍을 어디서 즐길까. 한국의 단풍명소 4곳을 소개한다.


  • 설악산
  • 한국의 단풍은 대청봉에서부터 시작된다. 빼어난 암봉과 가파른 계곡을 흘러내리는 검붉은 단풍의 행렬은 설악산이 단연 최고다. 설악산 단풍 절정은 10월 12~16일. 설악의 단풍 명소는 천불동과 주전골, 내설악이 대표적이다.

    외설악 천불동계곡은 단풍 포인트가 많다. 우선 설악동 소공원에서 비선대와 귀면암을 지나는 천불동계곡이 첫손에 꼽는다. 단풍에 취해 걷다 보면 너무 멀리 왔다 싶을 만큼 가고 만다. 암반을 타고 흐르는 옥류와 깎아지른 바위가 함께 어울려 화사함을 뽐낸다.

    다리품을 팔기 싫은 이들은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에 오를 일이다. 동양 최대 규모의 울산암에 서면 대청에서 북으로 치고 나간 공룡능선의 장쾌함까지 볼 수 있다. 3시간 소요. 왕복 1시간 30분이면 넉넉한 비룡폭포는 나들이 코스로 적당하다.

    한계령에서 오색으로 내려가는 길에서 시작하는 주전골은 설악 제일의 단풍코스다. 용소 등의 폭포와 붉은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선홍빛 단풍이 압권이다.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길이라 힘도 들지 않는다. 1시간 30분 소요. 다만 주전골은 사람에 치일 각오를 해야 한다.

    내설악은 천불동이나 주전골과 달린 단풍 빛깔이 수수하다. 단풍인파도 외설악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백담사에서 수렴동산장까지는 편한 트레킹 코스. 수렴동에서 봉정암으로 가는 코스는 사람도 그만 단풍에 물들어 붉게 변한다. 그러나 설악산을 아는 산꾼들은 수렴동계곡에서 호젓한 가야동계곡으로 숨어든다. 백담사-수렴동 1시간 30분.


    <길잡이>

    서울에서 양평과 홍천을 거쳐 44번 국도를 따라 인제를 지나는 것이 가장 빠르다. 외설악과 주전골은 한계령을 넘어야 한다. 내설악은 진부령으로 가는 길을 따라가다 백담사 입구에서 우회전해서 들어간다. 설악산은 산이 험하고 코스도 길다. 산행에 나설 때는 자신의 체력과 소요 시간을 꼼꼼히 따져봐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 설악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033-636-7700)


  • 태백산
  • '칙칙폭폭' 기차를 타고 가는 단풍 산행지다. 해발 1,500m가 넘는 고산이지만 다리품을 적게 팔고도 단풍바다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게 매력이다. 특히 하늘 제사를 지내던 천제단과 고찰 망경사, 석탄박물관 등 볼거리도 많아 나들이가 한결 알차게 느껴진다. 태백산의 단풍 절정은 10월 14-18일경이다.

    태백산 오르는 길은 당골, 백단사, 유일사 세 곳이다. 어느 곳을 들머리로 잡아도 넉넉잡아 2시간이면 천제단이 있는 영봉에 오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당골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으로 교통편도 좋다.

    당골에서 산길을 따라 1시간 30분쯤 오르면 망경사다. 해발 1,450m에 위치한 절로 천제단을 찾는 등산객들이 쉬어 가는 곳이기도 하다. 망경사에 있는 용정이란 샘은 한국 100대 약수에 들 정도로 물맛이 뛰어나다. 지독한 가뭄에도 마르는 법이 없는 샘으로 한 바가지 들이키면 내장까지 후련해진다. 망경사에서 영봉 정상까지는 15분 거리.

    태백산 정상에 서면 50평쯤의 평평한 터에 원형으로 쌓아올린 천제단이 있다. 천제단은 삼국시대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곳으로 지금도 10월 3일 개천절에 태백시 주관으로 천제를 올린다. 천제단은 한해 평균 20만명의 무속인이 찾을 만큼 영험한 곳으로 밤낮 가릴 것 없이 기도를 드리는 이들로 붐빈다.

    태백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주목이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은 자태도 수려할 뿐만 아니라 향이 좋다. 대부분 등산로 주변에 있어 찾아보기도 쉽다. 특히 단풍이 절정을 이룰 때는 붉은 바다를 이룬 가운데서 진초록으로 싱싱하게 빛난다. 태백산 산행은 4시간이면 충분하다.

    당골에는 1997년 개장한 석탄박물관이 있다. 석탄박물관은 4층 건물에 7개의 전시실을 갖추고 있다. 태백지역의 탄광개발 역사부터 채광과정, 광산촌의 생활, 광산 사고 등을 모형으로 재현해 석탄개발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게 했다.


    <길잡이>

    태백까지는 청량리역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11시까지 2시간 간격(8회)으로 기차가 운행된다. 기차를 이용한 단풍산행을 하려면 청량리역에서 오후 11시에 떠나는 기차를 이용하는 게 좋다. 태백역에 오전 3시 26분 도착. 아침 해장을 한 후 서둘러 오르면 해돋이와 단풍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태백역에서 서울은 오후 6시 18분 기차 이용. 태백시청문화관광과(033-550-2081)


  • 지리산
  • 지리산의 단풍은 피아골을 최고로 친다. 노고단과 반야봉 사이에 자리잡은 피아골은 단풍으로 지리십경의 반열에 들었다. 조선 중기의 학자 남명 조식은 어느 가을에 피아골을 찾았다가 '흰 구름 푸른 내는 골골이 잠겼는데/가을 바람에 물든 단풍 불꽃보다 고와라/천공이 나를 위해 뫼빛을 꾸몄으니/산도 붉고 물도 붉고 사람까지 붉더라'라는 삼홍시(三紅詩)를 읊었다.

    흔히 피아골을 한국전쟁 때 토벌대와 빨치산이 흘린 피가 골을 적셔 얻은 이름이라 알고 있는데, 그건 오해다. 피아골은 피밭골이 변해서 된 말이다. 옛날에 이곳에서 고대 오곡 중의 하나인 피를 많이 재배해 피밭골로 불리다 피아골로 변한 것으로 계곡 입구에 직전(稷田)이란 마을이 있어 이를 실증한다.

    피아골은 초입과 달리 계곡 안에 들면 단번에 뛰어난 풍치에 압도당한다. 연주담, 삼흥소 등 속을 알 수 없는 심연과 집채만한 바위들이 어울린 풍경이 뛰어나다. 매표소부터 피아골산장까지 그런 계곡을 건너다니며 오르는 길이라 눈이 즐겁다. 계곡 또한 가파르지 않아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다.

    그러나 피아골은 성삼재에서 시작하는 것이 힘이 덜 든다. 이 코스를 따르면 노고단에서 지리산 주릉의 파노라마도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다.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는 1시간 거리. 지리산 종주 코스를 따라 뱀사골 방향으로 3km 가면 돼지평전에서 피아골로 내려간다.

    피아골산장까지 2.5km는 가파르지만 이곳만 지나면 그야말로 단풍놀이를 즐기며 쉬엄쉬엄 갈 수 있다. 산행은 6-7시간 소요. 산행이 끝나는 곳에 천년 고찰 연곡사가 있다. 연곡사는 이 절에 머물던 고승들의 사리를 모신 부도가 유명하다.


    <길잡이>

    호남고속도로 전주IC 로 나와 17번 국도를 타고 남원까지 간다. 남원에서 구례까지는 19번 국도 이용. 구례에서 성삼재는 861번 지방도 이용, 연곡사는 구례읍에서 19번 국도 하동 방면으로 12km 가다 외곡리에서 좌회전해서 들어간다. 지리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055-972-7772),


  • 김제 금산사
  • 김만평야의 동쪽 끝을 지키고 선 모악산(母岳山ㆍ794m) 금산사도 단풍 나들이 명소로 손꼽는다. 절을 감싼 숲에서 불심(佛心)처럼 빨갛게 익은 단풍이 고혹적인 자태를 뽐낸다. 금산사는 호남 미륵신앙의 본거지로 절에 얽힌 사연도 재미가 있다.

    금산사의 넓은 마당은 100여년 전 호남 땅을 휩쓸었던 농민군의 성난 함성처럼 단풍이 붉다. 금산사에 들 때마다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후백제를 일으킨 견훤이다. 백제 법왕 원년(599)에 임금의 복을 비는 작은 사찰로 산문을 연 이 절에서 견훤은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고 말았다.

    왕위승계를 둘러싸고 자식들과 다툼하던 견훤은 끝내 장남 신검에게 잡혀 금산사로 유폐되고 만다. 아들에게 권력을 찬탈당한 견훤은 땅을 치며 분개하다 금산사를 탈출해 고려에 손을 벌린다. 고려는 견훤의 힘을 빌려 후백제를 몰락시키지만 왕건은 심지가 굳은 신검을 재등용했다. 견훤이 결국 제 분을 이기지 못하고 등창이 나 죽고 말았다.

    금산사에는 이름 없는 것이 하나도 없다. 저마다 보물이니 국보니 하는 문패 하나씩 달고는 여기저기서 아는 체를 한다. 절 하나에 이처럼 문화재가 많은 곳도 드물다. 그 가운데서도 눈에 띄는 것은 미륵전과 방등계단, 육각다층석탑이다. 미륵전(국보 62호)은 신라 경덕왕 때 이름을 날렸던 진표율사가 미륵장육상을 조성해 앉힌 건물. 법주사 팔상전과 함께 다층으로 된 손꼽는 건물이다.  

    미륵전 왼편에 있는 방등계단은 불교의 법을 받고 승려가 되는 수계의식을 집행하는 곳으로 율종사찰에서만 볼 수 있다. 돌을 얇게 다듬어 마치 시루떡처럼 쌓아 놓은 육각다층석탑(보물 28호)은 아이들이 소꿉장난을 하며 만든 것처럼 앙증맞다.

    방등계단 사리탑을 감싸고 선 올망졸망한 인물상의 얼굴은 비바람에 씻겨 흐릿하게 지워졌다. 가슴에 단정하게 모아 쥔 두 손에는 56억7,000만년 후에 나타나 구제 받지 못한 중생을 연화세계로 이끈다는 미륵불을 향한 간절함이 배어 있다.


    <길잡이>

    호남고속도로를 이용, 금산사IC로 나와 712번 지방도를 타고 10km 가면 된다. 금산사와 더불어 우리나라 최초의 수리시설 벽골제와 벽골제박물관, 김제온천, 망해사 등을 돌아볼 수 있다. 벽골제와 망해사를 돌아보고 올라올 때는 김제 IC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김제군청 문화관광과(063-540-3224)

    김무진 여행칼럼니스트 badagun@lycos.co.kr

    입력시간 2002/10/1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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