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만드는 사람들] 단기필마에 버금, '모임'이 큰 힘

노사모·노벗 등 풀뿌리 지지그룹에 기대, 고교동문회가 재정지원

후보단일화를 놓고 반노-친노간 세대결이 본격화하면서 후보자단일화협의회(후단협)가 결성되는 등 내홍이 끊이지 않는 민주당은 대선 후보 중심의 당 결속력이 한나라당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무현 후보의 당내 지지세력은 전체 조직의 절반에도 채 미치지 못한 수준이라 상대적으로 고독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당내에서는 정치 후원자격인 김원기 정대철 의원을 중심으로 재선그룹인 정동영 신기남 정세균 천정배 추미애 김경재 의원 등이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또 최근 청년특보단 ‘리딩 코리아’를 발족, 임종석 의원이 관여하면서 젊은 층 공략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김영배 김원길 의원 등을 중심으로 한 후단협은 일체 노 후보 지원을 사절한 상태며, 아직 뚜렷한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는 한화갑 대표나 한광옥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도 주춤하고 있다.

결국 노 후보는 당 조직외에 개인 인맥 등의 사조직에 기댈 수 밖에 없는 형편이지만 학력이나 사회적 활동반경이 다른 주자들에 비해 빈약한 편이라 이도 그리 녹록치 않다.

먼저 노 후보 진영에는 이기명 언론문화 고문과 연청 부회장 출신의 염동연 정무특보 등이 지근거리에서 돕고 있으며, 한국일보 기자 출신의 유종필 남영진 특보 등이 보좌하고 있다. 또 정순균 박종문 특보 외에 한때 부산시장 후보로 거명됐던 문재인 변호사도 정치적 동지로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돈줄·개인 인맥 등 허약

고교 졸업후 군을 다녀온 뒤 곧바로 사시준비에 들어가 짧은 기간 판사를 거치고 변호사 활동을 하다 정계에 발을 디딘 노 후보는 대학 동문도 없는 데다 법조계 출신 우군들도 층이 매우 얇을 수 밖에 없다.

또 부산 출신이면서도 호남에 뿌리를 둔 민주당에 몸담고 있어 지연을 토대로 한 인맥도 그리 넓지 못하고 두드러진 진보성향의 소유자란 점에서 ‘돈 줄’이 될만한 재계 인맥도 볼품없는 수준이다. 사회에서 나름대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사중 ‘노무현 사람’이라고 내세울 만한 인물은 겨우 손꼽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노 후보에게는 다른 후보자들과 달리 특별한 후원 조직들이 있다. 일반 대중이 중심이 된 노무현 지지 그룹이다. 먼저 지난 민주당 국민경선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널리 알려진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핵심 후원 조직이다.

노사모는 2000년 6월 결성돼 회원 수가 5만2,000여명에 달하고 있다. 회원 수가 3만여명에 달하던 경선 때에 비해 1.5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영화배우 명계남씨가 회장으로 있으면서 노 후보 지지에 앞장섰지만 지금은 회장직을 다른 회원에게 물려준 상태. 이들 노사모 회원들은 자체 회비를 걷어 이중 일부를 노 후보 후원금으로 전달하기도 한다.


노변모·노문모 등은 소장파가 주축

노사모외에도 ‘노변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변호사 모임)와 ‘노문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문화ㆍ예술인들의 모임), ‘노벗’(노무현을 사랑하는 대학생들의 모임) 등 노 후보 지지 그룹도 나름대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노변모는 노 후보 공개 지지를 선언한 개혁성향의 소장파 변호사들이 주축이 된 법조인 모임이다. 유명인사로 광주지역 재야 운동권의 원로인 이돈명 변호사와 옷로비 사건 특검을 지낸 최병모 변호사, 환경장관을 역임한 황산성 변호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150여명 회원의 이 모임은 이용철 변호사 등 30,40대 소장파가 다수를 이룬다.

700여명의 회원이 참여하는 노문모는 영화계 인사들이 주축이다. 영화인들이 스크린쿼터제(수입영화상영 제한조치) 해제와 관련해 시위를 벌일 때 노 후보가 지지한 것이 인연이 됐다. 영화감독 이창동 이미례 임순례 등과 연극연출가 이상우, 시사만화가 박재동 화백 및 가수 정태춘 등이 속해 있다.

이밖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영화계의 조감독과 조명기사, 촬영기사 등 스태프들도 상당수 포진해 있다고 한다.

노 후보에게 재정적 도움을 주는 인맥으로는 부산상고 동문회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총 동문회장인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이 후원 책임을 맡고 있으며 각 기수별로 자금을 갹출하는 등 ‘노 동문’ 돕기에 열성이다. 얼마 전에는 노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주요 회원들의 부부동반 모임을 갖는 등 노 후보도 이 모임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이밖에 외곽에서 정책자문을 하는 전문가 그룹으로는 진보성향의 40,50대가 주축이며 유종근 전 전북지사의 동생인 유종일 KDI 대학원 교수와 김병준 국민대 교수, 윤성식 고려대 교수, 신봉호 서울시립대 교수 등이 활동하고 있다.

입력시간 2002/10/1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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