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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박 깨진 대북 정보전략

쪽박 깨진 대북 정보전략

대북 핵심정보를 다루는 5679부대의 한철용 전 부대장의 북한군에 대한 감청 사실 폭로는 우리 군과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줬다. 지극히 비밀스러운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이 부대에 관한 정보가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특히 유ㆍ무선 통신 감청과 각종 영상자료를 통해 북한군의 동향을 면밀히 체크하고 분석하는 이 부대에는 한ㆍ미 군당국 요원이 함께 근무하고 있어 이 사건의 여파로 미군으로부터 정보를 얻는데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통신감청 사실이 공개되면서 북한군이 한ㆍ미 정보체계를 교란할 목적으로 의도적인 역정보를 흘리거나 각종 통신 주파수를 변경하는 등 후속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 첩보 수집 공백도 예상된다.


미군에 의존하는 대북정보

정보 수집능력은 한 나라의 국력과 직결된다. 먼저 보고 먼저 때린다는 현대전의 개념이 정보 수집 능력을 변화시키고 있다. 인간의 눈에 의존하던 과거 정보 수집체계는 위성과 각종 정찰용 항공기, 무인 정찰기 등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최근 개발되는 군사용 위성은 지상의 5cm 크기의 물체까지 정확히 식별해내는 등 점점 정밀화하고 있다.

북한군에 대한 한ㆍ미 군당국의 정보 수집 능력도 이같은 정보 수집 수단이 도입되면서 빛을 발하고 있다. 한ㆍ미 군당국은 북한이 대규모 침략을 감행하더라도 최소한 전쟁개시 4, 5일 전에 병력 이동과 작전명령 체계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군의 독자적인 정보 수집체계는 일본 중국 대만 등 한반도 주변국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현재 북한군의 통신을 감청하고 주요 기지 촬영 임무를 맡고있는 고공 전략정찰기(U-2)와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는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자산이다.

이에 비해 우리 군은 이미 단종된 RF-4 정찰기에 적외선카메라 등을 장착해 정찰 임무를 벌이고 있으며 동ㆍ서부 전선에 배치된 적 전파탐지 및 교란장치를 통해 북한군의 통신을 감청하고 때에 따라선 통신을 방해하는 교란전파를 발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때문에 영상(항공사진) 및 신호(통신감청) 정보의 95% 이상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ㆍ미연합군의 정보수집 활동은 첩보위성과 정찰기, 전자신호 정보수집, 통신 감청 등으로 이뤄진다. 미국 첩보위성 KH9와 KH11은 200~500km 상공에서 하루 수차례씩 북한 영공을 통과하며 북한군의 움직임을 촬영하고 있다. 지상의 지름 10cm짜리 물체도 식별할 수 있다.

오산 미 7공군사령부에 기지를 둔 U-2기는 휴전선 24km 상공을 동서로 비행하면서 휴전선 북쪽 40-100km 지역을 사진에 담고 주요 통신을 감청하고 있다. 중저고도 정찰기 OVID도 휴전선 북방 40km까지를 감시한다.

이들 정찰기는 북한군의 통신 내용은 물론 각종 레이더나 전파 정보에 대한 수집능력도 보유하고 있다. 또 전방에 설치된 통신감청소에서는 북한군 사이의 무선 교신을 감청하고 있다.

특히 일본 오키나와(沖繩) 기지에 배치돼 서해 교전과 같은 위급 상황시 한반도에서의 활동이 강화되는 AWACS와 주파수 정보를 수집하는 RC-135 정찰기까지 가세하면 북한군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중 공중조기경보통제기는 반경 350km 이내, 북한 전역의 항공기나 차량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포착하는 것은 물론 미사일을 목표물에 유도하는 등 전투 지휘 능력까지 있다. 공중조기경보통제기는 지상레이더가 탐지할 수 없는 저공침투 비행기와 미사일까지 원거리에서 포착할 수 있다.

현재 3대가 하루 8시간씩 3교대로 동ㆍ서해안의 영공을 누비고 있다. 북한군 교신을 감청하는 RC-135 정찰기는 각종 주파수 정보수집을 통해 북측 무전내용을 엿듣고 EA-6B 정찰기는 지그재그식 비행을 통해 이상 징후가 보이는 지역을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

해상에서는 해군 함정에 설치된 레이더가 동ㆍ서해의 북측 함정 동태를 주시하며 함정의 어뢰 및 함포, 미사일 발사 등을 사전에 감지한다. 또한 P-3C 대잠초계기는 혹시 있을지도 모를 북한 잠수함정의 침투에 대비하고 있다.

서해 5도의 레이더사이트와 휴전선 인근 고지대에 설치된 레이더기지에서는 북한 지상군과 해상에서 남포 해군사령부나 인민군사령부로 보내는 유ㆍ무선 교신을 감청하고 있다.

이처럼 수집된 정보는 한국형 해군전술지휘통제체계(KNTDS)를 통해 인천의 2함대 사령부와 합참 지휘통제실로 화상 중계식으로 즉각 보고되며 미8군과 오산 공군기지 및 미국 합참 종합상황실에도 동시에 중계된다.

이밖에 우리 군은 이스라엘로부터 도입한 시속 190㎞의 단거리 정찰용 무인항공기(UAV)와 백두금강사업 일환으로 도입한 정찰기를 운영중이다. 이 덕에 전면전이나 국지전을 위한 북한군의 병력이동 파악은 24~48시간 이내, 대형 화기 등의 이동은 최소 4, 5일 전에 파악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SI첩보' 대북 정보 근원

한철용 전부대장이 국정감사장에 들고나온 일급 비밀 ‘블랙 북’(일일 감청보고 자료)은 ‘SI 첩보’에 근거해 작성된다.

SI는 ‘Special Intelligence’의 약자로 우리말로는 특수정보로 불리며 이를 허락없이 노출할 경우 군사기밀보호법에 저촉된다. 이 특수정보는 통신감청에 의해 입수한 첩보로 기본적인 감청의 대상은 북한군의 무선통신 내용이다.

우리 군은 이번 파문 와중에 노출된 대로 5679부대를 통해 대북 감청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때문에 이 부대 존재나 위치 등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왔다. 주한미군 역시 별도의 대북 감청부대를 운영하고 있으며 한ㆍ미 두 부대는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I첩보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거의 고행에 가까운 인내를 요한다. 한철용 전부대장이 밝힌 대로 감청요원들은 산꼭대기 또는 낙도 등 북한군의 통신을 쉽게 잡을 수 있는 곳에 둥지를 틀고 밤낮없이 첩보를 수집하고 있다.

그러나 통신첩보로 수집된 사실이 북측에 알려지면 북한군은 바로 역대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그 동안의 통신감청 노력과 북한군의 암호체계 해석방법 등 각종 노하우가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돼버린다.

군 정보당국의 한 관계자는 “통신감청으로 얻어진 정보가 곧바로 언론 등을 통해 노출될 경우 북한군은 즉각 통신 주파수를 변경하고 암호체계를 바꿔버린다”면서 “이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수개월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더욱 민감한 정보는 주한미군으로부터 흘러 나온다. 미군은 기본적으로 정보 자체를 국가의 재산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 군에 넘기길 꺼린다고 군 관계자는 설명하고 있다. 때문에 사석에서 친분이 있는 한국군 요원들에게 민감한 정보를 슬쩍 알려주면 이 정보가 가공되기도 하는데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격 날짜도 이같은 방법으로 사전에 안 것으로 알려진다.


북한군도 감청부대 운영

북한은 매월말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한달간 미군의 대북 정찰 회수를 공개하고 있다. 중앙통신은 주한미군의 U-2기와 주일미군의 AWACS, RC-135 정찰기 등이 매월 평균 180차례씩 북한의 주요 전략시설을 정찰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특히 서해 교전이 일어난 6월 29일은 U-2기가 오전 4시 20분께 경기도 오산 미 공군기지를 이륙, 서해 덕적도와 경기도 포천, 강원도 속초 일대 상공을 비행하면서 북측 주요 전략기지를 정찰했다고 주장했다.

또 같은달 25일에는 AWACS가 오후 6시50분께 충청도 금산과 영동, 경기도 안성 일대에서 북측지역을 정찰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인민군 총참모부(우리의 합동참모본부에 해당) 직속으로 해주와 남포, 개성 등에 정찰부대를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기지는 구 소련군이 미군의 동향을 감시하기 위해 운용하던 장비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며, 주일미군 기지에서 뜨고 내리는 항공기도 포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귀근 연합뉴스 북한부 기자

입력시간 2002/10/1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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