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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둥근잎꿩의비름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둥근잎꿩의비름

깊은 산의 암벽으로 이루어진 계곡에서 시원한 물줄기를 맞으며 아무도 살수 없을 것 같은 암벽 틈에 돋아나는 예쁜 꽃과 분청빛의 동글동글한 잎새를 달은 줄기는 그 맑은 물과 더 가까워 지려는 듯 아래로 늘어진다. 그 끝에 피어나는 꽃송이들은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진분홍빛으로 아주 아름다운 식물들이 있는데 바로 둥근잎꿩의비름이다.

둥근잎꿩의비름은 돌나물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다. 우리나라 특히 주왕산을 중심으로 그 일대의 산에서 아주 드물게 보는 희귀식물이기도 하다. 다 자라봐야 키가 한 뼘 정도 되는데 줄기가 갈라지지 않은 채 잎을 달고 꽃이 핀다.

포기가 오래되면 포기 자체에서 여러 대의 줄기가 나오므로 풍성한 개체를 만들 수 있다. 처음에는 곧추 자라는 듯한 줄기는 자라면서 옆으로 눕고 아래로 긴다. 줄기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큰 꽃송이를 보면 쓰러지는 것이 당연한 지도 모르겠다. 잎이 둥글어서 이름도 둥근잎꿩의비름이 되었다.

꽃은 7, 8월 한여름에 핀다. 짙은 홍자색의 작은 꽃들이 다시 둥글게 모여 달려 큰 원을 만든다. 꽃잎과 꽃받침은 각각 5장씩, 그리고 꽃이 지고 그 끝에 달리는 열매는 골돌인데 역시 5개씩 달린다.

이 식물이 특산식물이냐 아니냐를 두고 학자들 간에 논의가 있다. 하지만 이를 떠나 둥근잎꿩의비름은 관상적인 분야에서 이 식물은 아주 인기가 높다. 둥근잎꿩의비름이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우리 꽃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부터 인데 좋은 야생화 소재이면서도 한정된 지역에만 자라고 있으니 일반인들에게는 보기조차 어려운 식물인 까닭에 주가가 더욱 높아졌다.

이 식물이 특산식물이라고 칠 때, 다른 나라에 없어 국제적인 경쟁력이 있으면서도 아주 아름다워 상품화할 수 있는 식물이 무엇일까 찾던 사람들에게는 아주 맞춤인 식물인 것이다.

둥근잎꿩의비름은 앞의 두 가지 중요한 장점 이외에도 번식도 아주 쉽고, 개화시기도 꽃이 많지 않은 초가을인 점 등 좋은 점이 많이 있다. 물론 원예적으로 일장처리를 하면 개화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실험도 되어 있다.

둥근잎꿩의비름이 자라는 곳을 보면 뿌리가 내린 곳은 수분이나 양분이라고는 하나도 발아들일 것이 없는 듯한 아주 척박한 돌틈이면서도 주변에는 물이 많은 계곡이어서 이 식물이 물을 좋아 하는 식물이라고 해야 하는지 아니면 물을 싫어 하는 식물이라고 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건조에 아주 강하다는 것이다. 비가 많을 때 그 육질의 두툼한 잎과 줄기에 물을 잔뜩 저장해 두었다가 조금씩 두고두고 쓰는 저축의 지혜를 알고 있는 식물이다.

이 둥근잎꿩의비름이 탐이 난다고 해서 주왕산으로 달려가 캐어 낸다면 정말 양심이 없는 사람이다. 현재 주왕산에서 눈에 보이는 곳에 자라는 대부분의 식물체들은 복원을 해놓은 개체이기 때문이다.

가을에 이곳을 찾았다가 눈에 띠어 한 두 포기 캐어 내간 것이 쌓이다 보니 한때 자생지에서는 이 식물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 멸종의 위협을 받는 지경이 되어 되었다, 그래서 몇 해전엔 뜻 있는 사람들이 모여 밧줄에 매달려 가며,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절벽 돌 틈 곳곳에 이 식물을 다시 심는 복원행사를 한 것이다.

둥근잎꿩의비름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깊은 산골 어딘가에 숨어살며, 아름다운 모습으로 혹은 귀중한 미래의 자원이 될 날을 기다리며 자라고 있을 우리 꽃들이 많을 것이다. 그들을 알아주고 보호하는 것이 우리의 몫일 터이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사 ymlee99@fog.go.kr

입력시간 2002/10/1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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