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흩어진 세월…가슴 저미는 "친구야"

FRIENDSHIP
(정현종 옮김/ 이례 펴냄)

친구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희망과 꿈을 오롯이 나눌 사람, 부끄러움과 실패도 서슴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 별것도 아닌 일에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 또 다른 사람이라면 꺼내지 않을 말을 해줄 사람들이 없다면 일상의 공허함을 어디서 누구에게서 메울 수 있을까.

세상이 각박해지고 개인주의가 만연할수록 친구와 우정의 그 뚝배기 같은 맛이 더욱 그리워지는 것도 이 때문일 터이다.

은 우정의 다양한 표정을 기막히게 포착한 사진집이다. 몇 년 전 뉴질랜드에서 열린 세계적인 사진공모전인 MILK 프로젝트를 통해 선정된 사진 100여장이 실려 있다.

MILK란 ‘Moments of Intimacy, Laughter, and Kinship(친밀감과 웃음, 가족애의 순간들)’의 약자로 164개국 1만7,000여명의 사진 작가들이 참가한 대규모 사진공모전이었다.

이 책이 선사하는 또 하나의 기막힌 선물은 미소다.

인도의 한적한 길에서 친구와 바퀴를 굴리며 신나게 달리는 어린이, 말레이시아 시부 루마빌라의 강가에서 깔깔대며 노는 아이들, 다섯 살배기 개구쟁이의 익살스러운 몸짓을 보고 환한 미소를 짓는 할아버지, 학교 휴식시간에 벽에 나란히 앉은 여섯 명의 베트남 꼬마 친구들을 보노라면 ‘미소 바이러스’에 감염된듯 입가로 번지기 시작한 미소가 지워질 줄 모른다. 시인인 정현종 연세대 교수가 칼릴 지브란 등의 잠언을 깔끔하게 번역했다.

입력시간 2002/10/1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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