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의 경제서평] 세계화의 다양성 파괴를 경고한다


■세계화 시대의 세계지리 읽기
(옥한석 이영민 지음/ 한울 펴냄)

세계화를 보는 시각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세계화가 피할 수 없는 세계적인 조류라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인정하지만, 현재 나아가고 있는 방향이 과연 옳은 것이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9ㆍ11 테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원인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답변은 무수히 많고, 또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한 것이다. 어떤 현상을 보는 눈은 개인 또는 국가가 처한 입장에 따라 다르기 마련이다.

‘세계화 시대의 세계 지리 읽기’는 ‘세계화’와 ‘세계 지리’가 무엇을 의미하느냐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은 세계화를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온 역사적인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15세기 이전에는 중국에 의한 세계화, 이슬람에 의한 세계화, 유럽에 의한 세계화가 동시에 진행됐다. 현재는 현대 자본주의의 세계화 또는 자유시장 경제의 세계화라는 것이다.

저자들(이 책은 두 사람이 썼다)이 보는 현재의 세계화는? 저자들은 ‘9ㆍ11 테러’의 원인은 의외로 간단하며,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고 주장한다. 원인의 밑바탕에는 기독교와 이슬람 세력의 오래된 갈등과 원한이 깔려 있으며, 그것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 것은 전 세기부터 가속화하여온 자본주의 경제의 세계화와 미국의 패권주의다.

새 천년을 맞은 후 지난 2년간 지구촌 여기저기서 일어난 갖가지 사건들은 이미 그러한 원인의 연장선상에서 일어난 것이기에 전혀 새로운 것은 없고, ‘9ㆍ11 테러’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따라서 획일화로 치닫는 자본주의 경제의 세계화가 지역의 다양성을 결코 함몰 시켜서는 안되며, 그럴 수도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문화적인 면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문화에는 우열이 없고, 다양성 자체가 가치라는 점이 이 책의 기본 입장이다.

‘세계 지리’는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예전에는 다양한 자연환경과 인류 집단의 문화, 경제 발전에 대한 이해 등으로 세계 지리를 이해했다. 하지만 이제는 여기서 더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과연 누구나 열심히 자유롭게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면 결과적으로 개인의 행복과 사회 전체의 번영이 실현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평소의 질문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이며 세계 지리도 이 문제에 어느 정도 해답을 주어야 한다”고 저자들은 밝혔다. 경제학이나 정치학, 사회학 등이 제기하는 ‘고전적인’ 명제다.

그렇다면 지리학의 영역은 무엇인가? “자유시장 경제가 전 세계를 어느 정도 변화시킬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전 세계적인 시각에서 살펴봐야 한다. 이는 전 세계 인류의 인구 규모와 자원에 관련된 지리학적 이해를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지리학은 지역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문화변동을 다루는 분야이기 때문이다”고 저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더 나아가 세계 지리의 이해는 다양한 문명을 가진 인류 집단이 국경 없는 하나의 자유로운 시장, 즉 자유시장 경제의 편입에 전 세계의 문화상품이 어떻게 세계화하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여기서 세계 지리를 이해하는 ‘키 워드’는 인구 성장과 자원, 기술발전 속도, 국가 또는 정부의 역할, 문화상품의 세계화를 지원하는 정책 등이다.

이 책은 이 같은 입장에서 세계화 시대에 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총 망라하고 있다. 1부, 자유시장경제의 세계화와 그 영향에서는 세계화는 어떻게 진행되었고, 세계화에 의한 경제발전과 정부의 역할 등을 다룬다.

2부, 세계화와 유럽 문화지역의 변동에서는 미국은 21세기에도 세계화를 주도할 수 있는 가에서 시작해 캐나다 및 오세아니아, 라틴아메리카, 유럽연합, 동부 유럽, 러시아 연방 등을 살핀다. 3부, 세계화와 비 유럽문화 지역의 변동에서는 서남 아시아와 북부 아프리카, 인도, 동남 아시아 금융 위기. 일본, 중국 등을 다루고 있다.

4부는 세계화와 문제 해결로, 세계화에 따른 지역 문제의 해결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하나 하나의 주제가 끝없는 논쟁과 수 많은 논문을 낳을 수 있는 것이지만, 이 책에서는 문제를 제기하거나 이런 일이 있다는 선에서 그치고 있다. 이 책에서 어떤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이나 해석, 정보 등을 얻으려고 해서는 무리다. 세계화 시대의 문제를 ‘지리학적으로’ 생각하는 방식을 얻으면 충분한 것이다.

입력시간 2002/10/18 17:39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