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데이트] 푼수 섹시녀 '예지원'

“어설프게 섹시해요. 나름대로 매력적으로 꾸미기 위해 애를 쓰지만 다른 사람들 눈에는 촌스러워 보이죠. 하지만 순수해서 예쁜 여자에요.”

글래머 여배우 예지원(26)이 푼수 섹시녀로 연기력을 뽐낸다. 10월 18일 개봉되는 영화 ‘2424’에서 조폭 두목의 애첩 ‘광자’ 역으로 출연, 감칠맛 나는 연기를 펼친다.

이 영화는 이삿짐 센터로 위장한 검찰과 이런 사실을 모른 채 이사를 강행하는 조폭간에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코미디. 광자는 반전의 키를 쥐고 있는 핵심 인물이다.

SBS 시트콤 ‘여고시절’에서 코믹한 야누스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그는 이 작품에서 역시 유쾌한 폭소 연기를 끌어낸다.

하지만 연기의 성격은 확연히 다르다. ‘여고시절’에선 천방지축 말괄량이의 오버 연기라면, 영화에선 좀 더 세속적이면서 ‘잔머리’만 빠르게 돌아가는 밑바닥 인생의 삶을 희화화해서 담아낸다.


“아줌마들이 째려보더라구요”

그는 웃음을 팔지만 순정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또한 속된 말로 심하게 ‘망가진 인생’임에도 꿈을 잃지 않는다. 이에 대해 예지원은 “모자란 부분이 많은 여자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간직하고 있는 인물이라 친밀감을 느낀다”고 역할에 애착을 보인다.

역할이 그렇다보니 이 영화에선 스타일을 심하게 구긴다. 양파자루 같은 망사 티셔츠에 빨간 스타킹, 높은 굽의 특이한 구두 등 겉모습이 그야말로 우스꽝스럽다.

“공항에서 촬영을 하는데 아줌마들이 막 째려 보시더라구요. ‘뭐 저런 여자가 있나’ 싶은 눈초리죠. 영화 속 장면이란 걸 알게 되시면 그때서야 따가운 눈총이 수그러들곤 했어요.”

하지만 예지원은 독특한 의상으로 인한 덕도 많이 봤다고 만족해한다. “코믹 영화인만큼 유쾌한 분위기가 감정을 잡는데 중요한데, 의상만 봐도 웃음이 나서 도움이 됐다”고 한다. 또 “연기 하는 사람이 신나게 해야 보는 사람도 즐겁지 않겠냐”고 반문한다.

이러한 영화 속 의상의 대부분은 그의 일을 돌봐주는 디자이너 하용수의 작품이다. 평소에 즐겨 입는 의상에 대해 물었다. “트레이닝복을 즐겨 입어요. 빨간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등 거의 모든 색깔의 트레이닝복을 갖고 있어요. 얼마나 편하고 예쁜데요.”

1996년 데뷔한 예지원은 2000년부터 부쩍 대중 앞에 얼굴을 알리는 기회가 많아졌고 스타대열에 합류했다. ‘방황하는 별들’ ‘버자이너 모놀로그’ ‘록키 호러 쇼’ 등 연극과 뮤지컬을 통해 착실히 쌓은 연기를 브라운관과 스크린에 옮기며 최근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연기자가 됐다. ‘2424’를 찍는 동안에도 드라마 ‘여고시절’과 ‘나쁜 여자들’을 동시에 촬영하며 초인적인 활동을 폈다.

‘2424’의 촬영이 끝난 직후엔, 숨돌릴 틈도 없이 영화 ‘귀여워’와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 잇달아 캐스팅됐다. 지치고 힘들 법도 하건만 그는 마냥 행복하단다. “몸이 아프다가도 현장에만 나가면 거짓말처럼 낫는다”며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거듭 강조한다.

지난해 영화 ‘생활의 발견’ 이후 배우로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그는 무명시절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 1999년 영화 ‘아나키스트’의 가네코 역을 하기 위해 500 대 1의 경쟁률을 뚫었다. 이보다 앞선 연기 데뷔작 ‘96뽕’의 여주인공 자리는 무려 2,000명의 후보를 제치고 따냈다. 하지만 이내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었다.

여고시절의 ‘날라리’ 역할로 뜨기 시작했을 때 그는 “시대를 잘 타고 났다”고 감사했다. “예전 같으면 그런 엽기적인 캐릭터는 비중 없는 조연에 불과했을 거에요. 왈패 이미지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통쾌해요.”


한때 외모콤플렉스, 연기하며 극복

예지원은 앞으로 기회가 되면 ‘어설픈 본드 걸’ 역할도 해보고 싶단다. “007 영화 속 본드 걸이 하나같이 늘씬한 팔등신 미인들이라는 게 못마땅하다”며 “나처럼 체구가 작고 예쁘지 않은 동양 여자가 본드 걸을 하면 색다른 맛이 날 것”이라고 제안한다.

한때는 외모 콤플렉스도 있었다고 고백한다. “눈도 좀 더 동그랗고, 키도 크고, 몸이 잘 붓지도 않았으면 했어요. 하지만 연기를 하면서 생각을 바꿨어요. ‘연기자에겐 천의 얼굴이 있다’ ‘단점도 장점이 될 수 있다’ 는 식으로 자신감을 키웠어요.”

서구 미인의 정형화된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래서 더욱 돋보인다. 톡 까지지 않은 순수한 마스크가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는 극중에선 번번이 남자에게 차이는 역할의 단골 손님이다. 이에 대해 그는 “나중에 현실에서 예쁜 사랑을 하려고 극중에서 액땜을 하는 것 같다”고 웃어넘긴다.

예지원은 빠듯한 스케줄 속에서도 늘 신선한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고민한다. 그는 “눈빛만으로도 천 마디의 대사보다 더한 메시지를 전해주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다부진 연기 욕심을 내비친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2002/10/28 15:26


배현정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