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있는 집] 행주산성 강마루 장어구이

곧게 뻗은 자유로를 이용해 문산 방향으로 달리다 행주대교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좌측으로 보이는 산이 덕양산이다. 산의 정상에 무슨 탑 같은 것이 솟아 있는 평범한 산이지만 조금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유난히 숲이 울창한 것을 알 수 있다.

여름 한철 동안은 울창한 숲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삼림욕을 겸한 산행에 나서는 등산코스이기도 하고 가을이면 단풍 구경을 위한 나들이 객들로 늘 붐비는 곳이다. 그 울창한 숲 속에 그 이름난 행주산성이 있다.

행주산성은 임진왜란 당시 권율 장군이 이끄는 병사와 의병들이 왜군을 크게 물리친 역사적인 현장으로 서울은 물론 경기 북부의 시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 중 하다.

행주산성을 한번이라도 가본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할 것인데, 행주산성 초입에 길게 늘어선 식당들의 모습에 의아해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언제 이렇게 많은 식당들이 들어섰을까. 놀라게 된다.

이곳 행주내동과 외동에 식당들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다. 그 후, 86년 아시안게임을 전후로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해 오늘날 무려 100여 곳의 식당, 카페들이 성업중이다. 예로부터 행주산성에 가까운 쪽으로 서화촌이라는 마을이 있어 서화촌 먹거리촌 또는 행주산성 먹거리촌으로 흔히 부르고 있다.

행주산성 먹거리촌 가운데 강마루는 우리나라 전통 가옥인 한옥을 그대로 재현해 식당으로 사용하고 있어 이곳을 처음 찾는 이에게도 쉽게 눈에 띤다. 입구에 세워진 거대한 장승을 눈 여겨 봐두면 다음이라도 찾기가 쉽다. 올해로 9년째 한자리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엔 마음이 차분해지는 전통한옥에 넓은 평상이 있는 마당 등이 조성되어 있다. 또 강에서나 볼 수 있는 나룻배를 정원에 옮겨 두었고 작은 인공폭포를 만들어 조경에 신경을 쓴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이 집에서는 주로 장어구이를 비롯해 메기 매운탕, 갈비 등을 제공한다. 그 가운데 장어구이는 이 집의 대표메뉴다. 40여가지 갖은 양념으로 맛을 낸 독특한 소스에 구워내는 것으로 그 맛이 담백하고 부드러워 건강식으로 좋다.

장어의 느끼한 맛을 없애기 위해 소스재료에 한약재를 넣기도 한다. 우선 음식을 주문하면 정성들인 밑반찬이 나오고 한 20여분 더 기다리면 초벌구이 된 장어요리가 나온다. 그 후 약한 불로 식지 않게 데우며 식사를 하면 된다.

또 이 장어구이는 즉석에서 장어를 잡아 구워낸 것으로 간이 잘 배게끔 5, 6번 뒤집어 구워내 원래의 형태가 훼손되지 않으면서 간이 잘 배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주말이면 손님이 많은 편이라 혼잡스럽기도 하지만 편안한 황토 바닥에 앉아 먹는 식사가 크게 나쁘지 않다. 또 음식점 내부는 넓어서 최대 300명까지도 수용할 수 있어 단체 행사나 연회 등에도 잘 어울린다.

강마루 음식점 홈페이지(www.kangmaru.co.kr)의 카드키에 관한 공지사항을 인쇄해 오는 손님들에게 자동차 비상키로 쓸 수 있는 카드키를 만들어 제공하는데 현금 결제시 이 카드를 제시하면 음식값의 5%를 깎아주기도 한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행주산성을 한 번 올라보는 것이 좋다. 행주산성 주차장과 불과 5분 거리에 위치하기 때문에 다니기 편리하다. 행주산성 주차장에서 정상까지 걸어서 갔다 돌아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2시간 정도다. 천천히 걸으며 점점 짙어지는 가을 색을 만끽하는 즐거움이 있다.


<메뉴>

300명 수용가능. 영업시간 11:00∼22:00. 음식가격 장어구이 2인분 40,000원(1㎏), 생갈비 1인분 17,000원. 매운탕은 35,000원부터. 예약 문의(031)971-5152


<찾아가는 길>

성산대교에서 자유로를 따라 일산 신도시 방향으로 달리다 행주산성 이정표를 보고 우측으로 크게 돌아 행주산성 방향으로 달리면 된다.

올림픽 대로에서 찾아올 경우, 행주대교를 건너자마자 우측으로 난 작은 길로 내려서면 먹거리촌이 시작된다. 강마루 집은 먹거리촌에서 가장 안쪽에 자리잡고 있다. 행주산성 주차장 아래에 위치한다.

글·사진 전기환 여행작가

입력시간 2002/10/2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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