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있는 집] 홍콩식 죽 전문점 '칭'

벼르고 별러 떠났던 홍콩 여행. 여행 첫날부터 고질병이던 만성 위염이 도져버렸다. 미식가의 천국이라 불리는 홍콩에서 다양한 먹거리를 섭렵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그림의 떡이 될 상황이었다. 기름에 볶고 튀기는 음식이 주를 이루는 곳인지라 벌써부터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며칠을 내리 굶을 수는 없는 일. 불편한 속을 잠재워 줄 무언가를 찾던 중에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 작은 식당을 찾아갔다.

바로 홍콩 죽 전문점. ‘홍콩까지 와서 죽만 먹고 가야 되나’하는 생각에 억울함이 치밀었지만 따끈한 죽 한 그릇을 마주한 순간, 탄성이 절로 나왔다. 한 그릇을 뚝딱 먹어치운 것은 물론 이후 여행을 마칠 때까지 죽은 나의 고정 식단이 되어버렸다.

지금도 가끔씩 그 때를 생각하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홍콩의 죽이 먼저 떠오르곤 한다. 우리나라에서 그 맛을 보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식사를 하게 된 한 레스토랑에서 홍콩에서 먹었던 그 죽을 맛보게 되었다. 알고 보니 이 집의 주 메뉴는 홍콩식 죽이다. 대부분의 중국 음식점이 요리를 주로 내세우고 죽이나 수프 등은 구색으로 갖춰 놓는 곳이 많은데 이 집은 두 가지 다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역삼역 부근에 자리하고 있는 레스토랑 ‘칭(ching)’은 언뜻 보기에는 인테리어 깔끔한 중국 음식점이다. 그렇지만 이 곳은 보양에 일가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선 어느 정도 이름이 나 있는 홍콩식 죽 전문점. 이 집의 모든 요리를 화교 출신의 주방장이 하고 있어 현지의 맛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죽을 환자식 정도로만 생각하는 데 반해 홍콩에서는 한끼 식사로 여길 만큼 대중화 되어있다. 바쁜 시간에 무언가를 먹어야 한다면, 거기에 영양까지 생각해야 한다면 죽 만한 것도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홍콩의 거리에는 죽을 파는 식당들이 유난히 많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도 건강에 대한 열풍이 불어 간단하게 먹으면서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음식으로 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칭의 11가지 죽은 오감을 즐겁게 하는 음식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죽은 쌀알을 그대로 살려 쑤는 방식인 반면 홍콩의 죽은 미음처럼 묽고 맑은 것이 특징이다. 그렇지만 다른 중국 요리가 그렇듯이 이것 역시 칼로리와 영양가 모두 높은 편이라 쉬 배고프거나 허전하지 않다.

칭에서 선보이는 모든 죽은 10가지 이상의 재료(일급 비밀이라고 한다)를 섞어 미리 만든 원죽을 기본으로 한다. 그 재료는 모두 홍콩에서 직접 공수해 온다. 거기에 한국산 송이, 해물 등 다양한 재료를 넣어 다시 한번 끓여내면 맛과 향, 영양이 모두 살아있는 죽이 탄생하는 것이다. 손님들이 가장 즐겨 찾는 죽은 송화단죽. 삭힌 검은 오리알과 돼지고기를 잘게 썰어 넣어 만든 별미다. 향긋한 송이향이 일품인 자연송이죽과 해물죽도 인기다.

또한 칭에서는 다양한 광동식 요리도 선보이는데 주로 해물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특히, 송이, 표고, 죽순, 해삼, 전복, 새우, 관자 등이 들어가는 ‘해물누룽지탕’과 닭고기를 튀겨 청양고추, 간장소스와 함께 내는 ‘유린기’가 인기다.

오리지널 홍콩식 요리인 ‘챠슈이’도 빠지지 않는다. 바비큐 통에서 구워내는 독특한 소스를 바른 돼지 목살 요리로 기름기가 쪽 빠져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칭(ching)은 중국어로 무언가를 ‘청한다’는 뜻이다. 겨울로 향하는 길목, 허해지기 쉬운 몸과 마음에 맛과 건강, 즐거움까지 청하는 홍콩의 맛 칭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메뉴 : 야채죽·닭죽 6,000원, 송화단죽 7,000원, 새우죽·해물죽 9,000원, 자연송이죽 12,000원. 식사류는 6,000원∼1만원 선. 4인 기준의 점심 코스 요리는 1인당 2∼3만원 선, 와인 2잔이 제공되는 Love Love Special은 2인에 5만5,000원.


찾아가는 길 : 2호선 역삼역 2번 출구, 스타 타워 바로 뒤. ☎02-561-5551


영업 시간 : 명절만 휴무, 오전 8시∼오후 10시. 아침 식사 가능.

서태경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2002/10/2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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