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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곤충이 미궁에 빠진 살인사건의 '해결사'

[출판] 곤충이 미궁에 빠진 살인사건의 '해결사'


■파리가 잡은 범인
(M 리 고프 지음/ 황적준 옮김/ 해바라기 펴냄.)

1991년 대구에서 실종됐다가 최근 유골로 발견된 개구리 소년들의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곤충학 검사가 실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신에 달려드는 파리의 종류가 시간대나 계절 또는 장소에 따라 다르다는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유골이 방치된지 10년 이상 됐기 때문에 이 검사가 타살인지 저체온증에 의한 사망인지를 규명할 수 있는 명확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시체 부패와 관련된 곤충들을 이용해 법의학적 해결을 연구하는 법곤충학(forensic entomology)은 아직 국내에서 생소한 분야이지만 과학수사를 중시하는 미국 등 선진국에선 90년대 들어 새로운 수사기법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여자 주인공이 평범한 주택가에 은신중이던 엽기적인 연쇄살인을 찾아내 상원의원 딸을 극적으로 구출할 수 있었던 단서도 바로 살해당한 시신에서 나온 희귀한 나방이었다.

하와이 대학 마노아 캠퍼스의 곤충학 교수인 M 리 고프의 <파리가 잡은 범인>은 국내 최초로 소개되는 법곤충학 입문서이다. 인간 시체와 그 주변에서 발견되는 곤충, 특히 파리가 주연구 대상이다.

미국의 법곤충학자들은 개구리소년 사건과 비슷한 사건에서 큰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테네시주의 참나무와 단풍나무가 우거진 산림에서 발견된 15세 안팎의 소녀 유골에 남아 있던구더기를 활용해 이 소녀가 사망한지 최소 18개월이 된 것으로 추정, 소녀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저자는 풍부한 곤충학 지식은 물론 실험과 분석을 근거로 한 자신의 추론까지 동원해 자신이 직접 해결한 범죄 사건을 중심으로 책을 기술했다. 전문용어와 딱딱한 내용이 난무할 것은 같은 이 책에서 범죄 혹은 추리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스릴과 긴장감을 맛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번역을 맡은 황적준 고려대 의과대학장이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을 밝혀낸 국내 대표적 법의학자이다. 재번역을 할 정도로 번역에 열정을 보인 그는 “고프의 원고가 마치 실험 장면을 비디오로 찍어 놓은 듯 너무나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며 “이 책에 적혀 있는 그대로 직접 돼지 시체를 이용한 부패 실험 등을 해볼 생각이며 앞으로 남은 정년(9년)을 법곤충학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김경철 차장 kckim@hk.co.kr

입력시간 2002/10/2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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