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사마천의 파란만장한 '삶의 궤적'


■역사의 혼 사마천
(천퉁성 지음/ 김은희 이주노 옮김/이끌리오 펴냄)

사마천(司馬遷ㆍ기원전 145?~90?)이란 이름은 사기(史記)와 궁형(宮刑)이란 전혀 상반된 두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인간사의 역설일까. 불후의 역사서를 완성한 명예와 흉노에 투항한 이릉을 두둔하다 황제(한 무제)의 노여움을 사 거세를 당한 치욕은 동전의 앞과 뒤 같은 보완관계로 작용한다.

“만약 이 글(‘사기’)이 세상에 나와 명산에 소장되고 알 만한 자에게 전해지며 큰 마을과 도시로 퍼져나간다면, 전에 당하였던 굴욕이 조금은 보상되리라 믿습니다. 이제 더 참혹한 처형을 당한다 할지라도 어찌 후회됨이 있겠습니까.”

사마천은 친구인 임안에게 보낸 편지(‘報任安書’)에서 ‘사기’를 완성해야겠다는 소명감이 있었기에 궁형의 모욕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사기’는 공자의 ‘춘추(春秋)’에 버금가는 역사서를 완성하라는 아버지 사마담의 미완성 유작이었다.

<역사의 혼, 사마천>은 ‘사기’ 전문연구자인 천통성(陳桐生) 산터우(汕頭)대 중문과 교수가 사료와 상상력을 적절하게 배합해 만든 사마천의 일대기다. 파란만장한 사마천의 일생은 기본이고 동양문화의 원형으로 꼽히는 한나라 무제 시절의 분위기를 덤으로 맛볼 수 있다.

사마천의 일생과 관련된 자료는 <사기>의 태사공자서, 임안에게 보낸 편지, <한서>의 사마천전에 지나지 않는다.

저자는 “삶의 중요한 한마디를 다룰 때에는 반드시 역사적 사실을 존중하여 제멋대로 왜곡하거나 날조해서는 안 되며, 역사적 사실을 존중하는 전제 아래에 필요한 만큼의 허구를 가미한다는 원칙을 지키려고 애썼다”고 밝혔다. 이 덕에 조상에 대한 이야기를 중화사상으로 분칠하기는 즐기는 중국인의 저작치고는 비교적 담담한 편이다.

그러나 자료가 워낙 부족해서인지 사마천의 어린 시절 부분 등은 다소 유치하다.

김경철 차장

입력시간 2002/10/2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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