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모바일 여론조사] 3자 구도땐 이회창 필승

이회창 33.5%, 정몽준 28.9%, 노무현 24.0%

현재의 다자간 대결구도에서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12월 대선에서 무난히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이회창ㆍ노무현ㆍ정몽준의 3자 구도를 유지하면서 2위로 바싹 뒤쫓아오는 정 의원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공세에 나서는 전략을 구사하고, 반창(反昌) 진영에서는 노-정 두 후보의 단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주간한국과 한국I닷컴(www.hankooki.com)이 휴대폰을 이용한 모바일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엠비존(www.mbizon.com)에 의뢰해 10월17일 전국의 휴대폰 소지자 1,003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이회창 후보가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의원 등을 근소한 차로 누르고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33.5%의 지지를 얻은 이 후보는 28.9%의 정 의원과 24.0%에 그친 노 후보에 비해 각각 4.6, 9.5% 포인트를 앞섰다. 권영길 후보는 2.9%, 이한동 의원은 1.2%를 얻은 반면 “지지 후보가 없다”고 밝힌 무응답층은 전체의 9.6%에 불과했다.

지금까지 다른 여론조사에서 무응답층이 높았던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현상은 투표 의사가 있는 유권자층이 모바일 여론조사에 적극 응한 결과로 보인다.

㈜엠비존은 실제 유권자 수에 비례한 표본집단을 남녀와 연령대, 지역과 직업, 학력 등으로 구분해 문자메시지 전송방법으로 조사했다.(조사방법 p) 오차범위는 ± 3%.


李-영남 강원, 盧-호남 제주, 鄭-수도권 충청

지역별로 보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텃밭인 영남과 강원에서 2위인 정 의원에 비해 두배 이상의 높은 지지를 얻어냈다. 이곳에서만 45.3~57.0%의 지지를 얻어 20.3~22.0%에 그친 정 의원과 6.8~20.7%의 노 후보를 압도해 전체 1위를 차지한 주 요인이 됐다. 그러나 서울 경기 등 수도권과 충청지역에서는 정 의원이 1위를 차지해 이 후보가 뒤로 밀렸고, 노 후보는 호남ㆍ제주에서만 선두를 달렸다.

유권자 수가 가장 많은 서울과 인천ㆍ경기 등 수도권에서는 정 의원이 앞서 나가고 뒤이어 이 후보, 조금 처진 상태로 노 후보가 뒤쫓는 형국이다. 권영길 후보도 서울에서는 4.8%의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나타냈다.

서울의 경우 정(38.0%)-이(29.8%)-노(16.2%) 순으로 나타나 정 의원의 약진과 노 후보의 퇴조세가 두드러졌다. 인천ㆍ경기에서는 정(31.8%)-이(31.3%)-노(22.3%) 등으로 정의원와 이 후보가 선두를 놓고 각축을 벌이는 양상이다.

충남 지역구 출신 이완구 전용학 의원이 한나라당에 입당한 이후의 조사였지만 충청권의 민심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 의원이 35.8%로 선두를 유지했고 이 후보가 25.5%, 노 후보가 19.2%였다. 재미있는 것은 무응답층이 17.2%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돼 ‘변화하는 대권구도 속에서 아직 지지 후보를 탐색 중’이거나 ‘속내를 알아내기 어려운’ 충청 유권자들의 속성을 보여줬다.

노 후보는 고향인 부산을 포함, 전 지역에서 3위에 그쳤지만 호남과 제주에서는 초 강세를 보였다. 63.1%의 지지율로 1,2위간 격차가 가장 큰 지역으로 나타났다. 정 의원은 19.0%, 이 후보는 불과 5.1%에 머문 반면 권영길 후보가 4.6%를 얻어 이 후보와 불과 0.5% 포인트 차이 밖에 나지 않았다.


男 정-이-노, 女 이-노-정 순, 연령별로는 ‘老昌少鄭’ 뚜렷

표본 집단 495명의 남성 응답자와 508명의 여성 응답자들의 반응은 의외로 확연히 달랐다. 남성의 경우 33.6%를 얻은 정 의원이 32.0%의 이 후보와 19.6%의 노 후보를 조금 앞선 것으로 나타났지만 여성 유권자들은 이 후보를 35.0%로 1위로, 노 후보를 28.2%로 2위로, 정 의원에게는 24.2%의 지지로 3위에 올려놓았다.

정 의원이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에 깔끔한 마스크로 여성 유권자들에게 호감을 줄 것이란 일반의 예상과는 다른 결과였다.

연령별로는 ‘노창소정’(老昌少鄭ㆍ연령이 많을수록 이 후보 지지가 높고 연령이 적을수록 정 의원 지지가 높았다) 현상이 뚜렷했고 노 후보는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였다.

50대 이상의 노론(老論)은 단연 이 후보가 압도했다. 전체 50.3%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노 후보가 26.2%, 정 의원은 15.9%에 그쳤다. 40대에서는 이(39.4%)-정(29.2%)-노(21.2%) 순으로 2,3위가 바뀌었지만 이 후보 지지가 여전히 높았다. 20대에서는 무응답층이 16.7%로 다른 연령대 보다 많아 이번 대선에서도‘20대=부동표’ 등식이 성립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30대로 내려오면서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정 의원이 33.8%로 1위에 올랐고 노 후보가 28.0%로 2위를 차지한 반면 이 후보는 23.8%로 3위로 주저앉았다. 20대에서는 정 의원의 독주가 더욱 돋보인다. 38.4%로 크게 앞서 나가고 이ㆍ노 후보는 똑같이 19.4%로 나타났다.

또 이 후보와 정 의원은 근소한 차이나마 대도시로 갈수록 지지율이 높아지고 농촌 등 지방일수록 저조한 반면 노 후보는 오히려 농촌 등의 지역이 도시보다 높았다.

이 후보는 대도시 34.8%, 중ㆍ소도시 33.2%, 군ㆍ읍면 31.8%로 미세한 차이지만 도시 쪽 지지율이 높았다. 정 의원도 대도시가 31.2%로 중ㆍ소도시(26.4%)와 군ㆍ읍면(27.0%)에 비해 다소 높았다. 노 후보는 대도시에서는 20.3%에 머물렀지만 중ㆍ소도시에서 26.7%, 군ㆍ읍면에서 29.6%로 나타나 서민적인 풍모가 도시보다 지방에서 호감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부는 이-노 후보, 학생 층은 정 의원 지지 높아

직업별로는 별다른 차이점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주부층에서는 이-노 후보가, 학생층에서는 정 의원이 강세를 보였다. 가정주부를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37.0%, 노 후보가 35.0%로 앞서 갔고 정 의원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16.5%로 나타났다.

그러나 학생층에서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였다. 정 의원이 35.9%로 치고 나갔고 이 후보 21.4%, 노 후보는 15.6%에 그쳤다. 월드컵 4강 신화의 여파가 고스란히 학생층 지지도로 옮아간 듯 하다.

자영업자 층에서는 의외로 이 후보가 초강세를 보여 40.2%를 차지했고 정 의원과 노 후보는 각각 25.6%, 23.1%를 나타냈다. 또 농ㆍ수산ㆍ임업 종사자 사이에서도 이 후보가 41.7%로 1위를 차지하며 정 의원(28.0%)과 노 후보(22.4%)를 크게 앞질렀다.

소득별 조사에서는 비교적 평이한 결과가 나왔지만 대체로 고소득 층일수록 이 후보, 저소득 층에서는 정 의원이 강세였고 노 후보는 소득수준과 상관없는 고른 지지가 나왔다.

교육 수준별 조사에서도 고학력자는 이 후보를, 저학력자는 정ㆍ노 후보를 밀었고 미혼자들이 대체로 정 의원과 노 후보에게 후한 점수를 준 반면 기혼자들은 이 후보에게 많은 지지를 보냈다.


당선 가능성은 이회창 후보 압도적

누구를 지지하는가와는 상관없이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2.9%가 이회창 후보를 지목했다.

정 의원은 20.0%, 노 후보는 12.9%로 유권자들은 역시 이 후보의 당선 확률이 가장 큰 것으로 보고 있었다. “지지후보가 없다”고 답한 응답자 중에서도 당선 가능성은 이 후보가 38.4%로 크게 앞섰고, 정 의원과 노 후보는 각각 8.8%와 6.9%에 그쳤다. 권영길 이한동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각각 1.0% 0.1%로 매우 낮았다.

지지 정당으로는 한나라당이 30.1%로 가장 높았고 민주당 17.9%, 정몽준 의원 신당이 15.3%로 뒤를 이었다. 자민련은 민주노동당의 5.9%에도 한참 뒤지는 1.5%로 나타나 지지기반의 허약성을 드러냈다. 그러나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답변도 29.2%에 달했다.

또 응답자의 42.5%는 “다른 후보를 지지할 수도 있다”고 답해 선거막판 후보 단일화 등의 정치적 격변이 있을 시 상상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사안은 경제안정이 31.4%로 가장 높았고, 이어 부정부패 척결-정권교체-세대교체 등의 순이었다.

이 후보 아들의 병역면제와 관련한 ‘병풍’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응답이 71.7%로 높게 나타났으나 현대상선의 대북 지원 의혹설(73.7%)에는 못 미쳤다. 정 의원의 대선 출마와 관련, 재벌이 정치권력까지 가지려 한다는 비판적 의견에 대해서는 58.4%가 동의, 41.6%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해 부정적 견해가 조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대중 대통령의 의중인 ‘김심’(金心)이 선거에 작용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현 정부의 중립성 의지에도 불구하고 다소 영향이 있을 것이란 대답이 41.6%나 됐다. 지금의 경제불안에 대해서는 심각하지 않게 생각하는 쪽(53.3%)이 IMF 위기와 같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한 응답자(39.8%)보다 많았다.

투표의사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93.5%가 투표하겠다고 답해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선거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염영남 기자

입력시간 2002/10/29 17:16


염영남 liber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