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新 3자구도 체제로 정착

한나라 이회창 vs 노무현의 민주 vs 통합신당 정몽준

신(新) 3자구도가 펼쳐지는가.

민주당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 소속 의원들의 집단 탈당이 가시화되면서 대선구도가 또한번 요동을 치고 있다.

후단협 의원들은 일단 민주당 문을 나선 뒤 일단 자민련과 이한동 의원과 손을 잡고, 여기에 정몽준 신당 ‘국민통합 21’과 힘을 합치는 4자연대를 겨냥한 신당 창당을 꿈꾸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반창(反昌)과 비노(非盧)세력을 규합하면서 지역적으로는 중부권을 중심으로 한 원내교섭단체를 만들어 정몽준 의원으로 후보단일화를 밀고 나갈 태세다.

그러나 현재 상태대로라면 이번 대선이 영남 텃밭의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삼는 ‘반쪽짜리’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 4자연대를 바탕으로 한 중부권 중심의 신당후보 정몽준 의원의 ‘신 3자구도’로 치러질 전망이다.

그러나 4자연대가 서로간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는 데다 통합방식과 당권 분배, 후보 선출문제를 놓고 내부 이견이 만만찮아 완전한 신당 출범을 통한 정 의원 후보 옹립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4자연대, 각본대로 짜여질까

통합신당 추진세력은 창당작업을 11월5일까지 매듭짓는다는 데에는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이에 후단협은 일단 후단협 간부진인 김원길 김영배 박상규 장성원 설송웅 의원 등과 이미 탈당을 결의한 경기지역 출신의 이윤수 박종우 남궁석 강성구 박병윤 의원 등과 함께 1차 탈당을 강행할 계획이다.

10월 안에 1차 탈당을 시도한 뒤 자민련과 손을 잡는 과정에서 당내 김근태 김영환 의원 등 재야출신 중도파를 끌어들이면서 비례대표 의원들의 탈당도 이끈다는 복안이다. 그 다음 이한동 의원과 함께 10월 말에서 11월 초 창당준비위를 구성해 국민통합 21과 당대당 통합을 이뤄내겠다는 목표다.

밑그림은 훌륭하게 그려진 편이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보통 복잡한 게 아니다. 후단협 의원들이 탈당한다 해도 자민련의 온전한 합류 여부는 불투명하다.

자민련 지역구 의원들은 10월20일 회동을 갖고 조부영 부총재와 김학원 원내총무 주도의 일방통행식 합당 방침에 불만을 표했다. 이에 JP 측은 “비례대표만 데리고 갈 수도 있다”고 맞서 자칫 ‘무늬만 자민련’뿐인 초라한 상태로 합류하게 될 지도 모른다.

제3의 합류세력인 이한동 의원도 할 말이 있다. 신당 추진세력은 정 의원 후보 추대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데 유독 이 의원만은 경선 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신당 세력들이 이 의원의 경선포기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당권의 상당 부분을 떼어내 주는 ‘당근’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라 이도 간단치 않다. 또 JP의 예우문제도 걸림돌이다.

실제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현역 의원들은 민주당 출신이 대부분인데 대통령 후보는 정 의원, 당권은 JP-이한동 의원 등으로 나눠주기에는 ‘본전’ 생각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후단협의 마지막 명분인 노무현 후보와의 막판 단일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도 고민스럽다.


이회창ㆍ노무현, 긴장 속 분주한 행보

4자연대 출범에 가장 울고 싶은 쪽은 당연히 민주당 노무현 후보다. 실제 그는 10월20일 공식 지지를 선언한 개혁국민정당 창당 발기인 대회에 참석해서 열렬한 환호를 받자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후단협에 대한 배신감과 적극적 지지를 주저하는 민주당에 대한 서러움에서였다.

그러나 그는 곧 이어 ‘뺄셈정치’를 강조하며 동교동계를 비롯한 청와대 주변인사에 포문을 열었다. “대통령을 모시고 힘깨나 쓰던 사람들이 나를 흔들고 있다”고 했고, 측근인 신기남 의원도 “김민석 전 의원 탈당에 배후가 있다”고 정면으로 치받았다.

청와대 주변 인사를 공격하며 김대중 대통령과의 일정 부분 선 긋기에 나선 것. 쪼개진 민주당이지만 개혁성을 강조해 진보계열 후보로서의 위상 재정립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산이다.

한나라당은 겉으로는 “4자연대가 대세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정 의원 공격에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정몽준 신당은 DJ신당’이라고 공격하면서 “4자연대는 노 후보를 고사시키고 DJ의 정치적 양자인 정 의원을 띄우려는 음모”라고 ‘신 DMJ(김 대통령과 정 의원과의 연합) 설’을 강조했다. DJ를 끌어들여 정 의원 흠집내기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집중 포화를 받고 있는 정 의원 측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비록 4자연대를 통한 통합신당의 후보가 되더라도 본인의 장점인 ‘참신한 정치적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정치적 명분이 약한 후단협과 구 정치색이 짙은 자민련, 국민 지지도가 바닥권인 이한동 의원과의 연합이 정치적으로는 세를 얻는다 해도 전체적인 국민 지지 흡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정 의원은 4자연대를 놓고 시기와 방법, 모양새 등을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

염영남 기자

입력시간 2002/10/29 17:23


염영남 liber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