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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대박의 꿈에 젖어…

대만은 대박의 꿈에 젖어…

로또복권 열풍…당첨금 무제한, 수익금 공익사업 이용 '일석이조'

10월 10일은 91주년을 맞은 중화민국(대만)의 건국 기념일(쌍십절)이다. 예년 같으면 최대 기념일을 맞아 대만 곳곳에서 흥겨운 쌍십절 행사가 벌여졌을 텐데, 올해는 유난히 쓸쓸하다. 거리도 유례없이 한산했다.

한국 홍콩 등과 함께 ‘아시아의 네 마리용’으로 불려온 대만은 심각한 경기 침체의 늪에 빠져 있었다.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을 한 데 이어, 금년 1사분기 수출이 7.9%나 줄어들었다. 실업률도 갈수록 높아져 5% 중반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수도 타이페이 역시 침체된 분위기가 완연하다. 눈에 띄는 것은 시내에 즐비하게 늘어선 복권상들. 진열대 위에 복권을 수북이 쌓아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을 시내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 100m 안팎의 도로를 걸으면 두서넛은 쉽게 마주치게 된다. 거의 대부분 올 1월부터 발매되기 시작한 온라인복권 ‘로또(Lotto)’다.


세대 초월한 복권 신드롬

복권산업은 불황을 타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경기침체가 복권산업을 부추긴다는 설도 있다, 대만인들도 침체에 빠진 오늘의 시름을 복권 당첨에 대한 기대로 잊으려는 듯했다.

11일 금요일은 대만인들에게 ‘복권의 날’이었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는 ‘로또복권’의 추첨이 있는 날이어서 그날도 복권판매점 앞에는 로또를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50대의 중년 아저씨부터 10대의 젊은 아가씨들까지 복권판매점 앞에 늘어선 모습은 이방인의 눈에는 이채롭기만 하다. 남편과 아내, 언니와 동생 등 가족 단위로 몰려온 경우도 적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복권 신드롬’이 신기하다.

“500원(NT$, 한화 약 2,000원)에 꿈과 희망을 걸어요.”

시내의 한 복권판매점에서 만난 위홍등(65)씨는 “오늘의 운세를 시험해보기 위해 복권을 샀다”며 “500원으로 하루종일 들뜬 마음으로 지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라며 즐거워했다.

로또복권의 가장 큰 장점은 당첨금이 무제한이라는 데 있다. 복권을 구입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당첨금 배당이 높아지고,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으면 다음 번으로 당첨금이 이월돼 당첨금이 눈덩이처럼 커진다. 지난 2월 12일 제10회 때는 1등 당첨금이 3억 3,500만원(약 120억원)에 달했다.

“당첨의 기대와 함께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1석 2조의 기쁨도 복권 신드롬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로또복권은 장애인이나 대만 원주민, 아버지나 어머니가 없는 한 부모 가정만 판매할 수 있도록 제한돼 있다. 그들은 로또복권 판매 수입으로 먹고 산다. 또 당첨금(56%)과 판매인 수입(8%)을 제외한 복권 판매 수익의 30% 이상이 공공기금으로 쓰여진다.

제4회 때부터 매주 복권을 구입했다는 뤼 메이 리(40)ㆍ훼이(31) 자매는 “복권이 당첨되면 고아원 등 자선사업 기금으로 쓰고 싶다”며 “당첨이 안 되더라도 복권 수익의 많은 부분이 공익기금으로 사용될 것이기에 그렇게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4조원 매출예상, 한탕주의 부작용도

로또복권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1,000억원(약 4조원). 10월 현재 목표 매출의 80%를 돌파했다. 기존의 즉석 복권과 추첨식 복권 등이 차지해온 전체 복권시장의 4분의 3이상을 사업시작 채 1년도 안돼 잠식해 버린 것이다. 로또복권의 운영사업자인 타이페이 은행에 따르면 대만 전체 인구의 10%에 달하는 약 25만 명이 로또복권을 즐겨 산다고 한다.

열풍이 거세다 보니 부작용도 있다. 당첨금이 크다 보니 한꺼번에 대량 구입해 승부를 거는 ‘한탕 풍조’가 나타나고 있다. 로또복권은 1~42까지의 번호 중 6개의 번호를 선택하게 되는데, 아직 42개 번호 전체를 구입한 사람은 없지만 5~6개 번호를 전매하는 경우가 이따금씩 발생한다.

타이베이 치타오통 거리의 로또복권 판매상인 리 승 훼이(53)는 “한 달에 2~3차례 몇 번호 전체를 사들이는 고객을 만난다”고 말했다.


국내, 온라인 복권 연말 도입

온라인 복권 ‘로또’가 연내에 국내에서도 시판된다.

건설교통부, 과학기술부, 행정자치부 등 7개 복권 발행기관이 공동으로 로또복권을 발매할 예정인데, 위탁사업자인 국민은행은 조만간 복권판매를 위한 네트워크 구축 및 전산시스템 정비작업을 끝내고 12월 1일부터 ‘로또복권’판매에 들어간다.

로또복권은 컴퓨터 전산카드(OMR) 형식으로 만들어져 있어 복권을 산 사람이 1~45의 숫자 가운데 6개의 번호를 고른 뒤 매주 공개추첨을 통해 결정되는 번호를 맞힌 수만큼 당첨금을 받게 된다.

순서에 관계없이 6자리 수를 모두 맞히면 1등이 되는데, 1등 당첨자가 없으면 당첨금이 다음 추첨으로 이월된다. 1회분 발행 복권 수에 제한이 없고 참여자가 많을수록 당첨금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기존의 즉석ㆍ추첨식 복권과 분명하게 구별된다.

복권 구입 방식도 완전히 달라진다. 기존의 즉석ㆍ추첨식 복권처럼 이미 번호가 찍혀 있는 것을 사는 게 아니라 구입자가 자신이 원하는 번호를 복권에 기입하는 방식이다.

즉, 전용망을 갖춘 복권 판매점으로 가 OMR카드에 원하는 번호를 기입한 뒤 현금과 함께 제출하면 판매인은 그 번호를 컴퓨터에 입력하고, 영수증을 넘겨준다. 구입자는 그 영수증에 찍힌 자신의 번호를 매주 한번씩 공개 추첨되는 복권번호와 대조해 당첨여부를 확인한다.

온라인 복권의 ‘온라인’은 복권의 발행이나 판매절차가 통신회선(전용망)과 컴퓨터 단말기 등 전산장비를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붙은 수식어로 최근 인터넷에서 확산되고 있는 인터넷복권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OMR 카드 1장에 2,000원이며 단말기를 갖춘 전국 5,000여 곳에서 판매된다. 현재 발매 중인 복권은 모두 24종으로 시장 규모는 연간 6,000억원 수준이다. 국민은행은 로또복권의 첫해 매출을 3,500억원으로 잡고 있다. 국민은행 이인영 부장은 “로또복권이 자리를 잡으면 기존의 복권이 하나 둘 사라지는 등 복권시장에 대변혁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타이베이=배현정 기자 hjbae@hk.co.kr

입력시간 2002/10/2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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