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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데이트] '귀여운 반항아' 배두나

[스타 데이트] '귀여운 반항아' 배두나

귀여운 반항아 배두나(23)가 ‘타협’을 했다. 그 동안 흥행과는 거리가 있는 독특한 작품성을 고집해 왔던 그가 드디어 ‘흥행 배우’ 타이틀에 도전장을 냈다. 10월 18일 개봉된 코믹영화 ‘굳세어라 금순아’(아인스필름ㆍPMC 프로덕션, 현남섭 감독)의 주연으로 ‘대박’을 꿈꾼다. 개봉한 지 몇 일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이번 영화는 조짐이 좋다.

“만족스러워요. 영화를 보고 난 사람들이 모두 즐거워해주시니까 정말 기대돼요. 솔직히 전 시나리오를 볼 때 흥행을 보는 눈이 없는 편이었거든요. 저는 재미있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지루해 하고, 저는 지루한데 다른 사람들은 재미있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다 같이 공감하는 영화라서 무척 기뻐요.”

배두나는 이번 영화에서 한껏 오기를 부렸다. 지금까지 영화 ‘플란더스의 개’ ‘청춘’ ‘고양이를 부탁해’ ‘복수는 나의 것’ 등에 출연하면서 신세대 스크린 스타로 주목 받았지만 흥행 성적은 저조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개런티는 스크린 여배우 최고 대접을 받았다. 당시 최고 출연료였던 전도연과 같은 액수인 2억 6,000만원. 게다가 혼자서 영화 전체를 끌고 나가는 타이틀 롤이다. 자연히 부담이 컸지만 “이번 기회에 배두나 식(式) 색깔을 확실히 보여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금순이의 강한 개성에 반해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배두나는 울었다고 했다. 코믹 영화 시나리오를 읽고 울었다는 그의 반응이 무척 놀라웠다. 이유를 물어보니 “너무 마음에 들어서”라고 답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강한 개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는 당시 ‘복수는 나의 것’ ‘튜브(2003년 초 개봉 예정)’ 등 재난 영화를 찍은 직후여서 “다음 영화는 즐거운 영화를 찍고 싶다”는 바람이 많았다고 얘기한다.

영화 ‘굳세어라 금순아’는 배구선수 출신의 스무살 초보 아줌마가 하룻밤 동안 벌이는 해프닝을 그린 이야기. 곤드레 만드레 술에 취해 단란주점에 볼모가 된 남편(김태우)을 구하기 위해 젖먹이 아이를 질끈 업고 밤거리로 나선 금순이(배두나)의 모험담이다. 한때 배구선수였던 기운이 남아 돌아 잘 뛰고, 밤거리의 못된 남성들에게 강스파이크를 내려꽂는 겁없는 아줌마의 활약상이 통쾌하게 펼쳐진다.

지금까지 스크린에서 ‘예쁜 척’하는 연기를 해본 적이 없는 배두나이지만 이번에는 더욱 망가졌다. 그는 “세상 경험도 별로 없는 초보 아줌마 역할이다. 늘 실수투성이지만 망가질수록 사랑스러운 캐릭터”라고 설명한다.

천방지축 같아 보이지만, 알고 보면 속은 한없이 여리다. 부상으로 인생의 중심이었던 배구를 잃고 기댈 곳이라고는 남편 밖에 없는 여자다. 조폭들에게 쫓기는 위기 상황에서도 시부모 밥상에 올릴 고등어 토막을 소중히 들고 뛰는 순박함이 돋보인다.

대부분이 폭력배들에게 쫓기는 장면이라 촬영시 몸 고생도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덕분에 살이 쏙 빠져 큰 눈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하지만 “무거운 장비를 들고 뛰는 스태프들이 더 고생했다”며 주위 사람들을 먼저 챙기는 모습이 예쁘기만 하다.

엄마 수업도 톡톡히 치렀다. 이번 영화를 찍으며 가장 힘들었던 게 “아기를 달래는 것”이었다고 털어놓는다.

“저는 슬픈 감정을 잡아야 하는데 아기가 운다고 즐거운 음악을 틀고, 밤은 짧은데 촬영은 진척 되지 않고… 아수라장이었어요. 아기를 달랠 때 주로 틀어준 음악이 ‘징글벨’이었는데, 나중에는 ‘징글’벨 소리가 정말 ‘징그럽게’ 들릴 지경이 됐죠.”


자연스런 연기력이 매력적인 여배우

연예인들에겐 누구나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이미지가 있다.

배두나에게 그것은 데뷔작인 KBS 미니시리즈 ‘학교’(1998년)의 ‘아웃사이더’다. 보이(boy)시하고 무표정하며 어딘가 냉소적인 분위기다. 한 마디로 평하기 힘든 기막힌 캐릭터다. 영화 관계자들은 배두나의 이런 독특한 이미지를 높이 평가한다. 현남섭 감독은 “특별한 연기를 주문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가 매력적인 배우”라고 치켜올린다.

영화 취향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전형적이지 않고, 멜로 액션처럼 장르 구분이 분명하지 않은, 보고 나면 뭔가 ‘찜찜함’이 남는 영화를 아낀다. 연기도 ‘이 것이다’ 하고 정의 내리는 것을 거부한다. “복잡 미묘한 느낌에 의존한다”는 게 배두나의 자연스런 연기 비결이다.

남다른 연기관 덕분일까. 짧은 연기 경력에도 배두나의 수상 이력은 화려하다. 청룡영화제 신인상(2000년), 춘사영화제 여우주연상(2001년), 영평상 여우주연상(2001년) 등이 그의 대표적인 수상 경력. 역시 연기 잘 하는 배우답다.

‘굳세어라 금순아’에서도 배두나의 연기력은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꾸밈없는 털털함으로 스크린을 꽉 채운다. 코믹 배우로 한층 더 주가를 높이고 있는 그의 연기 성장을 지켜보는 일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 같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

입력시간 2002/10/29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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