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가볍게 건드린 상업문화 풍조

■제목: 담배 필터 메리(Micronite Mary)
(Micronite : 1950년대 초반의 켄트 담배 필터,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발견돼 생산이 중단됨) ■작가 : 멜 라모스 (Mel Ramos) ■종류 : 캔버스 유화 ■제작 : 1965 ■소장 : 개인소장

외관보다 소문난 맛 때문에 찾게 되는 작고 초라한 선술집에는 손님을 불러들이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오래 앉아 있을 수 없는 불편한 자리에 무뚝뚝한 주인이 맞이하더라도 뭔지 모를 따뜻함과 세월의 정취가 느껴지고 벽에 걸린 성정적 포스터에 시선을 빼앗기는 것도 과히 나쁘지 않다.

미국 대중 소비문화를 극명하게 표현하는 팝 아트 작가인 멜 라모스의 작품은 그런 선술집에 걸려있는 포스터를 연상시킨다.

소위 저급 예술로 치부될 수 있는 그의 작품 이미지들이 수십년에 걸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의 팝 아트는 당대를 휩쓸었던 추상표현주의의 환영적인 표현과 강렬한 주관성에 반발하여 누구나 접하는 일상 생활의 소재들을 포착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예술의 대중적 형상은 과포화 상태인 물질주의를 바라보는 불안한 시각을 낙관적 사회 이미지로 전환시키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대량소비의 상업적 전달에 가장 능한 성문화는 팝 아트의 주된 속성을 구성하는 요소가 되기도 했는데 멜 라모스의 작품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담배만큼 유해하게 암시된 성의 위험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그 외에도 앵그르, 모네, 모딜리아니와 같은 역대 유명화가의 대표작을 패러디한 라모스의 작품들은 '예술에 관한 예술'이라는 팝 아트의 성향을 재치있게 드러내기도 한다.

상업 문화의 특수한 풍조가 집약된 그의 작품을 경직된 시각에서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오히려 자주 찾게 되는 선술집의 정겨움을 느껴보는 편이 현명한 감상법이 될 것이다.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2/10/3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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