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당단풍나무

가을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붉은빛

가을 산은 역시 단풍이 있기에 더욱 아름답다. 그리고 지금은 그 절정에 서 있는 것 같다. 이미 설악에서 들려온 단풍소식은 꽤 되었지만 수목원 마당엔 이제 단풍이 제 빛을 내기 시작하였고 저멀리 내장산을 거쳐 한라산 자락까지 단풍소식이 내려가려면 아직도 한참 더 남았다.

그리고 곳곳에서 그 화려한 단풍빛깔들을 만날때마다 우리 마음은 이유없이 두근거릴 것이 틀림없다.

단풍이 드는 것은 단풍나무 뿐만이 아니다. 단풍나무의 타는 듯한 붉은 단풍도 곱지만 생강나무의 노란색 단풍, 이나무의 주홍빛 단풍 역시 정말 곱다. 이 여러색깔들이 함께 모이기에 가을 산이 더욱 화려해진다.

그러니 단풍이란 단풍나무자체를 말하기도 하고 가을에 나무잎이 붉게 또는 노랗게 변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데 오늘 당단풍나무를 소개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 곁에는 단풍나무보다 당단풍나무가 훨씬 마나기 쉽고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남부지방의 산이 아닌 중부지방의 설악산이나 북한산 같은 곳에서 단풍나무를 만났다고 한다면 대부분 틀린 말이다. 왜냐하면 단풍나무는 주로 한라산과 같은 남부지방에 주로 당단풍나무가 자라기 때문이다.

내장산 정도면 두나무를 다 볼수 있는데 그래서 내장산 단풍이 유명한가 보다. 물론 산이 아니라 마당에 심은 정원 가운데는 단풍나무가 얼마든지 있다. 두 나무를 구별하려면 잎이 몇 갈래로 갈라졌는가를 헤아려 보면된다. 5~7갈래라면 단풍나무이고, 9~11 갈래라면 당단풍나무이다.

혹 그 나무가 그 나무인데 아무렇게나 부르면 안되냐고 생각한다면 사람을 보고 비슷하니깐 오랑우탄이라고 해도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두 종류의 나무는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종(種)이기 때문이다.

단풍나무 집안 나무들은 잎보다는 열매에서 공통점을 찾아야 한다.

두장의 날개가 일정한 각도를 이루며 마주 달고 프로펠러처럼 빙글빙글 돌며 떨어지는 그 열매를 보면 알 수 있다.

여름이 가면 광합성을 하여 양분을 만드는 잎의 엽록소가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고 파괴되어 가면서 생활력이 쇠약해지고 붉은 색고인 화청소가 새로 생겨나 잎이 붉게 물들게 된다.

당단풍나무를 포함한 이 집안 식물들은 가을 빛이 좋아 정원에 심는 나무로 인기가 높지만 목제로도 한 몫을 한다. 집안을 통칭하는 이름인 속명 에이서(Acer)는 라틴어로 강하다는 뜻이다.

그만큼 나무의 재질이 강하다. 가마, 배의 키와 같은 큰 기구느 물론 소반이나 이남박(함지박의 일종) 같은 집기에도 이용되었다.

가공이 다소 어렵지만 붉은 빛이 돌아 아름답고 재질 또한 치밀하여 잘 갈라지지 않는다. 체육관이아 볼링장 같은 곳의 나무바닥이나 각종 건축재, 가구재로 쓰이고 특히 바이올린의 뒷판이나 비올라의 액션 부분 소리를 잘 울려야 하는 곳에는 꼭 단풍나무 종류가 쓰인다.

때로는 어린 잎을 삶아서 우려낸 뒤 나물로 무쳐 먹기도 한다. 구황식물의 역할도 한 셈이다. 또한 별미로 은어와 함께 녹말을 씌워 기름에 튀겨 먹기도 한다.

서양에서는 지하수맥을 찾는 다이빙 로드로 단풍나무를 사용한다고 하며 고대 로마에서는 단풍나무의 뿌리를 간장병의 약으로 사용한 기록이 있다.

이제 산마다 서 있는 당단풍나무 보고 그저 아름답다고 감탄하는데 그치지 말고 더 다가가 잎이 갈라진 수를 헤아려 본 뒤 단풍나무인지 당단풍나무인지 정확히 구별해 불러주는 일에서부터 이 가을의 자연 사랑을 시작해보면 어떨까.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2/10/3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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