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정숙 한나라당 최고의원

"女心 잡아야 정권교체 가능"

"이번 선거의 대세를 좌우할 여심(女心)을 잡기 위해 거당적으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주부들의 취업을 도와주는 재훈련 교육센터와 육아휴직제 보강, 여성졸업생 할당제 채용 등의 구체적인 대 여성전략을 최우선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

김정숙 한나라당 최고위원 겸 선대위 부위원장은 10월16일 주간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여성 유권자를 잡아야 정권교체가 가능한다"고 전제, "지지율이 특히 저저한 것으로 나타난 20~30대 젊은 여성층을 겨냥한 정책을 개발해 주요 대선 공약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이를 위해 당내에서 '차세대 여성포롬' 등의 전국 조직을 만들어 직장여성과 미취업 여성, 젊은 주부 등을 상대로 한 토론회를 지방 순회 형식으로 벌일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회창 후보의 부인 한인옥씨의 "하늘이 두쪽 나도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발언과 관련, "당시 전체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그분 감정이 조금 격해졌던 모양"이라며 "당원들이 모인 필승결의대회 성격이었는데 같은 편끼리 모여있는 곳에서 그 정도 발언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 며 은근1히 한씨편을 들었다.

전북 출신의 김 최고위원은 여성 정치인으로는 보기 드문 비례대표(전국구 포함03선 의원 출신으로 정무2차관 등을 역임했고, 현재 사단법인 한국여성정치문화 연구소 이사장과 21세기 여성정치연합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여성이 주가 되는 정책 개발중


- 이회창 부보의 여성득표 전략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접근할 계획입니다. 예전에 여성 표심은 대개 남편이나 아들의 뜻에 따르는 종속적인 개념이 많아지요.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다릅니다. 유권자 수도 여성이 많고 투표율도 더 높은데다 조사해 보면 '본인 의지에 따라 투표하겠다'는 응답자가 압도적으로 많아요. 이에 따라 여성이 주(主) 가 되는 정책을 다양하게 발표할 계획입니다. "

(최근 이회장 후보가 내세운 '여성총리론'과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박근혜 의원 영입문제도 '여심 잡기'의 일환으로 보여진다.)


-여성들의 이후보지지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40대 이상의 주부층에서는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20~30대 층에서는 정몽준 의원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와요. 그래서 우리 당도 이부분을 중점적으로 공략할 생각입니다. 전국을 순회하며 지역마다 젊은 여성을 초정한 각종 포럼을 개최해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나름대로의 제안을 제시하며 지지를 호소할 계획입니다."

(실제 주간한국의 여론조사 결과 전체 여성지지율에서는 이 후보가 35.0%로 노 후보의 28.2%, 정의 원의 24.2% 보다 앞섰지만 20~30대에서는 정 의원에게 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정책은 각종 선거에서 '장밋빛 공약' 처럼 제시되다 막상 선거가 끝나면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현 김대중 정부도 당초 여성정책에 대해 이것저것 마구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보세요. 이름뿐인 여성부를 신설한게 고작입니다. 여성부의 예산이나 영향력을 보면 너무나 미미한 수준입니다. 우리가 집권하면 명실상부한 여성부를 만들어 소수가 아닌 주류로서 행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구상중인 여성 정책을 구체적으로 밝힌다면.

"남녀 불평등적 요소가 많은 호주제부터 개선해야겠지요. 또 부부가 이혼할 때에도 여성쪽에 불리하게 자료가 남는 등 여성을 차별하는 법·제도를 집중 정비할 생각입니다. 또 여성의 사회참여를 확대시키기 위해 일자리를 대폭 확충할 방침입니다.

이를 위해 국영기업체의 경우 40%에 달하는 채용목표제를 두게 하고 대졸 여성들을 의무적으로 일정 부분이상 채용하도록 법 체제를 정비하려고 합니다. 또 육아휴직제도 획기적으로 강화할 방침입니다. 일반직장은 여성이 출산휴가등으로 자리를 비우게 되니까 아예 여성을 뽑지 않으려고 합니다. 여성이 가정과 직장에서 올곧게 생활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지원해야 합니다. "


주부 취업용 재훈련센터 설치 계획


-여성고용 문제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데.

"대학을 졸업하고 그냥 평범한 가정주부로 묻혀 지낸다는 것은 사회적 낭비입니다. 그렇다고 그간 사회와 격리된 채 가정에 있던 주부를 무조건 끌어낼 수는 없겠지요. 그래서 그들을 위한 취업용 재훈련센터를 곳곳에 설치하려고 합니다. 취미나 교양수준이 아닌 취업을 위한 수준으로 교육강도를 높인 뒤 각 센터를 연결하느 구직희망자 네트워클를 구성해 인력이 필요한 회사마다 즉시 공급이 가능토록 할 계획입니다."


- 이 후보의 부인 한인옥씨와 필요이상으로 가깝다는 여론이 있는데.

"(이 부분에서 약간 흥분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번은 모 언론에서 국회의원이 후보 부인의 가방이나 들면서 수행한다고 기사를 썼더군요. 가방을 들었다는 건 과장된 얘기고요. 이는 여성의 위상변화 차원에서 생각해야 됩니다.

일국의 영부인은 국가의 운명을 가를 수도 있는 중요한 위치입니다. 그런 면에서 한인옥 여사도 영부인이 될지 안될지 아직은 모르지만 알아둬야 할 건 알아야 합니다. 지역 구석구석을 방문하며 이 후보의 발길이 미처 닿지 않은 곳을 찾아 그들의 얘기를 들어야지요.

그런데 지역 민심을 듣는 일에 국회의원 만큼 적임자가 어디 있습니까. 그리고 후보 부인이 방문한느데 남성 국회의원보다야 여성 의원이 돕는게 낫지 않습니까. 그것을 갖고 나쁘다고 하면 무의미한 모함에 지나지 않습니다"


서석에서야 무슨 말인들 못하겠나


- 최근 한인옥씨가 "하늘이 두쪽 나도…" 라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는데.

"그때 내가 같이 있었습니다. 이 후보가 오기로 했는데 예정보다 조금 늦어졌어요. 그래서 사회자가 참석자들을 그냥 기다리게 할 수 없어 '사모님 한 말씀만 해주시죠'라고 부탁한 겁니다. 공식일정은 다 끝난 상태였지요.

그래서 그 분이 사전 준비 없이 이야기를 하나가 표현이 조금 지나치게 된 겁니다. 그런데 사석에서야 무슨 말인들 못하겠습니까. 그때도 장내에는 우리들 밖에 없었는데 대기실 등과 연결된 폐쇄회로를 통해 외부로 방영됐는지…"


- 김대업씨가 주장한 병풍이 테이프 조작설 등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습니다. 근거리에서 보는 한인옥씨는 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어이가 없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처음부터 우리 당은 사기극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았습니까. 정말 한 여사 입장에서는 억울해도 보통 억울한 일이 아니지요. 나 같으면 아마 화병이 났을 겁니다. 그 분은 이에 대해 지금까지는 별다른 말씀이 없으세요. 그렇지만 그때 그 발언(하늘이 두쪽…)등은 이런 심정에서 나왔을 겁니다"


- 당에서 한인옥씨를 일부러 언론접촉을 피하게 한다는데.

"(눈이 둥그래지며) 그런 일은 없어요. 후보 부인이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러겠습니까. 아마 지방 순회 등의 일정이 많아 시간을 내기가 힘들어서 그랬겠지요."

(주간한국은 그간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정몽준 의원의 부인들과 차례로 인터뷰를 했지만 한인옥씨측으로부터는 수차례 만남 자체를 거절당했다.)

입력시간 2002/10/31 17:30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