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리끼리] 우리 아버지 합창단

훈훈한 이웃을 만드는 사랑의 메시지

프로 못지 않은 탄탄한 음악 실력과 힘들고 어려운 이들에게 용기를 심어주는 자상함, 각기 다른 매력까지 가진 개성만점의 사나이들이 뭉쳤다. ‘끝나고 한잔’보다는 ‘끝나고 한 곡 더’를 좋아하는 이들은 바로 97년 창단 된 ‘우리 아버지 합창단’(www.goodfathers.co.kr)이다.

이미 6회에 걸친 정기공연과 여러 번의 봉사연주회 개최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부드럽고 따뜻한 목소리로 음악의 아름다움을 선사해 주는 우리 아버지 합창단을 만나보자.

우리 아버지 합창단은 97년 3월, 지금의 지휘자 김신일씨에 의해 창단 되었다. 외국에 비해 30, 40대들이 즐길만한 마땅한 취미시설이나 문화적 환경이 전혀 없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 김씨는 자신이 직접 아버지들로 이루어진 합창단을 꾸리고자 했다. 마음에 맞는 16명의 사람들이 모여 제 1회 정기연주회를 열고 그 후 이어진 다양한 활동으로 현재 약 60명의 단원들이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합창단 창단 해인 97년 당시는 IMF한파가 본격적으로 몰아치기 시작한 시기다. 이런 이유로 아버지 합창단은 힘을 잃고 쓰러져 가는 많은 한국의 가장들을 위해 더욱 열심히 활동했다.

당시 그들의 바람은 함께 노래를 부르는 동료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든 아버지들에게 그들의 음악으로 용기를 심어주는 것이었다. 갈수록 심해지는 음주문화와 사랑을 잃어 가는 가정, 황폐해진 사회를 조금이나마 따뜻하고 행복한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 그들의 소망이었던 것이다.


무늬만 아마추어?

회원들은 30, 40대 가장들이 대부분이다. 보통 일반 회사나 개인사업 등에 종사하고 있으며 더러는 미래의 아버지가 될 노총각(?)도 몇 명 포함되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것이다.

특별히 목소리가 좋거나 과거에 성악경험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저 함께 모여 좋은 노래를 부르고 나누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그래서 이들은 입단자격에 별다른 제약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회원 각자는 아마추어 일지라도 그들의 공연은 프로합창단 못지않은 수준 높은 연주회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단원들의 많은 노력과 열정이 합쳐져 일궈진 결과다.

매년 한번씩 열리는 정기연주회가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 등 유명한 공연장에서 펼쳐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들의 정기공연에는 가족이나 친지들을 비롯해 음악 관계자, 또 아버지 합창단의 명성을 듣고 찾아오는 일반인들로 매번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들의 음악이 심금을 울리는 데는 단원들이 가진 남다른 봉사정신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일년에도 20회 가까이 갖는 순회 공연이나 초청공연 중 거의가 장애복지 시설이나 결식아동, 불우이웃을 돕는 뜻 깊은 일에 목적을 둔 연주회기 때문이다.

올해 9월에는 다니엘복지원을 방문해 예술의전당에서 가졌던 정기공연과 똑같은 프로그램으로 그들의 지친 영혼을 달래주기도 했다.

또한 2000년에는 미국에서 간첩 혐의 죄로 억울하게 복역중인 로버트 김씨를 위한 특별 공연을 현지에서 개최해 김씨의 구명운동에 적극 참여하기도 했다. 이들의 이러한 노력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널리 알려져 많은 교민들에게 힘을 실어 주고 있다.

매주 월요일에 있는 정기연습은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전용 연습실에서 이루어진다. 회원들이 내는 얼마 안 되는 회비로 운영되고 있지만 전속 반주자와 지휘자까지 있으니 여느 합창단이 부러울 것 없다.

가곡에서부터 우리 민요, 영화음악, 오페라까지 소화해내는 이들이 가장 즐겨 부르는 곡은 ‘아내보다 귀한 것은 없네’. 구성원이 모두 남편들인 관계로 역시 아내사랑이 제일인 모양이다.

따뜻한 애정으로 이웃들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는 그들의 가장 큰 후원자는 역시 가족이다. 그래서 연말이 되면 단원들의 가족들만을 위한 특별 음악회가 준비된다. 남편이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행복해 하는 아내와 아버지의 자상함을 경험하는 아이들 모두 이들의 열렬한 팬이다.

우리 아버지 합창단은 미래에 세계적인 합창단으로 우뚝 서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그래서 사회에서 소외 받는 더욱 많은 사람들을 어우르고 그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줄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오늘도 퇴근 후에 술집이 아닌 연습실로 향하는 그들의 아름다운 뒷모습에서 음악보다 더 감미로운 사랑의 힘이 느껴지는 듯 하다.


"우리 아버지 합창단에서 단원을 모집합니다"

단원자격 : 음악을 사랑하는 대한민국 남성

(성악전공, 합창경력에 관계없이 입단이 가능)

입단방법 : 매주 월요일 7시까지 합창단 연습실을 방문.

(연습실은 강남구 역삼동에 있으며 약도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2) 554-6889 / e-mail -

강윤화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2002/11/0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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