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피부 건조증

우리 우주에는 여섯 가지 기운이 감돌고 있다. 이것을 선현들은 풍한서습조화(風寒暑濕燥火)의 육기(六氣)라고 하였다. 계절이 변화에 따라 가을에는 조기(燥氣), 즉 건조한 기운이 유행하게 된다. 피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건조해지는 것이다. 우리 몸은 음식을 받아들여 필요한 체액을 만들고 이것을 피부에 공급해 우리 피부가 적절한 수분을 머금을 수 있도록 한다.

여름 내내 땀을 많이 흘려 늘어진 피부가 가을의 건조한 바람을 맞게 되면 손상되는 것이 당연하다. 가을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건조한 날씨와 더불어 호흡기 계통의 질병이 많이 발생하고, 피부도 건조해지고 거칠어지며 탄력이 떨어진다. 화장도 잘 받지 않고 탈모와 비듬도 많아진다.

피부건조증은 피지선이 적게 분포된 넓적다리와 정강이 부위에서 먼저 시작돼 엉덩이, 팔꿈치를 거쳐 전신으로 퍼져나간다. 보통 잔 비늘 같은 각질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고 가려움증이 시작된 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증상이 나타나는 부위가 넓어진다.

가렵다고 마구 긁게 되면 피부 표면이 갈라지거나 피가 나고 헐어서 2차 감염이 생기기도 한다. 낮아진 기온 탓에 땀의 분비가 줄어들고 건조한 환경에 우리 몸이 노출되면서 피부표면의 각질층에 함유된 수분량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영양섭취와 정서적 안정감, 충분한 수면은 피부 건강에 대단히 중요한 것들이다. 흔히 다이어트를 한다고 제대로 먹지 않는 사람이 많으나 이는 피부건강의 큰 적이며 골고루 적절하게 영양을 섭취해야 피부도 윤기와 탄력을 지니며 피부병도 덜 생긴다.

스트레스나 지나치게 예민한 감정상태는 피부에 나쁜 영향을 끼치므로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잠이 부족해도 피부가 거칠어지므로 충분한 수면이 필수적이다. 충분한 수면은 피부건강의 보약이다. 미인은 잠꾸러기라고 말하는 참뜻이 바로 여기에 있다.

피부건조증 예방에는 실내습도 유지도 중요하고, 옷도 가능하면 자극이 없는 면제품을 입고, 가려움증이 있더라도 긁는 것을 삼가야 한다. 목욕도 때를 세게 밀지 말고 가벼운 샤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매일 목욕하고 탕 속에 오래 있으면 피부의 겉을 싸고 있는 지방막이 녹아 피부가 건조해지고 알레르기가 잘 생기게 되므로 1주일에 1, 2번 정도가 좋다.

피부가 건조해지면 피부의 방어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얼굴과 손발을 잘 씻는 습관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 선조들은 얼굴에 쑥 찜질이나 콩, 보리, 쌀, 율무, 백지(白芷) 등을 가루로 만들어 마사지를 해서 피부에 수분과 영양을 공급했다고 한다.

아침마다 손바닥으로 얼굴을 비롯한 전신 피부를 비벼주고 두드려주면 피부 혈액 순환이 원활해져 피부건조는 물론 각종 감기도 예방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촉촉함을 유지하기를 원한다면 물과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가을에 풍성하게 나오는 사과나 배 등 제철과일이나 자양강장에 좋은 여지 등을 섭취해서 피부의 수분대사가 정상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선선한 날씨와 더불어 가을에는 야외 활동이 많아지면서도 자외선의 문제점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피부는 자외선을 지나치게 많이 받으면 탄력을 잃고 쉽게 늘어지게 된다. 피부가 검어지면서 거칠고 주름이 늘며 탄력도 없어져 자신의 나이보다 빨리 노화되고 전체적인 인상도 늙어 보이게 된다.

이때에는 오이 달걀 우유 등을 이용해 적절하게 팩이나 마사지 등을 해보자. 전통적인 피부 미용제로 쓰인 수세미 즙을 비롯해 감자팩 레몬팩 등은 상당한 미백ㆍ보습효과를 낼 수 있다.

피부는 사람의 귀천(貴賤)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는데, 인품이 고귀해 질수록 피부가 고와지게 되다. 신경질을 부릴수록 피부는 안 좋아진다는 뜻이다. 고운 피부를 위해 올 가을을 인격수양하며 보내는 것은 어떨까?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병원장

입력시간 2002/11/0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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