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김민석식 논리의 허구

10월 17일 김민석 전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하고 정몽준의 ‘국민통합 21’에 참여할 것을 선언했다. 과거 학생 민주화운동의 한 지도자였고 근래에는 서울시장 선거에까지 나섰던 한 촉망받는 젊은 정치인이었던 김 전의원의 이 같은 행동이 미친 충격은 크다.

그것은 국민이 그에게 가졌던 기대, 즉 정치생명 연장과 권력 접근을 위해 자신의 약속과 신념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선거 때마다 철새처럼 부유하는 구 정치인들과는 다른 새로운 세대에 의한 새로운 정치라는 기대를 배반했기 때문이다.

그는 왜 신당에 참여하게 되었는가? 민주당을 떠나면서 그는 남긴 ‘새로운 출발에 즈음하여’ 라는 성명은 그의 신당 참여 논리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 주장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첫째, 낡은 냉전회귀세력의 집권에 대항하여 민주평화개혁세력의 후보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둘째, 그럼에도 민주당은 폐쇄적 고립주의를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따라서 정몽준 후보의 신당에로의 통합이 필요한데 정몽준 후보는 민주평화개혁의 새로운 시대적 흐름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김 전의원의 주장에 대해 우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그 의미가 분명치 않은 ‘민주평화개혁세력’이라는 개념이다. 그의 주장에 따를 때, 한나라당의 냉전회귀세력을 제외한 그 모든 세력이 민주평화개혁세력으로 정의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우리가 정치세력이라 할 때, 그것은 특정의 정체성을 매개로 결집된 정치인들의 집단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김 전의원이 지칭하는 민주평화개혁세력은 어떤 정체성을 가졌고 그 내포와 외연은 무엇인가? 이름만이 민주평화개혁세력일뿐, 그 세력의 정체성은 너무나 막연하고 모호하다.

오히려 그것은 한나라당을 제외한 온갖 정치인들과 모든 정치파벌들을 모아놓은, 비유하자면 ‘비빔밥’과 같은 세력이 될 것이라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다음으로 김 전의원은 민주당의 ‘폐쇄적 고립주의’를 언급하고 있는데, 그 주장은 무언가 앞뒤가 바뀌었다는 느낌이다.

우선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는 폐쇄적이었던가? 내가 보기에는 당의 정식 절차를 통해 선출된 후보로서 정몽준 후보의 민주당 참여시 재경선을 보장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노무현 후보는 폐쇄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개방적이었다.

김 전의원의 주장대로라면 폐쇄주의를 벗어나는 길은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후보를 포기하고 민주당 자체를 통째로 정몽준 후보에게 바치는 것인데, 그것은 폐쇄적 고립주의 아니라 당의 해체에 가까운 것이라 할 수 있다. 해체의 위기에 당면한 당에 대해 그 해체를 결의하지 않는다고 당의 폐쇄적 고립주의를 비난하고 있는 것이 김 전의원의 주장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 전의원은 “합리적 중도주의, 초당적 정치의 추구, 혁명적 정치개혁의 이상 등등은 정몽준 후보의 장점이자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것”이며 정몽준 후보는 민주평화개혁 시대의 흐름을 대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대목은 당황스러운데, 솔직히 말해 우리는 정몽준 후보의 정체성과 정책을 잘 모른다. 그간 정치활동에서 이 같은 언급을 충족해줄 그 어떤 정책적 내용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는 정몽준 후보가 기존 정치에 대한 혐오증을 활용하여 자신의 정체성과 정책도 없이 막연히 젊다는 이미지만으로 한국정치를 ‘훔치려’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는 편이다.

결국 김 전의원의 논리는 그럴 듯 하지만, 그것은 의미 있는 그 어떤 내용도 결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의 신당 참여의 본심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것은 자신의 정치 성공을 위해 정몽준 후보의 보다 높은 승리 가능성에 편승해야 한다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미사여구의 허구적 논리를 너무나 잘 구사하는 그보다, 구구한 논리를 내세우지 않고 본능적으로 당을 옮기는 구 정치인들이 오히려 더 솔직한 편일 것이다.

정해구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한국정치

입력시간 2002/11/0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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